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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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키타 중학교 3학년 3반에만 전해지는 괴담이 있다. 그것이 있는 해인지, 없는 해인지 구분하는 것은 학년이 바뀌는 1학기 초, 3반의 학생 수에 비해 1개씩 모자라는 책걸상으로 알게 된다. 도쿄에서 살다 이곳으로 전학을 오게 된 사카키바라 코이치.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소녀를 교실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의 이름은 마사키 메이였다. 같은 반 친구들은 메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지내는데 그것을 본 사카키바라는 혼란에 휩싸인다.

 

오른쪽 눈에는 안대를 하고 있는 신비한 분위기의 조용한 소녀, 마사키 메이.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을 온 사카키바라. 캐릭터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초반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져도 이 둘이 만나 뿜어내는 시너지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나중을 위해서는 꼭 넘어가야할 문턱이다. 중반 이후 슬며시 드러나는 괴담의 정체에 오소소 돋는 소름과 쭈뼛한 등줄기는 덤이다.

 

소설이 원작이지만 일본 애니가 인기를 끌었던 어나더’. 애니에서 주인공인 메이의 모습이 너무 강렬하게 박혀있는 탓에 만나기까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두꺼운 볼륨에 지레 겁도 먹었고, 호러 미스터리로서의 서늘한 기운을 마주할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걱정했던 이 모든 걸 한 방에 해소시켜준 몰입감은 최고로 꼽을 만 하다.

 

장르를 하나로 정의하기가 힘들다. 여러 가지 장르가 섞여 있어 하나를 꼭 집어내기 힘들 정도. 청춘이면 청춘, 호러면 호러, 반전이면 반전, 하나같이 섞이기 힘든 요소들임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뛰어난 몰입을 하게 만든다. 너무나도 쉽게 훅 읽혀서 놀랬다. 미리 집어먹은 겁이 우습기까지 했다. 최고라고 꼽을 정도는 아니었어도 오락성 하나는 끝내주는 소설이니 즐기기엔 이만한 게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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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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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였을 거다. 퍼플로맨스 수상작이었던 싱글빌을 참 재미있게 읽었던 게. 싱글빌에 입주한 그들의 화려하고 찬란한 색깔을 자랑하는 사랑에 내 마음도 노곤해져 흐뭇한 미소를 흘리게 만들었던 책 말이다. 그래서 유성의 연인도 기대를 많이 했다. 같은 퍼플로맨스 수상작이니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성의 인연책 제목과 헷갈려서 처음엔 좀 헤매어도 말이다. 게다가 최근에 무척 재미있게 본 드라마도 생각나게 하는 줄거리라 기대감은 높아지기만 하더라.

 

133억 광년 떨어진 트레나 은하에서 성년을 맞이하여 기념으로 2600년대의 지구로 여행을 떠난 미르.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는 오류로 1600년대의 조선에 불시착 한다. 산 속을 헤매던 휘지는 미르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생각한다. 낮에 만난 무당이 말하던 동쪽의 귀인이 바로 미르가 아닐까. 너무 곧고 바른 성품 때문에 유배를 온 휘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미르와 지내게 되는데 휘지는 이 처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처음엔 휘지와 미르의 로맨스를 생각했었다. ‘유성의 연인이라는 제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으니까.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의 로맨스 보다는 드라마에 더 가깝더라. 에피소드가 살아있는 미니시리즈 같은 드라마 말이다. 솔직히 애초에 기대가 너무 높았나 보다. 같은 퍼플로맨스 수상작이던 싱글빌을 기대했던 나에게 그만큼은 아니어서 재미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워낙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를 좋아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대화가 길게 느껴졌다. 곁가지를 좀 더 많이 쳐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매력이 살짝 덜한 휘지의 모습도 조금 아쉽고. 주인공의 매력이 덜하니 몰입도가 낮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저 취향에 맞지 않아 나에게는 아쉬운 소설이 되었지만 이만한 분량의 소설을 쓰기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충분히 짐작이 가기에 부디 건필해서 다음에는 더욱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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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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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시리즈로 유명세를 탔던 디앤씨미디어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았다. 일본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는 차치하고 신비한 능력을 가진 싱글대디의 일상 미스터리물이라는데 얇은 귀가 팔랑팔랑 거리는 건 당연한 얘기. 일상 미스터리는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에 생기를 주는 이야기라 가끔씩 챙겨보곤 하니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에 항복하고 말았다.

 

사람은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의 오감이 존재한다. 주인공인 타비토는 시각 외에 다른 감각이 없다. 그게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없으니 탐정일 외에는 많이 서툰 편이다. 그런 아빠를 보고 자란 여섯 살 테이는 왠지 모를 책임감에 어른스러워졌다. 그 나이의 아이답지 않은 모습이 짠해 보이기도 하고. 이들이 혈연으로 엮이지 않았는데도 가족이 된 사연은 무엇인지도 시원하게 해답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타비토의 모습도 너무 의미심장하고. 어쩔 수 없이 다음 편을 무지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릴 적에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간직하게 된 열쇠고리를 잃어버린 요코는 테이의 아빠 타비토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타비토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탐정이 직업이다. 테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교사인 요코는 아이답지 않은 테이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타비토에게도 그에 못지 않은 관심이 쏠린다.

 

시각으로만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언뜻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시각만으로 남들이 볼 수 없는 걸 볼 수 있는 것도 능력이면 능력이겠지. 어떻게 보면 참 부러운 능력인데 시각 외에는 다른 감각이 없으니 마냥 부러워하지도 못하겠다. 아무튼 시각만을 가지고 물건을 찾아내는 타비토의 실력은 탁월하다. 상당한 눈썰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같고. 애초에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눈치가 좀 없긴 하다. ^.^;;

 

타비토의 눈을 보고 누구는 깨끗하다 했고 누구는 슬프다 했다. 눈으로 모든 감각을 느끼는 타비토니까 보는 사람마다 틀리긴 할 거다. 순정만화 느낌이 물씬 나는 타비토와 테이의 관계는 흥미롭다. 어떤 것이든지 속 시원한 해설 없이 끝나버려 아쉽다. 재미가 있어서 속편이 기다려지기 보다는 궁금증 해소가 더 급해졌다. 타비토와 테이가 가족으로 엮인 사연과 타비토가 찾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게 더 궁금해. 속편을 얼른, 속히,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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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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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세계문학상은 두 편의 장편 소설이 받았다. 현직 판사 출신의 작가가 쓴 보헤미안 랩소디와 군대 의문사를 다룬 살고 싶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 최근에 일어난 총기난사사건 때문에 시끄러운 이 때에 이런 책을 읽으려니 마음이 무거워져서 말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간절함이 너무 서러워 보여 그냥 지나치기 어렵더라. 쓸모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시작하다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기도 했고.

 

훈련 중에 다친 무릎의 통증으로 제대로 된 군대 생활도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지내고 있는 병장 이필립. 병원과 군대를 오가면서 지내다 보니 동기나 후임들과의 관계도 얕기만 하다. 그러다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광통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광통에서 만나 친구가 된 선한이의 자살 소식을 알게 된 필립은 광통에서 선한의 죽음을 따라가며 생기는 의문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그에 엮인 인물들의 궤적을 추적하기도 하고. 선한이가 자살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보면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간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군인이어도 같은 군인 신분이 아니었던 그의 위태롭고 고독했던 날들이 서럽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많고 많은 선택지 중에 왜 하필 그것이었는지 쉽게 납득은 되지 않는다.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만의 고독과 외로움이 생각보다 진한 밀도로 다가온다. 친구의 죽음을 두고 진실을 마주하기란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아주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선한이의 죽음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느꼈던 필립은 그래서 숱한 방해에도 굴하지 않았던 것이다.

 

군대라는 곳은 낯익으면서도 굉장히 낯설다. 지니고 있는 특수성도 굉장하고. 책 속에 등장하는 기무대가 뭔지 잘 몰라서 찾아보기도 했다. 헌병만 들어봤지 기무대가 무어냐. 국군병원이 주요 무대다. 군대 내무반의 실정도 잘 모르는데 거기라고 알 턱이 있을까. 그것만 아니었다면 무척이나 공감되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살짝 힘 빠지는 후반부도 그렇고. 하지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니 믿어볼 만하다. 그 믿음과 신뢰는 견고하게 쌓아 올려 무너질 줄 모르는 돌탑과도 비슷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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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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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사람도 기가 쏙 빨리는데 그걸 쓴 작가라고 멀쩡할 리가 없겠지. <28>을 끝내놓고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고자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고, 그렇게 결정된 생애 첫 해외여행인데 히말라야에서 트래킹을 한다는 작가. 말로만 듣고 눈으로만 보던 그 히말라야? 작가님, 통도 어마어마하게 크시다. 히말라야로 떠나기로 했지만 처음 준비부터 만만치 않다. <제리>의 김혜나 작가를 섭외하고, 지리산을 동네 앞산 드나들 듯이 드나들며 체력을 키우고, 어찌어찌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네팔행 비행기에 오른다.

 

안나푸르나를 끼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한 바퀴 도는 것도 모자라 해발 5,416미터의 쏘롱라패스를 통과해야하는 트레킹 코스.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이 2,000미터가 조금 모자라는데 쏘롱라패스는 한라산의 두 개 높이보다 더 높은 곳이다. 한라산도 높이 가늠하기 힘든데 쏘롱라패스는 어떠할까. 그저 입이 떠-억 벌어지고 놀랍기만 하다.

 

소설만 놓고 보면 한없이 진지하고 묵직한 성격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았는데 국제도서전에서 뵈었던 모습에는 웃음도 많고 굉장히 유쾌하신 분이었다. 여행에세이이다 보니 개인의 성격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큭큭대며 깔깔대며 시종일관 유쾌함으로 분위기를 끌어가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순간에는 울컥하게 한다. 소설도 아닌데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마성의 글빨은 소설이나 여행에세이나 변함이 없네.

 

히말라야의 트레킹 코스이니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얼마나 고생스러울지 알고 있다. 고난의 연속, 고산병의 위협, 마살라의 그악스러운 냄새, 천 길 낭떠러지의 아찔함, 그러지 않아도 고되고 고된 여정인데 어느 것 하나 쉬운 구석이 없다. 하지만 참 진솔해서 좋더라.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분에 좀 더 친근하게 느껴져 좋기도 했고.

 

이런 여행에세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라서가 아니라 여행에세이가 이렇게 진솔했으면 좋겠다는 소리다. 묵직하고 빠르게 뛰어대는 맥박처럼 그녀의 글은 항상 그렇다. 그래서 좋다. 만져질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오는 박동소리가 내내 함께 한다. 힘차게 걷고, 고되게 걷고, 악착같이 걷고, 걷고, 걷고, 또 걷고. 그녀가 열심히 걸었던 히말라야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 두근대는 심장은 오랫동안 멈출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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