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내리다 그치겠거니 했더니만 웬 걸 하루종일 오락가락한다.
어제 내렸으면 3월의 눈이었을텐데 하루 차이로 4월의 눈이다.
바짝 마른 채 가지에 매달려 있는 씨앗을 털어버린 벙글어진 오동나무 열매 너머로
화안하게 피어있는 매화랑 산벚꽃,
초록보다는 노랑에 훨씬 가까운 여린 연둣빛 꽃이 핀 것처럼 새로 돋은 잎새들,
바람이 불 때마다 낭창낭창 허리를 꺾어가며 흔들리는 대숲,
수묵 산수화에서 튀어나온 듯 멋스러운 소나무 두 그루
그 너머로 멀리 이어지는 지리산 자락을 배경으로 함박눈이 흩날린다.
따뜻한 구들장을 지고 잠이 든 두 아이를 품 안에 두고
마지막 걸음 떼어놓기가 그리 아쉬운 겨울을 바라보니 마음이 푸근하다.
새 풀 옷을 입고,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이슬 신고, 꽃다발 가슴에 안은 채 봄처녀가 저만치 어른거리는 것이 보이는 듯 하다.
하얗게 하늘을 뒤덮은 눈발 사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