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고양이를 알게 된 후의 나

 

여기서 고양이는 여느 고양이가 아니라 특별하고 특별한 나의 첫 고양이 '말로'다.

열한살 애기 고양이 말로.

 

마라톤 하는 작가로 하루키를 떠올리지만, 와이 낫 가쿠다 미쓰요. 물론.. 하루키처럼 본격적인 사람과 같이 이야기하기에는 작가 본인도, 팬인 나도 좀 염치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마라톤을 합니다. 싫어하지만 합니다. 싫어한다는 건 뭘까요? 좋아한다는 건 뭘까요? <이제 운동할 나이가 되었습니다>를 읽어보시면 압니다.

 

<종이달>을 읽고, <아주 오래된 서점> 도 읽었지만, <이제 운동할 나이가 되었습니다>에서 이 작가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고, 다음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이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다.

 

고양이 집사가 읽는 고양이 초보 집사 이야기에 흠 잡을 곳이 없다면 거짓말이고, 일단 토토가 사이바라 리에코씨 댁에서 일곱번째로 줄 서서 가정분양 받은 고양이라는 것. 왜 중성화 안 시키지요? 이런 저런 맘에 안 드는 점들을 감안해도, 이 책은 역시 작가,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 라고 할만한 마음 깊이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아 웃고 울며 책을 읽었다.

 

토토가 집에 온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을 대이고, 토토는 좀처럼 울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는데, 토토가 없는 집은 음산할 정도로 고요했다. 그 음산하고 고요한 집에서 나와 남편은 우리 집에 온 아이가 토토여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운동신경이 둔하고 심장이 나쁘고 스포이트를 감추고 그렇게 작은 소리로 화를 내는 그 고양이여서 정말로 다행이다. 하고 완전 바보처럼 했던 말을 하고 또 했다.

 

말로여서 다행이다. 나에게 와 준 아이가 말로여서 다행이고, 리처여서 다행이고, 코비여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이 마음 너무 뭔지 알지. 모든 고양이들은 다 특별하지만, 내 고양이가 가장 특별하다. 볼수록 예쁜 구석밖에 찾아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못생긴 것도 예쁘고, 예쁜 것도 예쁘고. 자는 것도, 먹는 것도, 노는 것도, 가만히 멍때리는 것도, 우다다 하는 것도, 똥 싸는 것도 (젤 예쁨. 잘 먹고 잘 싸는 고양이) 다 예쁘고, 이 예쁜 고양이가 나에게 와서 다행이지 싶은거지.

 

'어느새 꾹꾹이, 발라당 같은 귀여운 말을 쓰고 있다'

 

어떤 말을 번역했는지 모르겠지만, 꾹꾹이, 발라당 같은 말이 일본어에도 있는거겠지. 그리고, 사료 씨븐 모습을 카리카리라고 해서 밥 줄 때 카리카리라고 하나보다. 귀엽. 아는 사람은 '맘마미' 라고 해서, 나도 언젠가부터 맘마미 먹을까. 그러지. 혹은 고양만국공통어 '츄르 줄까' 추르추르 .. 하지만, 나는 추르를 거의 안 주는 집사.

 

내 고양이들은 아무도 꾹꾹이 안 하는데, (말로는 에어 꾹꾹이만 한다) 정원냥인 노랑이가 본격 꾹꾹이 해줘서 첨으로 꾹꾹이 받아봤는데 .. 아파.. 좋은데, 아파.. 하지만 참는다. 좋으니깐. 하지만 아프다.

 

" 침대에 뒹굴고 있으면 토토가 와서 내 옆에 앉아 꾹꾹이를 한다. 가장 자주 하는 곳은 배다. '내 배가 그렇게 부드러운가.... 다른  부분보다...' 그런 슬픈 마음이 들지만, 용서하겠다. (..) 꾹꾹이는 내게만 하고 남편에게는 하지 않는다. 이것 역시 명백히 지방 문제여서 슬픈 마음이 들지만, 그러나 "내게만 한다"라고 생각하면 좀 의기양양한 기분도 든다."

 

정말 너무 웃겼다. 정원냥 노랑이가 꾹꾹이를 할 때는 다리에 하는데, 그 작은 노란 찹쌀떡으로 꾹꾹이 하면, 뼈만 있는 인간이 아닌 이상 지방을 확인하게 된다... 괜찮아. 아파도, 지방을 확인하게 되도. 고양이가 꾹꾹이를 해준다면.

 

"고양이가 사람과 똑같이 숨소리를 내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야 물론 생물이니 호흡한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깨어 있을 때의 고양이 호흡은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그래서 잘 때도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 줄 알았다. 쿠, 피, 쿠, 피, 등 굉장한 숨소리를 내며 잔다. 사람보다 크지 않나 싶은 그 호습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잠든 고양이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때, 처음으로 느낀 어떤 것이 서서히 온몸에 차 나갔다.

 

그 '어떤 것'은 무언가 인제 이걸로 완전 오케이, 같은 기분이었다. 인제 아무것도 필요 없어. 이것만으로 좋아, 하는 만족감. 당연하지만, 고양이 자는 숨소리를 듣고 자는 얼굴을 보고 있어도 고민은 해결되지 않는다. 내일이 되면 또 바라는 것이 잔뜩 생긴다. 그래도 지금, 아,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몽땅 여기 있습니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 느낌, 기존의 말로 한다면 '너무 행복해' 에 가장 가까울 것 같다."  

 

고양이가 편하게 자고 있으면,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행복해' 와 가까운가?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고,  이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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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1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8-10-03 07:34   좋아요 0 | URL
이것저것 겨울 작업들을 구상중이에요. 올해부터는 힘들고, 내년에는 잘 준비해보려고요. 이케아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요즘 온라인도 가능!

무레 요코 책 좋아요! 고양이 이야기 담번 구매리스트에 올립니다!

수국의 첫 사계절을 보고 있어요. 책 준비하고 있는데, 계절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요.

제주는 춥기보다 스산해요. 바람에 얻어 맞는 느낌. 겨울대비 단단히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