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병아리들이 상자 밖으로 나왔다.
예상해던 것과는 달리 달랑 두 마리 뿐이었지만
보송보송 솜털을 달고 삐빅거리면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닭장 안을 돌아다닌다.
어제 페이퍼를 쓰고 오늘 유심히 살펴보니 초보엄마닭들도 어느 새 더 자라서
더 이상 올리브색이 아니라 짙은 녹차염색 옷 색깔이라고 해야할까
노랑과 갈색 빛이 도는 황토색 바탕에 검정무늬가 있는 깃털이었다.
병아리들도 올리브색 더하기 녹차염색한 색 바탕에
머리꼭지에서 등 쪽으로 고동색 깃 털이 눈 내린 듯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오골계 중병아리가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자
서슬 퍼런 엄마닭이 날개를 퍼덕거리며 번개같이 날아서 단숨에 쫒아버렸다.
병아리가 두 마리이다보니 한 마리는 이쪽, 또 한 마리는 저쪽으로 달아나는 것을
엄마는 계속 꾸룩꾸룩 한 데 모으기 바쁘고
아직 깨지 않은 알들도 계속 품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상자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무척이나 분주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 녀석은 엎드려 버둥거리며 울고
또 한 녀석은 엄마 꼬리 잡고 가는 곳마다 종종거리고 따라다니고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라면서 날마다 들꽃다발 만들어오는 나머지 한 녀석에 둘러싸인 채
이리 종종 저리 종종 어쩔 줄 몰라하는 내 모습 같아보인다.
그래서 정신없이 들여다보고 있다가 아뿔사!
가스렌지 위에는 연근조림이 곧 타들어 갈 태세인데다
재민이는 엎드려 울다가 목이 쉬었다.
아침부터 남의 새끼에 넋을 빼앗겨 내 새끼를 울리고 말았지만
갓 세상에 나와 한 줌도 안 되는 그 녀석들이 지금도 눈에 아른아른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