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동네에 잠깐 데리고 갔던 아이가 버스랑 충돌할 뻔 했다고 아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빠가 손님이랑 말씀 나누시는 사이에 맞은 편에 있는 슈퍼(에 있는 과자)로 돌진한 모양이다. 

일단 아이스크림 하나를 들려주었다고 방심한 탓이었나보다.  

 

작년에 터를 좀 더 닦아서 마당이 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지만 

막무가내로 아무데나 쏘다니는 바람에 갇혀 지내다보니  

자동차를 타고 따라 내려가고 싶어서 동동거리는 모습이 늘 안쓰럽다. 

도착하는 차나 떠나는 차를 따라 쫓다보니 위험하기도 하고 

세워놓은 차 앞이나 차 안에 하염없이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아마도 그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한 번 데리고 내려가면 또 아이 뒤를 쫓느라 아무 일도 못하거나 

오늘처럼 아이가 위험한 지경에 처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서  

누군가 집을 떠날 때면 먼저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고 애를 쓴다. 

그래도 출발하는 낌새를 채고 먼저 차에 타고 떡 버티고 있을 때는 

울고 소리치는 아이를 말 그대로 끌어내야 하니 이렇게 늦되는 게 너무 야속하다. 

누나는 그 나이에 얼마든지 어디든지 데리고 다닐 수 있었는데 말이다.

 

여름이 시작될 때 장마에 잠깐 햇볕이 나는 짬짬이 공사를 해서 

부엌 창에서 내다보이는 곳에 정자(?)를 지었다. 

산골이라 식당이 없으니 없는 솜씨에 아이까지 어머니께 맡기고  

비록 며칠이지만 목수님들 하루 세 끼 밥을 지어 드리려니 정말 힘들었다. 

그러고도 지붕은 아직 소위 갑바라 불리는 파란천막을 쓰고 있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옷 대신 지리산 바람과 햇볕만 두르고 사는 둘째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니 힘들었던 것도 잊을만 하다.  

 

문을 나서서 길을 따라 멀리 가지 않고 들렀다 올 목적지가 생긴 탓에  

요즘엔 문을 걸어잠그지 않아도 된다. 

아빠가 요즘 먹을 것을 늘 정자로 내어가니 그걸 보고 따라하는 건지 

자기 몫의 음식이 담긴 작은 접시 따위를 들고 가서 먹기도 하고, 

혼자라도 정자에 가서 앉았기도 하고 섰기도 하고  누워서 뒹굴기도 하고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하고 멍하니 한참 어딘가를 바라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하루에도 여러 번이다.

또 올 여름부터 외할머니가 하시던 일을 접고 계속 산에 와 계시니  

옆집인 외갓댁에도 자주 다녀올 수 있어서 그나마 바깥 바람을 쐴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어서 말문이 틔어서 유치원에도 가고 친구도 사귀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08-2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위험은 눈감짝할새라서~~~ ㅜㅜ
정자도 부럽고 지리산 바람과 햇볕만 두르고 사는 둘째도 부럽네요.^^
말문이 어여 틔여서 온갖 말을 다 할 날이 멀지 않을 듯...

2009-08-24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