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젖니가 먼저 빠질 무렵 이빨요정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며칠 전 무지무지 흔들리던 앞니가 무척이나 성가신 듯 드디어 뺄 궁리를 했다.  

 얼마나 흔들리는지 톡 건드리면 빠질 것 같아 보이길래 엄마가 빼주마 했더니  

 질겁을 하면서 손사레를 쳤다. 

 차라리 앞니에 실을 매어서 문고리에 묶은 다음 문을 세게 탕 닫아달라나?! 

 그건 안 아플 것 같으냐고 핀잔을 주면서 그럼 직접 해보라고 구슬렸다. 

아니나다를까 정말 손가락만 갖다댔는데 저절로 빠져나왔다. 

 

그렇거나 말거나 용감하게 직접 이를 뽑았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해서  

빠진 이를 종이에 싸들고 방 안을 서성이며 이걸 어찌하면 좋을지 생각이 많았다. 

엄마는 까치가 물어가게 지붕 위에 던지면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역시나 이빨요정이 갖다놓는다는 동전에 눈이 멀어서 일단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 보고 

요정이 다녀가지 않으면 지붕 위에 던지겠단다. 

기껏해야 500원 동전일텐데 그걸로 뭘 하겠느냐고 했더니 저금은 할 수 있을거란다. 

앞서 빠진 이빨 2개는 치과에 두고 온 탓에 빠진 이 뒷처리는 처음 겪는 일인지라 

책에서 읽은 것처럼 이빨요정이 주는 동전으로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것을 얘기하는 걸 보니 

맘 약해진 엄마가 "용감하게 혼자 뽑았으니 어쩌면 지폐를 두고 가지 않을까?" 요러고 말았다. 

 

사고 싶은 물건 값에 맞추어 거금 1만원을 흰 봉투에 넣어 이빨과 바꿔주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역시나 신이 나서 펄쩍 뛰었다. 

사촌언니들에게도 자랑이 늘어졌는데 4학년이 되는 아이가 자기는 50원짜리였다고 시무룩했다. 

엄마가 급하게 수습하느라고 미니는 용감하게 스스로 뽑아서 이빨요정이 어쩌구 저쩌구 했더니

" 나도 내가 뽑았는데..."  

라고 해서 할 말을 잃고 그만 많이 미안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빨요정이 다녀갔다고 너무 좋아하던 녀석이 다음 날 엄마에게 

아무래도 이빨요정이 아니라 아빠가 돈을 주신 것으로 의심된다고 슬쩍 말꼬리를 흐렸다. 

어찌 하루만에 세상사를 꿰뚫게 되었는지 의아했더니 

50원 동전을 받은 사촌언니가 이빨요정은 자기 아빠였다는 얘기를 해주었던 모양이다.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는 일부러 아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 아빠는 그런 적 없는데" (엄마가 요정대역했으니 이건 사실이다.^^) 하셨다. 

밥상머리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더니만 

둘이서 양치질을 하는데 미니가 하는 말이 우습다. 

" 아빠가 그러셨더라도 순순히 그렇다고 말씀하실 분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무래도 아빠가 그러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낮에 뽑은 이도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잠이 들었다. 

좋은 일이 생겼다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오길래 뭔가 했더니 또 스스로 이를 뺐단다.

지난 번에 받은 만원은 아직 쓰지 않고 고이 가지고 있는데   

(어제 서울 다녀오신 할아버지 할머니 귀가 길에 아빠가 모시러가지 못해서 택시타고 오시라고 신신 당부했더니, 엄마가 말려도 그 만원을 택시비로 드리고 싶다고 고집했는데 미니 당숙이 모시고 올라오는 바람에 아직 남아있다.^^) 

이번엔 얼마짜리 요정을 보내면 좋을까?

이제부터는 고민하지 말고 50원이든 100원이든 아빠 주머니 속에서 나오는 녀석으로 바꿔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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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10-01-2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아직 그런걸 믿는구나. 완전완전 귀여워 ㅋㅋ 우리 뽕식이도 얼른 커서 이런 재밌는 일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ㅎㅎ

솔랑주 2010-01-2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