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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형이니까 ㅣ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5
후쿠다 이와오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1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은 정말 신선하다였습니다.
책내용이며 결말도 그렇지만 일단 번역자와 출판사의 의도부터가 신선했지요.
신선함의 첫번째 이유. 원래의 고유명사 유지하기
이 책이 나오기 전부터 그림책시장에서 일본그림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컸습니다만
반일의식을 의식한 것이였는지 어쩐지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순이, 영이와 같은 너무나도 친숙한 나머지 촌스럽기까지 한 이름으로 탈바꿈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처음으로 유이치, 노보루, 다께시, 하나야마 공원과 같은 일본식 이름 그대로를 가지고 나왔더라구요.
물론 그림 자체도 게다를 신고 있는 아이들, 친동야의 기모노차림,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일본식 지붕들 등 일본색이 물씬합니다.
그림책을 아주 많이 보아오지는 못했지만 번역되어 나온 책들 중에서 이토록 일본적인 그림을 본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두번째 신선한 이유. 순수한 아이의 입장
본인은 결코 원하지 않았는데 어느날부터 형이 되어버린 아이.
엄마는 늘 "넌 형이니까"라는 말씀만 하시고
동생은 이쁘거나 귀여운 존재가 아니라 정말 귀찮고 말썽장이에다가 엄마의 애정까지 빼앗아가버린 얄미운 녀석입니다.
그 동생이 행방불명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여느 그림책의 주인공처럼 동생이 너무너무 걱정이 된다는 식의 착하디 착한 천사표의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순간 당황하여 멍하니 있다가 찾았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서야 비로소 배고픔을 느끼는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동생을 찾긴 했지만 그래도 결론은 "역시 얄미운 녀석"이라고 내리며 간식을 먹지요 ^^
물론 일기장에서 보여지는 속마음은 좀 달라진 게 보여요.
그전 같으면 여러대 때릴 것을 이제는 한대밖에 안 때린다.
왜 그럴까, 내가 형이라서 그런 걸까?
이렇게 스스로 자문해보지요.
이전까지 우리가 흔히 보던 도덕교과서적이고 착한 형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진짜로 아이다운 그런 결말이 마음에 들었답니다.
세번째 신선한 이유. 내용전개의 신선함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문장은 "하나야마 공원에서 매미를 잡고 있는데 내동생 다까시가 달려왔다"는 아주 일상적인 일을 나타냅니다.
그러면서 전개되는 내용은 실제의 일과 아이의 생각을 오가며 진행되지만 복잡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건 주인공인 유이치의 마음이 너무나 쉽게 공감이 가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큰놈이 이책을 참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동질성 내지는 공감, 좀더 시샵이 잘난척 해본다면 감정이입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껴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