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방송 섭외 전화에 지연은 놀란다. 이십대 때 썼던 소설 줄리아나 1997’이 어느 재즈 아티스트가 추천하면서 방송에 출연하게 된다. 얼떨떨한 기분을 추스르기도 전에 권태롭던 일상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쫑파티에서 만난 국내 유명한 남성 패션 잡지의 편집장인 진수현과 따로 연락해 만나기에 이르고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는 남자는 생전 처음이란 사실에 놀란다. 바람둥이 같은 이 남자의 눈빛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 잡아도 이미 기운 마음은 되돌아올 줄 모른다.

 

주인공 지연은 아들도 있고 남편도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남편의 투자 실패와 외도로 상처 받았던 마음을 아들 현수에게서 위로 받았다. 결혼과 육아로 글쓰기에 대한 욕망도 잊고 지냈다. 이런 그녀 앞에 나타난 남자, 진수현. 언제 느꼈는지도 잊어버린 사랑이란 감정에 지연은 혼란스럽기만 한데 수현과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소위 말하는 막장 소재가 두루두루 포진해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지연을 비롯해 줄리아나 오자매의 일원인 세화, 진희, 정아, 은영의 이야기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하다.

 

이화여대에 다니며 나이트 클럽 줄리아나에 출입하던 오자매의 결혼과 사랑을 다룬 이야기이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가 그렇듯 솔직히 재미있긴 하다. 자극적인 소재에 호기심이 동하는 건 사실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지연의 사랑에 힘을 실어주기도, 동조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농담이 지연에게는 진담이 되어 공감대 형성에는 조금 힘들다. 사십대 아줌마의 일탈이라 보기에도 수현과의 관계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그럴듯한 포장을 해도 이건 세상의 잣대로 허락될 수 없는 사랑이 분명하니까.

 

사십대 언니들의 화끈한 일탈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어디에 힘을 실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언니들의 사랑을 심각하게 고민은 하지 말아야겠다. 가볍지 않아도 일탈은 일탈이니까. 이 언니들도 권태로운 일상에서 숨 쉴 구멍은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을까. 나를 잊고 살아온 세월로 충분히 보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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