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키스 매드 픽션 클럽
존 렉터 지음, 최필원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동안 두툼한 볼륨의 영미 스릴러들만 접하다 보니 얇은 두께가 새삼 놀랍더라. 이 정도의 두께로 얼마만큼의 만족을 줄지도 내심 궁금했고. 떠오르는 신예작가의 데뷔작이라 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

 

결혼을 위해 네이트와 사라는 다른 도시로 떠난다. 낯선 곳에서 씰이라는 낯선 남자와 만나게 되는데 씰은 목적지까지 차를 태워달라고 요구한다. 계속 기침을 해대는 씰이 걱정되어 병원에 갈 것을 권유하지만 씰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폭설 속에 여행은 더 이상 무리였고 모텔에 머무르기로 하는데 뒷좌석에 앉아 있던 씰의 맥박이 뛰질 않는다. 네이트와 사라는 씰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폭설로 고립된 모텔에서 씰의 가방을 들여다 본 네이트는 2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발견하게 되는데...

 

네이트와 사라는 풍족하게 자라지 못했다. 뜻밖의 횡재에 눈이 뒤집힐 만도 한데 사라는 씰에 대한 죄책감에 마냥 기뻐하기 힘들다. 자신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는 분명 필요한 돈임을 아는데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본의 아니게 폭설 때문에 모텔에 갇힌 다른 사람들과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는데 이 사람들 몰래 거액의 돈을 가지고 고립된 모텔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갑자기 생긴 거액의 돈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소재다. 숨겨져 있는 탐욕스런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기에 아주 좋은 소재니까 말이다. 익숙한 소재여서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했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증언부언 설명 없이 딱딱 떨어지는 문장들도 그렇고. 덕분에 쉽고 빠르게 한 번에 읽힌다.

 

가끔 기대가 독이 되는 책들이 있다. 비교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무조건 재미에만 치중하지 않는 이쪽 나라의 스릴러 소설들에 비해 솔직히 묵직한 여운은 덜 하다. 짧고 깔끔한 문장으로 빠른 스피드와 깊은 몰입은 좋은데 그것뿐이라서 조금 아쉽긴 하다. 처음의 기대만큼은 아니었을지라도 이건 작가의 데뷔작에 불과하다. 데뷔작이 이 정도면 나중에 나올 작품에 대한 기대감 상승은 당연한 거다. 익숙한 소재로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더라도 느낌은 느낌일뿐, 여태 보아왔던 것들과 달리 몰입감은 상당하니 한 번 즐겨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는 기억도 희미해진 학창 시절 읽었던 헤르만 헤세가 쓴 책들. 뜻도 모르고 읽었고 읽고 나서도 어려웠던 기억만 남아서 다시 찾아 읽기에도 힘들었던 책들. 그렇게 안 좋은 기억들만 가득한 작가 헤르만 헤세여서 처음부터 겁을 집어먹고 시작했다. 즐거운 취미생활이 되고자 일부러 이런 어려운 책들을 피하기도 했었고. 우선 반성부터 깊이 해야겠다.

 

항간에선 천재라고도 하는 헤르만 헤세. 그의 문학적 깊이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그의 이름, 그의 작품, 어느 것 하나 유명하지 않은 헤르만 헤세인데 그의 사랑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다. 아내라는 이름으로 헤르만 헤세의 곁을 지켜주었던 여인은 세 명이었다. 평생 여자와 사랑을 나눴지만 누구 하나 그의 외로움을 충족시켜주진 못한 것 같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문학적인 열정은 불태웠지만 곁에 있는 여인에게는 나쁜 남자가 되었던 헤르만 헤세.

 

아마도 헤르만 헤세는 결혼이라는 방식에 적응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혼 후 둘만의 온전한 시간을 견디지 못했던 헤르만 헤세의 방황은 계속되었고 곁은 지키던 아내는 그런 그에게 지쳐만 갔다. 아내를 지치게 하는 그가 결혼을 세 번이나 했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유명했던 그의 주위에는 항상 여자가 있었으니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겠지. ^.^ 헤르만 헤세가 세 번의 결혼을 하기까지의 과정과 주고받았던 편지, 헤세와 관계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는 그에 대한 이야기다.

 

헤르만 헤세는 이성과의 사랑에는 소홀했다. 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망은 대단했겠지만 번번히 실패한 결혼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열렬하게 사랑하는 문학이 있어서 이성과의 사랑은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양다리가 힘든 것처럼 말이다. 이성과의 사랑과 결혼에는 무참히 실패했어도 문학적으로 이뤄낸 성과는 후세에도 길이 남고 있으니 그렇게 봐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름 없는 자 - 속삭이는 자 두 번째 이야기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기에 바빴던 속삭이는 자의 도나토 카리시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영혼의 심판후반부에 잠깐 등장하고 사라진 열혈형사 밀라와 함께 왔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밀라를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린 속삭이는 자사건 이후 7년이 흘렀다. 그 충격으로 강력반에서 실종전담반으로 자리를 옮긴 밀라 바스케스 형사. 실종자들의 사진과 매일 대면하며 사라진 사람들을 찾기 위해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 어느 날 17년 전에 실종되었던 남자가 나타나 일가족 살인 사건을 저지른다. 이후 세상에서 사라졌던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 의문의 살인사건은 연이어 터지고, 우연한 기회로 밀라는 이 사건에 투입된다.

 

연이어 터지는 사건에서 발견되는 증거들이 있다. 증거들로 사건을 예측하는 강력반 형사들과는 달리 순전히 직감에만 의존하는 밀라. 뛰어난 직감과 통찰력으로 사건을 꿰뚫어 보는 실력은 여전하다. 과거 어떠한 이유로 경찰 내에서 왕따가 된 베리쉬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정점에 오른다.

 

어두운 통로에서 그나마 작은 빛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밀라는 생각보다 잘 살고 있지 못하더라. 그녀의 행복을 무척이나 빌었는데... 뜻밖의 과거에 놀라기도 했지만 삶에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수단(?)인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선의로 시작된 일이 결국엔 악의에 의한 것임일 때 누가 그 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베리쉬가 주장하는 악의 논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결국엔 설득 당하고 말았다. 역시 도나토 카리시가 최고라고 외치게 만든다. 너무나 강렬했던 속삭이는 자와는 조금 다르다. 더 어두워졌고, 밀라는 더 고생스러워졌고. 또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고민도 하게 된다. 범죄학자의 경력을 살려 독자를 들었다 놨다하는 실력은 여전하니 한 번 맡겨보시라. 바쁜 일상, 지친 독서에 불끈 의욕을 불태우게 해줄지도 모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겨울에 봄이 오면
우지혜 지음 / 청어람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는 능력을 가진 해수. 능력 때문에 피하고 외면하는 게 힘들어 굳건하게 잠긴 그녀만의 성에 갇혀 지낸다. 밖으로의 통로 역할을 해주는 산호의 부탁에 운성의 회사를 찾아가게 되는데 운성은 해수의 뛰어난 해커 실력에 호기심이 동한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행동이 알 수 없는 감정을 부채질하는데 도도한 운성이 무너지는 건 일순간이었다.

 

죽음의 그림자와 대면은 언제나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래서 해수는 선글라스를 선택했고, 가려진 시야 덕에 그나마 아슬아슬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운성은 그녀의 선글라스부터 벗기기로 한다. 시커먼 선글라스를 왜 끼고 있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는 해수가 애처롭기만 하다. 대책 없이 겁부터 집어먹는 그녀에게 마음이 불편해진 운성은 심드렁한 말투로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데 해수는 그런 그가 부러질 줄 모르는 대나무처럼 느껴져 자꾸 기대고 싶어진다.

 

평생 겨울에만 갇혀 지낸 해수에게 운성은 따뜻한 온기를 품은 봄 같다. 손을 내밀기도 전에 먼저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운성의 어깨는 넓고 단단하다. 조금씩 차오르는 감정이 낯설어 서툴기만 한 그녀. 운성은 그녀가 세상을 당당하게 마주할 용기가 생길 때까지 온 마음을 다해 아껴준다.

 

전작과의 출간 텀이 짧아 걱정도 조금 했다. ‘해바라기, 피다에서 애틋하기만 했던 강준이의 감정이 아직도 잡힐 것 같은데 짧은 시간 내에 얼마나 탄탄한 글로 돌아왔을지 내심 기대도 했다. 걱정과 기대는 접어두고 그냥 좋다. 좋기만 하다. 소금기 듬뿍 담은 산호도 좋고, 드디어 봄을 맞이한 해수도 좋다. 빈틈없이 잠긴 해수의 마음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린 느물대는 운성은 더없이 좋고.

 

해수의 봄을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너무 짧아 아쉬운 계절, 봄처럼 말이다. 차기작을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부디 그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너편 섬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건너편 섬’. 평소에 단편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다. 글이 짧아 뚝뚝 끊기는 감정이 낯설어서 말이다. 하지만 건너편 섬은 하나의 연작 소설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처음의 걱정과는 달리 편한 마음으로 읽었다. 주인공들이 대부분 나이 든 여자, 이를 악물고 험난한 시대를 살았던 여자들이다.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별로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는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콩쥐 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마리아는 자기희생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렸고, ‘언니를 놓치다에서의 세희는 사상이 달랐던 언니 명희와 분단 후 이산가족으로 만났고, ‘세상의 모든 순영 아빠에서의 순영 엄마는 경찰이었던 동네 사람에게 겁탈당한 후 죄책감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여자들의 이야기는 마주하는 게 좀 힘들다. 역사의 한 귀퉁이에 작게 쓰인 이들의 아픔은 크기만 작을 뿐 느껴지는 체감의 크기는 커다래서 들썩이는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내 주위에 누군가가 겪었을 법한 진짜 같은 가짜 이야기. 이웃집 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처럼 따뜻한 이야기면 좋으련만, 코끝이 시큰해지는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단편마다 뚝뚝 묻어나는 시큰함이 싫어질 법도 한데 작게나마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책장은 자꾸 넘어간다. 시대가 지났고, 시간이 흘렀고, 그 시절의 애틋한 감정만이 흐릿하게 남아있는 우리가 그녀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픔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서 따로 위로가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제목처럼 외롭게 떠 있는 섬 같기도 하다. 외로움이 독해지면 고독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든든한 어깨가 되어 따뜻하게 안아주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냥 이대로 꾹꾹 눌러 담아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고 가슴 한 구석에 담아두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