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 가결

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예외는 왕족뿐이다. 더불어 정부는 안락사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할 방침이다. 대상자가 그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국가문제가 된 일본에서는 정말 다양한 고령화 관련 책이 나오는데, 대놓고 고령화 주제인 소설이 나왔다. 가족의 다양한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나이브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해피엔딩이다.

70세가 되는 생일 30일 안에 죽어야 하는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70세를 넘은 사람들과 70세가 되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의 방법을 선택하여 죽게 된다.

사회적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는 가운데, 80대의 시어머니와 50대의 남편, 30대의 아들과 20대의 딸이 있는 50대 도요코 가족의 이야기이다. 남편은 일을 하고, 도요코는 전업주부이다. 시어머니가 넘어져서 하반신 마비로 침대생활을 하게 되고, 그 간병이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딸에게 일 그만두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딸은 집을 나가 버린다. 다니던 회사에서 잘리고, 일을 못 구하다 구한 일이 요양보호소 일이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한 자랑스러운 아들은 인간관계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지 2년, 방에 틀어박혀 히키코모리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돌봄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고, 이 이야기가 이제야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놀랍다. 가족을 돌보고, 24시간 남편의 어머니를 간병한다. 성질도 안 좋다. 밤이면 별 일도 아닌 걸로 벨을 눌러 불러서 이것저것 시키는 탓에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다. 그걸 자신으로 못 끝내고, 딸한테까지 물려주려고, 용돈 줄테니, 회사 그만두고 할머니 간병 도우라고 한다. 딸, 잘 탈출했어!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임에도 불구하고, 간병은 1도 안 한다. 아들놈? 방에 처박혀서 밥 가져다 주는거만 받아 처먹으면서, 걱정하면, 화나 버럭버럭 낸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고, 각자는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생각을 하는데, 시어머니는 억울하고, 우울하고, 며느리는 평생 가나 했는데, 이제 2년만 참으면 되고, 남편은 .. 내 인생이 십몇년밖에 안 남았는데! 하면서, 회사를 때려치고, 간병을 돕.. 지 않고, 친구랑! 내 꿈을 펼치기 위해! 석달간의! 세계여행을! 계획한다!

이때서야 자신의 위치를 깨달은 도요코는 2년 기다리고 뭐고, 가출을 한다.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했는데, 줄거리 쓰다보니 열받네. 왜냐하면, 그런 해피엔딩이 실제로 일어날리 없기 때문이고, 해피엔딩이 아닌 현실은 소설의 앞부분처럼 간병에 갈려나가는 여자들. 이니깐.

도요코는 소설이 아니라면, 평생 그러고 살겠지.

가정내에서 일은 일대로 하지만, 돈은 받지 못한다.

망할 집구석, 노예 생활 벗어나고 싶은데, 혼자 살 수 있으려면, 일을 해야 하지만, 돈도 없고, 사회생활할 엄두도 못낸다.

나이는 들어 일 구하기도 힘들어진다.

딸은 잘 도망 갔는데, 아들놈도 잘못 키웠다. 자업자득인데, 그러기에는 여자가 태어나면서부터 늙어죽을때까지 사회가 여자에게 가하는 압박이 너무나 크지.

스쳐지나가듯 나오지만, 중요한 이야기도 있었다.

저 책임감 없이, 지 엄마 버리고, 세계여행 떠나는 남편놈은 좀 아니지만,

젊은이들도 70세까지 살아야 한다고 하니, 노후걱정도 덜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는 것.

쓰다보니, 해피엔딩 아니라고 했지만,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떠올랐다.

여자들이 변하고, 여자들이 멋지다. 자신을 나아지게 만들고, 도전하고, 실행할 용기 있는 평범한 여자들을 응원한다.  

딸의 탈출도, 엄마의 탈출과 능력 개발도 응원한다. 인테리어집 여사장님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