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아무래도 우리 집에 어린이 연구소를 만들어야 될 것 같아."
- 무슨 연구를 하려고?
" 분홍색과 오렌지색을 섞으면 무슨 색이 되는지 알아보려고, ㅎㅎ.
그런데 뭘로 연구소를 만들지?"
얼마 전에 커다란 우체국 택배 상자 속에 들어가서 간식도 먹고 책도 읽고
아지트처럼 썼던 기억을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그 속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한 술 더 떠서 밥도 먹겠다는 것을 야단쳐서 겨우 말렸다.
상자가 좀 크긴 했지만 그 속에 들어가서 뚜껑을 닫으면 아주 감쪽같았다.
많이 컸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때도 많은데 또 이럴 때 보면 아직 한참 작다.
" 아뭏든 과학이 끝날 때까지 그 속에서 있을거야."
- 실험이 끝날 때까지?
" 응, 실험이 다 끝나면 방에 들어가서 자고..."
요즘 상자 속에 들어가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 더운 여름 날에도 들어갈만한 상자가 없는지 늘 두리번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