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안의 액자안의 액자안의 액자안의...

환상의 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폴 오스터의 '환상의 책'을 그의 책중 최고로 꼽는 사람도 있다.
지금, 나도 그러고 싶다. ( 그게, 비록 '지금' 에 한정될지언정)

이 책은 액자소설이다. 그러나, 그러기엔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바가 훨씬 더 많다. 액자 중에서도 르네 마그리트의 액자. 정도면 모를까. 거울을 본다. 거울 안에는 거울이 있다. 그리고 그 거울 안에는 또 거울이 있다. 그 거울 안에는 또 거울, 그리고 계속...

제일 처음 등장하는 거울, 혹은 액자틀은 데이비드 교수.이다. 그의 전공은 영문학이다.
어느 날, 여러가지 일이 꼬이고 꼬여 그는 아들, 딸, 부인을 먼저 비행기에 태워 크리스마스 휴가에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비행기 사고로 모두 죽는다.

술에 빠져 안으로만 안으로만 파고들다 결국 죽을 운명이었던 그는
어느 날, 헥터 만이라는 무성영화시대의 영화배우의 영화를 보다, 더 이상 그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 생각했던 일..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웃음. 을 찾게 된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터져나오는 웃음. 그는 헥터 만이라는 배우의 영화에 대해 책을 쓰기로 한다. 그는 아직 살아 있다.

'내 책은 엄청난 슬픔으로부터 나온 것이었고, 이제 그 책이 다 씌어졌다고는 해도 슬픔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코미디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하나의 구실, 혹시 그게 내 안의 고통을 눅여 주지나 않을까 해서 일 년 넘게 매일같이 삼켰던 이상한 진정제에 지나지 않았다. 그랬다.' 13pg

그런 그에게 프리다 스펠링이라는 부인으로부터의 편지가 도착한다.
잠깐 헥터 만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는 젊은 시절,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그 시절,무성영화의 스타가 한참 뜨던 그 마지막 라운드의 그 시절에 갑자기 사라졌던 배우다. '일정 시간이 넘게 사라진다는건 불가능하다. 그건 그가 죽었다는 얘기다' 는 헥터 만 이후로도 계속 반복된다.

프리다.는 그에게 헥터가 그를 만나고 싶어한다며 뉴멕시코로 오기를 청한다.

이제, 데이비드는,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와 함께, 헥터의 삶을, 헥터의 삶의 영화 속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어느 것이 허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은 '환상의 책'이다.
폴 오스터는 '환상적인 작가'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