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하루종일 막내를 어머니께 맡기고 추어탕을 한 솥 가득 끓여  

마당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저녁을 먹었다. 

추어탕 한 그릇에 김치랑 나물 두서너 가지로 간소한 상차림이었지만 

설겆이 거리와 남은 반찬, 냄비 등 치울 것들이 큰 쟁반으로 서너번 옮겨야 할 정도는 되었다. 

나는 친정에서 저녁을 먹고 꼬리 셋을 달고 내려오면서 힐끗 보니  

바깥 상이 깔끔하게 치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부엌에 달려가 보니 역시나 남편이 다 옮겨다 놓았다. 

 

남편이 반찬들은 냉장고에 챙겨 넣고 설겆이는 깨끗하게 해서 그릇을 말끔히 닦아 정리 

할 리는 절대 없을 뿐만 아니라  

내가 그냥 두면 저녁상이 밖에서 밤을 지새는 일도 다반사라  

왠일로 밖에서 날라다가 부엌 싱크대 앞에 나름대로 말끔히 놓아 둔 것들을 보니 

그 정도로도 입이 헤벌어지며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 아빠가 저녁상을 치워주다니 엄마는 정말 감격스럽다." 

그랬더니 엄마 발치에 앉아서 책장을 뒤적이던 첫째 꼬리가 시큰둥하게 하는 말, 

" 당연하지!  

 드문 일이니까." 

- You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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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1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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