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 연로하시니 멀리 다니러오시기 힘드셔서
미니는 일주일동안 유치원도 가지 않고 고성 할머니 댁에 가서 실컷 놀았다.
3교대 근무하시는 큰아빠,큰엄마가 하루 걸러 이틀씩 다녀가시지만
농사일이 바쁜 철이라 할머니 심심하시다고 아이들이 재롱을 떨고 사랑을 받고 왔다.
아빠는 보름 단식 끝에 채소와 과일로 복식을 하시던 중이라
혼자 지내도 별로 불편하지 않았을테지만
아마도 일주일이 한계였던 모양인지 아이들을 데리러 오셨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동장에 들러가자는 아빠에게
엄마는 집에 돌아가는 기념으로 케잌 하나 사가지고 가는 건 어떠냐고 운을 떼었다.
예상했던대로 " (버럭)뭐 그 별로 좋지도 않은 것을 ..."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니는 아빠에게 비밀인 이야기를 엄마에게 귀속말로 하고 싶다고 안절부절했지만
길게 누워 잠든 태민이와 엄마 팔에 안긴 재민이 때문에 모녀 사이는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런데 장에 도착하자 또 엄마가 예상했던대로 아빠는 은근슬쩍 케잌 사라고 돈을 주셨다.
미니는 첫 눈에 반한 딸기 시럽으로 장식된 제일 큰 케잌을 안고 돌아왔다.
아빠가 짐들을 옮기는 사이 그제야 함박웃음을 지으며 모녀는 비밀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 처음에 아빠가 케잌 사지 말라고 하셨잖아. 그래서 나는 속으로
아내 말도 한 번 들어주면 뭐 어때서! 아빠는 그럼 무슨 사랑으로 결혼을 한거야?
하고 생각했는데 케잌을 사 주셨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