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재에 들어와보니 미니는 초등학교에 이제 갓 입학을 했는데

 

어느 새 6년이 흘러 다가오는 겨울이 지나면 졸업을 한다.

 

깡그리 잊은 일들이 주저리 주저리 적힌 글들을 읽다보니

 

지금 일들도 많이 적어두면

 

오늘처럼 언젠가 다시 돌아보는 날에 감회가 새로우리라 싶다.

 

 

이틀 후에 아이들이 운동회를 한다.

 

시골운동회는 여전히 큰 행사여서

 

학부모회에서 음식도 준비하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하루종일 논다.

 

 

어느 해에는 쇠고기수육을 하고

 

그 다음 해에는 초대형 쇠솥을 옮겨다 걸고 육개장 200인분을 끓이고

 

또 어느 해에는 흑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요리조리 요리하고 조리했는데

 

올해는 무슨 음식을 하면 좋을까?

 

 

미니아빠가 궁리한 끝에 아마도 아이들이 프라이드 치킨에 열광하리라 짐작했다.

 

토종닭을 잡아서 포도씨유에 튀겨 30~40명이 나눠먹었던 적이 한 두 번 있었던터라

 

그 서너배 쯤 준비하면 운동회 날도 나눠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우리 집까지는 배달도 안 되거니와 평소에는 금지된 음식이다보니

 

모범답안은 물어보나마나 정해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고

 

열화와 같은 성원을 기대하며 미니에게 일렀다.

 

" 느그 반 아~들은 운동회 때 머 먹고 싶은지 한 번 물어바라."

 

 

그리하여 6학년 아이들 9명이 먹고 싶은 음식을 투표로 정하기로 했는데

 

3위 1명의 선택은 추어탕

 

2위 2명의 선택은 순대국밥

 

나머지 6명의 선택을 받은 대망의 1위는?

 

 

미니아빠의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고 육개장이 영광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것도 그냥 육개장이 아니라 쫄깃쫄깃한 소 내장 듬뿍 썰어넣은 육개장이란다.

 

선생님과 하동읍 행사에 갔다가 점심으로 짜장면 사 주신다는 걸 마다하고

 

돼지국밥 먹고 싶다고 그리로 몰려갔던 아이들다운 선택이다.

 

미니아빠는 내일 하루종일

 

아이들과 온 동네 사람들과 나눠먹을 육개장 끓이느라 동동거리면서 또 행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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