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미래그림책 31
후지카와 히데유키 그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글,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욕심 부리지 말아야 한다, 욕심 부리면 안된다...
이 말처럼 어려서부터 듣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계속 듣는 그런 말이 없을 겁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서부터 머리가 하얀 어르신들까지 말이죠.

“왜 욕심 부리면 안되는데요?”
동생에게 양보해라, 욕심부리지 말아라..는 잔소리에 불만이 쌓인 큰아이가 입을 쑥 내밀고 물어왔던 질문입니다.
“응? 그건 말이지.....욕심 부리면 엄마한테 더 혼나니까. 그리고 넌 형이잖아”
아....이 얼마나 조리에 맞지 않고 설득력 없는 대답입니까?

정말 사람이 왜 욕심을 부리면 안되는 걸까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해 아이의 마음에 명쾌하게 와닿게 대답해주지를 못하겠어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그림책 [거미줄]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욕심‘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또 욕심을 부렸더니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책을 손에 잡았을 때 무엇보다 표지에 그려진 남자의 쥐새끼같이 쪼그맣고 사나운 눈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그 뾰죽한 턱선이며... 잔뜩 찌푸려진 이맛살.......
부처님조차도 뾰죽한 턱선을 지닌 데다가 온통 산발한 머리의 사람들....지옥을 나타내는 어둡고 칙칙한 색채가 주는 낯선 느낌이 단박에 확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평생 나쁜 짓만 하다가 딱 한번!
거미에 대해 발동한 측은지심으로 인해 지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그렇게 얻은 기회이건만.....
그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리다니....
그게 다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답니다.
아이가 보기에는 그 거미줄은 진짜로 처음부터 부처님이 칸다타에게 주신 것이고 “야 이놈들아 이 거미줄은 내 거란 말이야. 왜 허락도 없이 올라오는 거야. 내려가, 내려가라고!” 소리친 칸다타의 외침이 전~~혀 틀린 것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왜 끊어져서 다시 지옥으로 쳐박히게 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쳐다보았답니다. 하지만 만일 칸다타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질문을 했더니 아하~~~ 하며 납득을 하였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은 한번도 착한 일을 한 적이 없어?” 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칸다타가 일생 저지른 나쁜 짓이 많고 많건만 보잘 것 없는 거미를 살려준 대가로 구원의 기회를 얻는다는 불교의 교리(?)가 저울추의 논리에 익숙한 저와 같은 어른들에게는 다소 불공평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뭔가 하나라도 (그게 아무리 하찮은 일일지라도) 착한 일을 했으면 그 대가가 있다’ 라고 단순하게 이해하더라구요.

아래에서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다가 다시 지옥으로 곤두박질치는 야단법석이 벌어지고 있건만 아무 일 없이 무심하기 그지 없는 평화로움이 지속되는 극락의 모습으로 맺는 그림책의 마지막은 허...참.....허무하기 그지 없구만...이런 느낌마저 주었는데 이게 불교적인 것일까요?

기존에 익숙하게 보아왔던 서양의 그림책, 즉 기독교적인 관점(서양의 문화 자체가 기독교적이다 보니 비록 작가가 기독교신자가 아니더라도 그 기본적인 문화적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보여지므로)이 아닌 이러한 결말이 신선하게 다가왔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러한 다양한 시각..다양한 문화의 체험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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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0-10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매우 독특한 그림책이네요. 사실 전요, 종교란 일치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실제로 종교에 깊이 관련되어 있는 분들은 그게 아닌 모양입니다. 요즘 너무 심각하게 망가지는 종교의 모습을 보면 미워죽겠어요. ^^ 저도 이 그림책 꼭 기억해뒀다 보려구요.

깍두기 2004-10-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을 내면 '왜' 안되는가.....진짜 그 문제에 있어서 '왜'를 물어본 적은 없는 것 같군요. 당연히 안된다고만 생각하고....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밀키님 오랜만, 반가워요^^

반딧불,, 2004-10-10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생담 중 하나지요.
불교이야기들도 좋은 것들이 많이 있고,
읽다보면 어쩐지 기독교적인 내용과도 많이 겹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국 종교란 어쩌면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주제넘지요?

뚱글녀 2004-12-0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책이..아이책으로도 있군요.. 덕분에 좋은 책 알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