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십 수 년 학교를 다니고 졸업한지 아직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미니아빠는 2월2일에 미니가 학교 간다니까 무조건 입학인 줄 알았나보다.ㅋ
첫 아이 첫 학교 입학이라고 단단히 착각을 하고 나름대로 퇴근 후에 장을 봐 왔다.
그래보았자 작은 슈퍼만 오글오글 너 댓개 모여 있고
역시 작은 정육점 하나와 나머지는 온통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 뿐인 장터라
뭐 뾰족한 것이 없었던 모양인지 쇠고기를 한 옹큼 사가지고 왔다.
운전하고 오면서 저녁상 차리라고 전화부터 했길래 미니에게 물었다.
"(입학인 줄 착각하셨다는 소리는 빼고 ㅎ)
내일 개학이라고 아빠가 맛있는 것 사오신다는데 뭐 먹고 싶니?"
- "생각을 좀 해봐야겠는데요. 음, 고기요!"
우리 집 식탁에서 실현 불가능한 요리들을 빼면
역시나 뭐 별달리 떠오르는 음식이 있을 턱이 없다.
" 그래? 사실은 아빠가 집에 곧 도착하신다는데 고기를 사 오실지 모르겠다."
말이 끝나는 순간 마당에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마중하러 달려나가다 말고
" 엄마, 그런데 내가 고기 먹고 싶다는 건 아빠한테는 비밀이에요!"
왜냐고 물었더니
" 아빠가 고기 안 사오셨으면 혹시 나한테 미안해하실지도 모르잖아요!"
남편생활이 어려운 아빠마음을 배려해주는 큰 딸이 기특하다.
우리 서로 마음이 통했나보다면서 아빠와 딸은 히히덕거리며 신나게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