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인이 있습니다.

그이와 내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그저 이쁘게만 봐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늘 장난만 치는 저를 진지하게 받아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글 하나하나마다 정성껏 받아주고 웃어주고 같이 심각해하는 여인이 있습니다.

친정엄마가 없어서 그런지... 한번도 토속적인 뭔가를 받아본 적이 없는 제게
친정엄마라도 된 듯 그렇게 살뜰하게 챙겨서 감동시키는 여인이 있습니다.
그렇게 테이프 일일히 붙인 그 손길 때문에 마구마구 미워질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씀씀이를 보이면 나는 미안해서 어쩌라고....투정을 부리고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그이에게 해 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렵게 부탁한 언젠가의 일도 저는 제 작은 귀찮음으로 그냥 거절하고 말았더랬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옷을 입으면 잘 어울리는지
어떤 자세로 잠을 자야 편안한지
아는 것이 없습니다.

예, 우리는 거리에서 서로 스쳐지나가도 모르는 그런 사이입니다.

오늘 열심히 만나서 좋아좋아 수다를 떨다가도
하루 안보고
이틀 안보고
삼일 안보고
그렇게 일년이 흘러 서로 잊혀져도 미안하지 않은 그런 사이여도
아무도 뭐라고 그러지 않는 그런 사이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전히  이 여인 때문에 코꿰고 마음꿰였습니다.

이 여인은 나쁩니다.
저를 신경쓰게 만드니까요.
저로 하여금 그이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으니까요.
언제부터인가 그 이름이 보이나 안 보이나 찾아보게 만드니까요.

이 여인은 정말 나쁩니다.
저로 하여금 제 자신의 못된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니까요.

이 여인은 정말정말 나쁩니다.
솔주막에서 벗어나고 싶은 때가 오더라도 그러지 못하게 제 발목을 꽉 잡고 늘어지니까요.

이 여인은 정말정말정말 나쁩니다.
솔직한 저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못하고 계속 착한 척 이쁜 척 하게 만드니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이봐요, 당신 말야...반디각시.
절대로 만나지 말자구.
만나는 그 순간 당신의 그 환상이 와장창 깨질것이외다.
그 환상을 지켜주어야 할 엄중한 임무가 오늘 제게 떨어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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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ryb 2004-06-0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반디님은 좋겠다.. 어제 이글 보고 앤님 말씀처럼 저라고 생각하고
딱보니 흐흐흐 그냥 찜이 좔좔 흐르더군요^^
그래요 이렇게 좋은사람들 좋은인연으로 이어지길....

반디님도 밀키님도 제 2004년에 있어 참으로 중요 인물로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아마도 전생에 우린 뭐였을까?^^

밀키웨이 2004-06-0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님
제가 말입니다.
진짜로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제가 해드리는 건 하나도 없는데 이리 다들 고마우시니 말이죠.

좋은 사람 좋은 인연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행복한 인연으로 말입니다 ^^

반딧불,, 2004-06-0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이제사 다시 읽으니 결국은 얼굴 안보여주신단 야그구만요.
절대..봐야징^^

2004-06-09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