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콜드 키스 ㅣ 매드 픽션 클럽
존 렉터 지음, 최필원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904/pimg_7883271081064025.jpg)
그동안 두툼한 볼륨의 영미 스릴러들만 접하다 보니 얇은 두께가 새삼 놀랍더라. 이 정도의 두께로 얼마만큼의 만족을 줄지도 내심 궁금했고. 떠오르는 신예작가의 데뷔작이라 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
결혼을 위해 네이트와 사라는 다른 도시로 떠난다. 낯선 곳에서 씰이라는 낯선 남자와 만나게 되는데 씰은 목적지까지 차를 태워달라고 요구한다. 계속 기침을 해대는 씰이 걱정되어 병원에 갈 것을 권유하지만 씰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폭설 속에 여행은 더 이상 무리였고 모텔에 머무르기로 하는데 뒷좌석에 앉아 있던 씰의 맥박이 뛰질 않는다. 네이트와 사라는 씰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폭설로 고립된 모텔에서 씰의 가방을 들여다 본 네이트는 2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발견하게 되는데...
네이트와 사라는 풍족하게 자라지 못했다. 뜻밖의 횡재에 눈이 뒤집힐 만도 한데 사라는 씰에 대한 죄책감에 마냥 기뻐하기 힘들다. 자신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는 분명 필요한 돈임을 아는데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본의 아니게 폭설 때문에 모텔에 갇힌 다른 사람들과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는데 이 사람들 몰래 거액의 돈을 가지고 고립된 모텔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갑자기 생긴 거액의 돈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소재다. 숨겨져 있는 탐욕스런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기에 아주 좋은 소재니까 말이다. 익숙한 소재여서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했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증언부언 설명 없이 딱딱 떨어지는 문장들도 그렇고. 덕분에 쉽고 빠르게 한 번에 읽힌다.
가끔 기대가 독이 되는 책들이 있다. 비교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무조건 재미에만 치중하지 않는 이쪽 나라의 스릴러 소설들에 비해 솔직히 묵직한 여운은 덜 하다. 짧고 깔끔한 문장으로 빠른 스피드와 깊은 몰입은 좋은데 그것뿐이라서 조금 아쉽긴 하다. 처음의 기대만큼은 아니었을지라도 이건 작가의 데뷔작에 불과하다. 데뷔작이 이 정도면 나중에 나올 작품에 대한 기대감 상승은 당연한 거다. 익숙한 소재로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더라도 느낌은 느낌일뿐, 여태 보아왔던 것들과 달리 몰입감은 상당하니 한 번 즐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