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해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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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을 찾아봤다. ‘극해라는 단어가 궁금해서. 남극이나 북극의 바다를 뜻하는 단어라고만 생각했는데 몹시 심한 해독이라는 의미도 있단다.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독하게 하려고 이런 단어를 제목으로 썼을까. 전작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를 읽고 느낀 강렬하고 묵직한 여운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작정하고 쓴 것 같은 제목에 호기심은 주체하기 힘들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긴박한 전시 상황에 포경선 유키마루는 해군의 식량 조달을 위해 바다로 떠난다. 일본인, 조선인, 대만인이 함께 탄 유키마루는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축소판 같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일본인들은 허기와 갈증에 허덕이는 조선인과 대만인을 재촉하고 이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게 되고 극해로 향하게 되는데...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이들과 달리 바다는 그저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인간의 본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극한 상황에 내몰리자 순식간에 짐승으로 변모해버리는 이들의 모습은 낯설어 보여도 낯설지가 않다. 무간지옥으로 변해버린 유키마루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광기와 본능만 남은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침묵하는 바다일 뿐이다.

 

컨설턴트는 임성순 작가를 새로 알게 한 책이었고,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작가를 다시 보게 만들었고, ‘극해는 닥치고 임성순을 외치게 만들었다. 난 이렇게 독한 이야기가 좋다. 내몰고 내몰아 벼랑 끝에 서게 만들어 시시각각 숨통을 죄어 오는 그런 이야기. 자극적이고 노골적이어도 좋다. 그만큼 짜릿함과 아찔함은 배가 되니까. 동전의 양면 같은 인간의 본성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함과 악함의 그 간극이 얼마나 미세한지, 그 미세한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치열하고 견고한지, 생생하게 들려오는 비명에 온몸이 저릿해진다.

 

거친 남성미로 무장까지 하고 수컷 냄새를 물씬 풍긴다. 페르몬을 발산하는 생명체도 아닌데 무언의 힘으로 끌어당겨 몰입하게 만든다. 비탈에서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시시각각 무게를 더하며 무서운 속도로 내달린다. 묵직하게 가라앉아 입맛이 쓰다.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못하겠다. 강렬한 여운에 한참이나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 여운이 또 아쉬워 책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사심 가득 담아 별 다섯 개, 아니 별 열 개라도 주고 싶다. 다시보자, 임성순! 흥해라, 임성순! , 이렇게 신간알림 신청하는 작가는 늘어간다. 그래봐야 다섯 명도 안 되지만. 꼭은 아니어도 한번쯤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거칠어서 좋고, 독해서 좋고, 처절해서 좋고. 이만하면 당신의 호기심은 충분히 자극되었다고 본다. ^.^ 올 여름 심장을 앗아갈 단 하나의 소설이라는 광고문구가 허투루가 아님을 당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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