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소설이 읽기 싫었던 것이, 너무 현실감 있게 구질구질해서라고 말했던 적 있다.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너무 현실감 있어서 웃겼다. 드디어 동년배 작가의 현실감 쩌는 소설을 읽게 되는구나. 

오랜만에 낄낄대며 읽었던 책이다. 동년배라기엔 세대 차이가 있지만, 드디어 내가 겪었던, 겪은 이야기들이 소설에서 재현되는구나 싶은 마음. 등장인물들이 내가 겪었던 남자들, 상사들, 동료들, 친구들이게 되었구나 하는 상큼한 기분. 


단편소설의 묘미를 만끽하기도 했다. 꽉 찬 단편에 몰입하다 보면, 반전의 결말. '일의 기쁨과 슬픔'이 처음 창비 사이트에 실렸던 그 날밤이 아직도 기억난다. 다들 뒤집어져서, 여기 엄청 웃기고 재미있는 글 있다며, 이 작가 누구냐고. 수근댔었다. 

소설 속에 묘사된 네모난 엔씨건물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하고, 길을 건너지 못하는 이상한 육교의 실제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살면서 진짜 짜증나는 상황들, 사람들도 이렇게 보니,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구나 싶기도 하다. 반면, 별 거 아닌 사소한 선의와 호감은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잘 살겠습니다' 에서 사내커플이 서로의 연봉을 까는 순간, 의 씁쓸함, 빛나 언니 같은 사람, 정말 딱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웃겼고.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에서는 정말 뒤집어졌다. 정말 배 잡고 미친듯이 웃었다.


'다소 낮음' 까지 읽고 나니, 아, 정말 찌질남들 제대로 재현하는구나 싶고, 소설속의 인물에게 야 이 멍청하고 한심한 새끼야, 같이 소리지르고 있었다.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출근길을 한 오천번쯤 맞이했던 것 같지만, 나도 아직 그거 하고 있어. 엉엉. 커피 마실까 말까. 요렇게 요렇게 절약하고, 하루에 이만큼만 써야지. 진짜 나이 떠난 친구 같았다. 커피는 집에서 타서 나가고, 택시는 타지 말어.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 마지막 문단이 반갑다.


첫 책을 세상에 띄우면서 '앞으로 이런 소설을 쓰겠다'란라는 멋지고 당찬 다짐, 아니면 적어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 하는 작은 바람이라도 내비치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으로서는 정말, 계속해보겠단다는 마음, 계속 써보겠다는 마음, 그 마음밖에는 없다. 


그게 무엇이든,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계속 써주세요. 작가님! 군만두 좋아하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