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시루에 물을 줍니다.
   물은 그냥 모두 흘러내립니다.
   퍼부으면 퍼부은 대로
   그 자리에서 물은 모두 아래로 빠져 버립니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콩나물 시루는 밑 빠진 독처럼
   물 한 방울 고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콩나물은 어느 새 저렇게 자랐습니다.
   물이 모두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콩나물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물이 그냥 흘러 버린다고
   헛수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매일 콩나물에 물은 주는 일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물이 다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헛수고인 줄만 알았는데,
   저렇게 잘 자라고 있어요.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모두 다 흘러 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물을 주면,
   콩나물처럼 무럭무럭 자라요.
   보이지 않는 사이에 우리 아이가.  

 





  - 천년을 만드는 엄마 중에서   ( 이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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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r830 2004-07-11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이 그냥 흘러 버린다고
헛수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
마음에 남네요.
^^님 퍼갈께요

水巖 2004-07-11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참 마음에 와 닿는 글이네요. 그림도 멋있고요. 추천하고 퍼 갑니다.

반딧불,, 2004-07-1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우리 아이 유치원 오리엔테이션 책자에
이 글이 쓰여있더군요.
출전을 찾아보니 천년을 만드는 엄마더군요.

한참이나 사고싶어서...혼자서 애달았지요.
히히..별로 좋지도 않은데...이 글이 그리 와닿더군요^^

밀키웨이 2004-07-1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아 임신했을 때 태교로 읽었던 책인데 그 책에 있는 글들이 다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이 글을 비롯하여 몇몇은 참 좋아요.
이 책을 낼 무렵의 상황이 엄마들이 무지하게 열심히 조기교육이다 영어교육이다 그런 걸로 과잉되어 있던 그런 때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시대적 상황을 벗어나지는 못하는 듯 해요.

하지만 늘 콩나물 시루라는 말을 기억하면서 살려고 하죠.
하지만 햇빛을 다 가린 그런 노란 콩나물이 되게 하고 싶진 않고 그러네요 ^^


반딧불,, 2004-07-13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딱 제 맘이옵니다..

다 가려져 있으면 어찌 알겠어요?
너른 세상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