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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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사람도 기가 쏙 빨리는데 그걸 쓴 작가라고 멀쩡할 리가 없겠지. <28>을 끝내놓고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고자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고, 그렇게 결정된 생애 첫 해외여행인데 히말라야에서 트래킹을 한다는 작가. 말로만 듣고 눈으로만 보던 그 히말라야? 작가님, 통도 어마어마하게 크시다. 히말라야로 떠나기로 했지만 처음 준비부터 만만치 않다. <제리>의 김혜나 작가를 섭외하고, 지리산을 동네 앞산 드나들 듯이 드나들며 체력을 키우고, 어찌어찌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네팔행 비행기에 오른다.

 

안나푸르나를 끼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한 바퀴 도는 것도 모자라 해발 5,416미터의 쏘롱라패스를 통과해야하는 트레킹 코스.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이 2,000미터가 조금 모자라는데 쏘롱라패스는 한라산의 두 개 높이보다 더 높은 곳이다. 한라산도 높이 가늠하기 힘든데 쏘롱라패스는 어떠할까. 그저 입이 떠-억 벌어지고 놀랍기만 하다.

 

소설만 놓고 보면 한없이 진지하고 묵직한 성격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았는데 국제도서전에서 뵈었던 모습에는 웃음도 많고 굉장히 유쾌하신 분이었다. 여행에세이이다 보니 개인의 성격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큭큭대며 깔깔대며 시종일관 유쾌함으로 분위기를 끌어가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순간에는 울컥하게 한다. 소설도 아닌데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마성의 글빨은 소설이나 여행에세이나 변함이 없네.

 

히말라야의 트레킹 코스이니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얼마나 고생스러울지 알고 있다. 고난의 연속, 고산병의 위협, 마살라의 그악스러운 냄새, 천 길 낭떠러지의 아찔함, 그러지 않아도 고되고 고된 여정인데 어느 것 하나 쉬운 구석이 없다. 하지만 참 진솔해서 좋더라.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분에 좀 더 친근하게 느껴져 좋기도 했고.

 

이런 여행에세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라서가 아니라 여행에세이가 이렇게 진솔했으면 좋겠다는 소리다. 묵직하고 빠르게 뛰어대는 맥박처럼 그녀의 글은 항상 그렇다. 그래서 좋다. 만져질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오는 박동소리가 내내 함께 한다. 힘차게 걷고, 고되게 걷고, 악착같이 걷고, 걷고, 걷고, 또 걷고. 그녀가 열심히 걸었던 히말라야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 두근대는 심장은 오랫동안 멈출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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