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쓰지 않고 일년이 넘도록 방치해두었던 수민이 육아일기를 꺼내어 읽었다.

지금 태민이와 비슷한 시기의 일기가 있어서 한 번 옮겨본다.

 

2005년 4월9일 토요일    흐리고 바람 찬 봄날

수민이와 무척 오랫만에 목욕을 했다.

두어달 동안 10.3밀로그램에 머물러 있던 수민이 몸무게가 300그램 늘었다.

목욕을 마치고 우유 1팩을 모두 마시기도 했다.

숟가락질도 제법 야무지게 해서 요즘은 혼자서 밥을 먹는다.

맑은 국이나 나물을 주로 먹고 고춧가루가 묻은 김치나 나물은 두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씨시'달라고 한다.

전화도 곧잘 받아서 아빠, 이모, 곰부(고모부),크아빠(큰아빠), 함머이, 하아버지, 아씨(아저씨),언니, 아줌마, 오빠, 고모 등 거의 모든 호칭을 구사한다.

" 아빠, 살앙!" 하면서 두 팔로 큰 하트를 만들며 고개를 살짝 기울이기도 한다.

엄마는 절대로 교육시킨 적이 없는데 매스미디어의 영향인가보다.

우리 수민이 누구 닮아서 이렇게 예쁘게 생겼니? - 엄마

우리 수민이 누구 닮아서 이렇게 똑똑하니? - 아빠

이것도 가르친 적 없으나 마음대로 적당히 맞춤한 대답을 하고 있는 질문이다.

(요즘 부쩍 엄마를 찾는 수민, 지금 다리 한 쪽을 붙들고 오열하고 있다.)

아가, 이름이 뭐니? - 김(또는 수)

아가, 몇 살이니? - 엄지와 중지를 꼬아서 다섯손가락을 펴 보임. 나름대로 손가락 3개만 펴려고 노력하는 듯

요즘은 자기를 김이나 수라고 칭하면서 밥을 차릴 때나 빨래를 널 때 자기 몫을 챙기곤 한다.

얼마 전에 아는 분이 물려주신 책 중에서 <배고픈 애벌레>와 <강아지 똥>을 무척 열심히 보고 있다.

' 애벌레 '라고 정확히 말하면서 책을 들고와서 토요일 페이지를 펴고 소시지를 가리키며 '나'(바나나)란다.

특히 수박을 좋아하고, 배가 아파서 울었다는 대목을 읽어주면 무척 좋아한다.

동그라미를 '동'이라고 하면서 동심원 무늬를 가리키기도 하고

'공'(공부)을 열심히 하느라고 여기저기 선을 그려대고 있다.

하루종일 밖에 나가 놀고 뛰고 넘어지고 생채기가 난다.  그래서인지 밤새도록 콜콜 잘 잔다.

 

태민이는 오늘로 17개월 20일이다. 스무 날만 더 지나면 18개월 열흘이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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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6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7-04-2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랑 영우랑 비슷한 것 같더라. 영우가 말하고 그림책 찾아오고 숟가락질하는 것을 보고 정말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수민이도 그랬다니 영 믿기질 않네^^

지금여기 2007-04-2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군요^^

해거름 2007-04-2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정말 재롱둥이에다 이쁠 때였군! 하는 짓 모두가 기특할 때지.. 우리집 누구도 어머니를 니, 아버지를 지라고 하던 잠깐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는 좀 신기했거든^^ 이제 알겠네. 아이들이 말 배울 때 어렵거나 긴 것을 편의상? 한 글자로 말하기도 한다는 것을...어른 함자 가르칠 때 김자?자?자입니다라고 말하는 법을 가르쳐봐 너무 기특해보여 ㅋㅋ

2007-04-29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7-04-3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어 실력은 있었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 기르고 싶을 따름입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수민이에게 가르칠 때도 도움이 될 거예요. 저도 어릴 때 부모님께서 왜 이런 쉬운 맞춤법을 잘못 쓰실까 의아해했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계속 개정되는 것이더라구요. 전공과 직업의식을 발휘해서 앞으로도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