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 시간이나 본다고
아빠가 옆에서 이름만 한 번 불러줘도
엄마 품을 떠나 온 몸을 던지며 가서 안긴다.
엄마가 이것저것 일 하느라고 좀 오래 보살펴주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대신 안아주고 얼러줘도 엉엉 우는 녀석이
아빠가 안아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울음을 뚝 그친다.
기저귀도 자주 갈아주고, 엄마 바쁠 때는 오래 안아주고, 즐겁게 놀아주고
뭐 이런 자상한 아빠가 전혀 아닌데,
누나랑 형 씻기는 동안 좀 돌보아 달랬더니
텔레비젼에 넋을 놓고 있다가
현관에 기어나가 고무신을 빨고 있어도 나 몰라라 하는 아빠인데,
그래도 아이들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나보다.
그다지 표현은 안 하지만 아빠가 막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엄마 눈에는 잘 보인다.
어제는 붙잡고 일어서기 딱 알맞은 높이인 블럭상자를 잡고 섰는데
바퀴가 달려있어서 스르륵 밀려 앞으로 나갔다.
다행히 그대로 미끄러져 엎어지지 않고 대여섯 걸음을 내딛으며 따라가서 무사히 벽에 닿았다.
어쩌면 돌 무렵에 걸을지도 모르겠다.
14개월에 아장아장 걸어서 구만 할머니댁 대문을 나서던 뒷모습이 엄마 머릿 속에 찍혀있는 누나는
어느 새 내년에 초등학생이 된다.
막내도 그렇게 바람처럼 빨리 자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