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훌쩍 자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미니는

 

162cm인 키나, 엄마 어린시절보다 10kg쯤은 더 나가는 몸무게나, 얼굴을 좌르르 덮은 여드름이나

 

엄마가 사다주는 물건이 맘에 안 들어서 직접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이나

 

어느 모로 보아도 이제 더 이상 미니가 아닌 소녀가 되었다.

 

가끔 표독스런 말투로 짜증스럽게 엄마한데 다다다다거려서

 

사춘기 소녀로서 필요한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고 있다.

 

 

9살 때 유산을 놓고 싸우는 형제들 이야기를 읽고 깜짝 놀라서 자신의 유서를 미리 썼다는 미니.

 

물론 그 유서의 내용은 내가 가진 용돈 중 얼마는 누구를 주고, 얼마는 어디에 쓰고 그런 것이어서

 

자신의 사후에 유산다툼이 없도록 마련된 것이었다는 얘기를 들려주며

 

지금은 자기도 박장대소하는 나이다.

 

 

졸업을 한 달쯤 앞두고부터 유난히 심란해했는데

 

두 동생을 남겨두고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되니 동생들이 너무 걱정된다는 것이 첫번째 까닭이요,

 

지금까지 6년동안 같은 친구들과 놀고 공부했는데

 

앞으로 23명의 아이들과 한 반이 되어 같이 공부하게 된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였다.

 

졸업식 날에도 송사대신 후배들이 만든 동영상을 보며 울고울고울고 그렇게 울다 웃고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교문을 나섰다.

 

 

딱 한 반 밖에 없는데 반편성고사가 웬말이냐고 투덜거리며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중학교에 가서 새 친구들 얼굴도 보고 시험도 치고

 

중학생활에 대한 안내문을 받아 돌아온 날 붉으락 푸르락 화를 냈다.

 

가방이나 옷이나 운동화나 원색은 안 되고

 

머리도 짧은 단발이나 깔끔하게 묶어 올린 것만 허용되고

 

실내화는 삼선슬리퍼로 통일하고 양말은 어쩌구저쩌구

 

금지와 통일로 대변할 수 있는 학생생활규정 때문이었다.

 

이모가 입학기념으로 사 주신 맘에 들었던 빨간 가방도 멜 수 없고

 

머리는 편하고 좋아서 몇 년 째 짧은 단발이었는데도

 

누군가 그렇게 해야한다고 하니까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국어와 사회시험도 어려웠고

 

과학은 생태계 평형을 생태계 평행이라는 오답을 써서 민망한 가운데서도

 

쉬는 시간에 낯선 아이들 틈을 안녕 안녕거리며 한 바퀴 돌았다고,

 

자기 말고도 서너명 그런 아이들이 더 있었다고 엄마에게 뿌듯하게 보고를 하였다.

 

 

나도 중학교에 진학할 때 저리 심란하고 설레었던가?

 

전혀 그런 기억이 없는 것만 같은 엄마도

 

두 학교 생활이 나름대로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엄마가 운전을 못하니 경우에 따라서는 아빠가 하루에 두 번 아이들을 데리러 다녀야 하고

 

학교 행사도 모두 다 두 번씩 치러야하고

 

무엇보다 막내가 형이랑 별탈없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오늘도 눈이 내렸지만

 

눈 내려 쌓이는 소리가 봄이 오는 소리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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