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촌년티 제대로 내고 있는데,
제주 와서 처음 맞는 귤 철이다. 제주 사람들은 귤 안 산대. 귤밭이 있거나(아는 사람 얼마 없는 내 주위에도 꽤 많다!) 아는 사람이 귤밭을 한다. 그러니 파는 상품까지는 아니라도 파치라고 부르는 팔지 못하는 상품들을 엄청 나눠주거나 아주 저렴하게 판매한다.

계속 하우스귤만 팔다가 며칠전부터 노지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가격이 반값이라 막 사봤다. 근데, 좀 더 있어야 맛있대. 근데, 엄마가 파치를 다섯 컨테이너쯤... ! ( 한 컨테이너 20키로) 사왔다. 오늘 다섯박스쯤 포장해서 이모할머니, 할아버지, 숙모, 이모 등 보냄. 얼마전에 마트에서 산거보다 훨씬 맛있었는데, 대흥분하니깐, 좀 더 있으면 더 맛있어진대. 오오!

엄마는 제주 내려온지 삼년인데, 이제 막 내려온 나의 흥분에 처음으로 동참하여 봄에는 고사리도 처음 따 보고, 귤 철에 막 파치귤도 사며( 제주 사람들은 별 관심 없었다는..) 같이 막 업되어 있다. ㅎㅎ

지난 몇 달, 사람 때문에 힘들었는데, 정말 거짓말 같이 사람 때문에 하루의 순간들이 즐겁도, 웃기고 그렇다. 이제 돈만 벌면 됨..(중요!) 그렇다.

지금의 평온과 행복, 늘 이럴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파도처럼,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왔다가 가고, 다시 왔다가 가는 거겠지.

요즘 치매 관련 기사들을 봐서 그런지, 엊그제는 문득 내가 치매 걸리면 나는 정신 있을 때 신변정리하고 죽어야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엄마랑 귤박스 만들다가 너무 자연스레 이 얘기 나왔고, 일상 얘기처럼 했다. 엄마, 아빠는 돈 모아서 요양원 가고. 솔이나 나나 제 앞가림도 버거운데, 집에서 돌보면, 서로 미워하게 된대. 내가 그런거 못하는건 알지? 엄마가 나보고도 요양원 가라길래, 내가 자식도 없고, 내 정신도 아닌데 뭐하러.

사는 동안 잘 살아야지! 생각한다.

귤 철에는 귤 까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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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7 1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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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7 19: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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