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잠긴 병뚜껑을 열어달라고 가지고 왔길래

일부러 엄마는 못하겠다고 누나한테 가서 부탁해보라고 했더니

순순히 누나에게 가지고 가는 걸 보니 누나라는 말도 알아듣긴 하는 모양이다.

 

시댁 조카가 (태민이와 동갑인데 33개월이다.) 누나들 얼굴을 할퀴어서 회초리를 맞는다더니

아무리 아빠가 먼저 장난을 걸어서 그런다지만 슬쩍 다가가서 기습을 하는 바람에

지난 번엔 콧잔등에, 어제는 이마 한가운데 길쭉한 생채기가 생기고 피가 났다.

속 모르는 누군가는 마누라가 엄청 바가지 긁는다고 생각할지도?^^

 

여전히 엄마, 아빠는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는 않지만 노래는 흥얼거린다.

<고추먹고 맴맴>을 한 번 듣고는 계속 불러달라더니 한 나절이 지나자 따라 불렀다.

숲 속 초막집 창가에 작은 사람이 섰는데..., 열 꼬마 인디언, 등대지기 등이 요즘 애창곡이다.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손잡이가 없는 사기 물컵을 손가락으로 집어와서 안긴다.

들여다보니 물이 1/3쯤 찰랑거리고 있었다.

키보다 높은 식탁에서 집어 내려 10m쯤 되는 거리를 용케 쏟지 않고 잘 가져왔다.

이걸 칭찬해줘야 되나 야단을 쳐야되나 순간 헛웃음이 났다.

한 입에 쏙 들어갈 크기의 인절미도 내 손에 쥐어주고 입을 벌리고 기다리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엔 대체로 입에 넣어주지 않아도 먹고 싶은 음식을 손으로는 잘 집어먹고

때때로 젓가락으로 쑤셔보다가 우연히 찍어올려 먹기도 한다.

그런데 물컵 손잡이나 컵은 아직 질겁을 하며 잡지 않으려고 해서 입만 내밀고 물을 받아먹는다.

 

여전히 뚜껑이 있는 병과 그릇에 매료되어 그것만 가지고 놀고

가끔 젓가락도 잊지 않았다는 듯 부지런히 온갖 틈새에 끼워넣는다.

캔음료를 따기 쉽게 달려있는 작은 고리를 몇 번 까딱까딱거려서 떼어내는 것도 즐긴다.

 

책꽂이에 그림책을 정리해 놓으면 다 끄집어내거나 책꽂이 안 쪽까지 밀어넣어야 후련해한다.

서랍이 없어서 상자상자 또는 보따리보따리 챙겨놓은 옷가지를 다락에서 꺼내어 온 방안에 옮겨놓는 일에도 열심이다.

 

태민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구운 김.

간장 조금 넣고 작게 말아서 국물에 적셔주면 제일 잘 먹어서 요즘들어 꺼리는 환약도 김밥에 넣어서 싸 먹인다.

쇠고기나 오리고기도 제법 받아먹고 전보다 치즈는 적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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