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은 내가 아는 한 가장 괴이한 사건이다.
세계적으로도 아마 유례를 찾기가 힘든 불가능한 범죄일 것이다.                             
프롤로그中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흔치 않게 나를 환장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책 뒤표지에도 나오고 책소개에도 나올 '점성술 살인사건'은 점성술에 사로잡힌 한 화가 헤이키치는 자신의 딸들을 이용해 완벽한 여신과 같은 존재(아조트)를 만들려는 광기에 사로잡힌다. 화가의 수기대로 훼손된( 각부위가 절단된) 다섯딸들의 시체가 일본 각지에서 발견되고 사십여년간 미궁에 빠져있던 이 사건에 점성술사인 미타라이 기요시, 미스터리 매니아이자 화자인 이시오카가 '도전'한다.

딱 앞의 50페이지. 글씨체도 요상한 헤이키치의 광기들린 수기를 읽기가 괴롭다.
미타라이의 소감을 빌리자면 '전화번호를 읽은 것 같군' 이라고나 할까. 그 부분만 지나면 책은 심하게 재미있어진다. 미스테리 매니아인 이시오카는 40여년동안 일본 곳곳의 수많은 이들이 시도하고 생각했던, 이 사건의 괴이한 점을 설명해 나간다. 초천재 미타라이가 '아, 그건 이거군' 이라고 하면, '역시 자네는 대단해. 그건 경찰이 1개월이나 지나서 발견한거야' 라던가. ' 아, 그럼 그거군' 하면, '40여년의 세월을 우습게 보지마, 그건...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독자는 미타라이와 함께 사건이 지나고 사십여년을 짚어나간다. 그에 대한 미타라이의 반응은? '이렇게 재수 없는 사건은 본 적이 없어!' 난 정말 이치에게 반해버렸다.

사건의 해결은 기발하다.
신본격의 기수인 시마다 소지가 이 책을 들고 나왔을때의 센세이션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다만 후에 수많은 김전일류만화들이 ( 그니깐 김전일이다. )이 트릭을 만화에 써먹어서
팬들의 성원을 샀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을 지금 접하는 독자에게 사건의 트릭은 낯익을 수도 있다.
(나에게는 새로웠다. 망각력의 승리!라고나 할까)

그 모든 트릭을 안다고 할지라도 전혀 훼손되지 않을 이 책의 훌륭한 미덕은, 그러니깐 내가 정말 환장하고 재미있어 하는건 미타라이 콤비이다.

재미있는 부분의 모서리를 접으면서 읽는 내가 이 책에서 모서리가 아니라 아예 반을 통째로 접어버린 389페이지에서 390페이지까지 미타라이의 폭주. 는 정말 웃으면 안 되지만, 웃음이 터져버리는 근래 본 최고의 장면이었다. 홈즈에 대한 씨니컬한 욕같은 칭찬도 근래 읽은 홈즈관련 이야기중 가장 흥미로왔다. 심지어는 홈즈 그 자신보다 더!

' 아아! 허풍쟁이에 교양 없고, 코카인 중독, 망상벽, 현실과 환상의 구별을 못하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그 영국인?' 

이게 왜 씨니컬한 욕같지만 그래도 '칭찬' 인지는 그 다음 몇장에 걸쳐 나와있다. 정말 재미있다.
그 외에도 미스테리 팬들이 읽으면 기겁폭소할 이야기들도 중간에 나오는데, 앞으로 읽을 독자를 위해 패스.

미스테리 소설이 훌륭한건, 그 트릭과 해결과 사건만 멋져서 되는건 아니다.
그걸 아우르고 있는 '생활' '배경'이 얼마나 잘 표현되어 있나도 중요한데, 이 책에서는 갖가지 일본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엿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책 뒤에 윤영천씨가 쓴 작품해설2( 절대로! 먼저 읽지 않아야 할 부분) 역시나 훌륭하다.

다시, 앞 50페이지의 전화번호부같은 수기만 읽어낼 수 있다면,
그 수고로움은 500배로 보상받을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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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7-02-1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헛. 어제 저녁에 마지막 장 덮고서는....히야, 이걸 어케 리뷰하지...그러구 있었담다. ㅋㅋ 잘난(척)대마왕 미타라이. 홈즈에 대한 평에선 정말 나자빠졌슴다. 웬지 홈즈와 왓슨 커플을 다양한 각도로 연상시키더군여. ㅋㅋ

하이드 2007-02-11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 첫 50페이지.. 진짜 괴롭지 않던가요? 무튼, 간만에 정말 재미있는 추리소설 한권 먹어치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