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의 소설쓰는 법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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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창녀와 소설가가 모두 상품이다.
창녀는 자기 고객들에게 질 좋은 상품이 되기 위하여 열심히 몸관리를 한다. 목욕을 부지런히 깨끗하게 하고 피부에 향유를 바르고 그 피부를 탄력있게 하려고 과일과 야채를 먹는다. 몸매를 늘씬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적당한 운동을 한다. 입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고 치과에서 치료를 받는다. 고급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고 머리칼을 세련되고 아름답고 그윽하게 가꾼다. 성형외과에 가서 얼굴을 예쁘게 고치고 계절에 알맞은 개성적인 옷을 입는다. 요란하지 않은 귀고리를 걸고 반지도 끼고 목걸이도 한다.
고객을 불러들일 방에는 오디오를 설치하고, 클래식 음악이나 팝송시디를 들여놓는다. 침대를 가릴 수 있는 커튼을 늘어뜨리고 고급스런 요와 이불을 준비해놓고 꽃을 꽂고, 미술 작품을 벽에 걸어야 한다.
고객의 성정과 정서에 따라서 문학이야기, 미술이야기, 음악이야기, 축구이야기, 야구이야기, 농구이야기를 속삭일 수 있도록 독서도 하고 취미활동도 해야 한다. 몸뚱이를 이용하여 신분상승을 노리는 창녀는 정서적으로 지적으로 고객을 뇌새시킬 수 있어야 한다.-319쪽

한번 자기의 몸을 한아본 고객이 자기를 늘 그리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여자에게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그녀만의 향기로운 성적인 테크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테크닉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하고 진실성 있고 순수해 보이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객이 오르가슴에 이르도록 연출할 뿐만 아니라 고객이 성적으로 그녀를 제압할 제왕이 되도록 연기도 능숙하게 해야 한다. 침대안에 들어온 고객으로 하여금 성적인 열듬감을 맛보게 하거나 그녀를 제압하는데 실패하게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소설가도 창녀와 같다. 당신은 고객인 독자를 위해 성심을다해 책을 읽어야 하고 열정적으로 소설을 써야 한다. 독자가 당신의 책을 읽는 한 시간을 위하여 작가인 당신은 젖먹던 힘까지 모두쏟아부어야 한다.
나는 소설가를 잡식성동물이라고 규정한다. 소설가는 남의 소설만 읽어서는 독자를 만족시킬수 있는 소설을 쓸수 없다. 몸을 파는 창녀가 몸뚱이 하나만으로 창녀행위를 하지않고 자기의 온인생, 온생명을 던져서 미친듯이 고객을위해 사랑행위를 하듯이 소설가는 먼저 책읽기에 미쳐야 하고 소설거리를 하나 붙잡으면 그 소설을 미친듯이 써내야 한다.-320쪽

한국문학 작품들과 세계문학 작품들을 읽어야 한다. 시를 읽어야 한다. 방계 예술인 미술과 음악과 영화와 연극을 보아야 한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읽어야 하고, 세계사와 한국사를 읽어야 하고 인간심리학, 동물심리학, 식물심리학, 미생물학, 천문학을 읽어야 하고, 경찰관들의 수사에 대하여 공부해야 하고, 보석에 관한 서적을 탐독해야 한다. 불경, 기독교성경, 이슬람경전, 힌두교경전을 읽어야 하고, 불교의 선에 대하여 알아야 하고, 무속에 대하여 공부해야 한다. 한국의 신화는 물론 그리스신화를 공부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선생, 추사 김정희선생은 타의에 의해 갇혀 살면서 그 답답한 삶과 자기의 절대고독을 글쓰기와 글씨쓰기로써 풀고 승화시켰다. 뜻있는 작가는 자기를 스스로 유배보낸다. 그 유배지는 자기가 마련한 작가실이다. 작가는 그 유배지에서 자기를 양생해야 한다. 작가는 세상과 자기에게서 유배당할지라도 외롭지 않은 기이한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자기소설속에 설정한 인물들과 함께 살기 때문이다.-321쪽

소설거리를 붙잡으면 거기에 알맞은 자료를 넉넉하게 수집하고나서 미친듯이 몰입해야 한다.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야 한다. 나는 젋은시절부터 내 작가실 바람벽에 '광기'라는 두 글자를 흰종이에 써서 붙여놓고 글을 썼다.
소설쓰기에 미쳐버리지 않고 어떻게 좋은 소설을 쓸 수 있겠는가.
내가, 소설가가 되어 한국 소설문학의 판도를 바꾸고 대박을 터뜨릴 꿈을 꾸는 당신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이다.
"소설쓰는 일에 미쳐버려라."-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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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엄마는 동네친구들과 한잔 한다고 나갔고, 둘째 아이는 제 언니 방에 쳐박혀서 훌쩍이고 있다. 졸립다고 후다닥 벗어던진 잠바가 풀석 떨어져놓인 곳은, 하필이면 개가 오줌싸놓은 곳이었다. 개도 아이도 천진난만한 표정이어서 어느쪽에다 대고 소리를 질러야 하나 1초정도 헷갈렸다. 소리는 재발방지가능성이 그나마 높아 보이는 쪽을 향했다. 느닷없는 벼락을 맞아 제 언니 방에 틀어박힌 아이 눈치를 살핀다.
"삐졌냐?"
"저리가. 괴물."

하는 수 없이 거실에다 잠자리를 봤다. 취침시간이라고 선포한 11시를 넘기고 있어 천정등 대신스탠드등을 밝혔다. 큰 애가 동생 훌쩍이는 게 시끄러웠던가 보다. 방학이니까 11시 넘어도 책 볼거야. 옆자리를 밀고 들어오는 당당함에 잠깐 당황해서 빤히 쳐다봤지만, 너무도 신경을 안써주시고 독서삼매경. 이럴때 태클 들어가봐야 가오도 안 잡히고 인간대접도 못받으니, 그냥 넘어간다. 물론 "감사합니다" 분위기는 안 잡혔다. 안 넘어가주면 어쩔테냐?는 듯 당당냉냉하시다.

연방 키득키득거려서 뭔대?하고 싶었지만 참는다. 이불속 발장난 끝에 신경거슬린 큰 놈이 벌떡 일어선다. 일방적으로 불리한 발장난도 종식할 겸해서 화장실로 가는 듯. 키득키득대던 부분을 펼쳐보았지만 도무지 어디가 그렇게 재밌는지 알길이 없다.
저는 저대로 재밌어죽겠고, 애비는 어디가 재밌는지 도통 알 길이 없으니
이제 이놈과 내가 제대로 된 부녀관계의 길로 접어든 것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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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씨니컬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 범접하지 못할 권위에 대한 통쾌한 씨니컬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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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ㅣ 화폐전쟁 1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연방이아니고 준비금도없고 은행도아닌 미연방준비은행. 금융쇼크를 보는 중국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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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P
부인은 융경 신미년에 태어나서 열다섯에 우리 집으로 시집을 왔다. 성품이 근실하면서도 질박하여 꾸밈이 없었다. 길쌈에 부지런하여 조금도 나태함이 없었으며, 말을 입에서 내지 못하는 듯이 하였다. 모부인 섬기기를 매우 공손히 하여, 아침 저녁으로 반드시 몸소 인사를 여쭈었으며 진지는 반드시 맛을 보고 올렸다. 계절이 되면 시절 음식을 공궤함이 매우 풍성하였다. 종을 대하는 것은 엄하면서도 관대하였고 험악한 말로 꾸짖는 일이 없었다. 모부인께서도 칭찬하면서 "내 어진 며느리"라 하셨다.

내가 한창 어린 나이에 마구 놀러 다니기를 좋아했는데, 얼굴에 싫은 빛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조금이라도 마구 행동하면 문득 이렇게 말하곤 했다.
"군자가 처신하는 것은 마땅히 엄해야 합니다. 옛사람은 술집이나 찻집에도 들어가지 않는 분이 있었다는데, 하물며 이보다 더한 것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내가 듣고 마음에 너무 부끄러워 조금이나마 자제하곤 했다. 그이는 항상 내게 공부를 권면하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대장부가 세상에 나매 과거급제를 해서 높은 벼슬에 올라 어버이를 영광스럽게 해 드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이로운 것 또한 많은 법입니다. 당신의 집은 가난하고 시부모님 또한 연로하신, 재주만 믿고 허랑하게 세월을 보내지 마십시오.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니, 후회한들 어찌 돌이킬 수 있겠습니까?"

임진년 왜적을 피해 피난하던 시절, 바야흐로 임신하여 곤고한 몸으로 단천에 이르러 7월 초이렛날 아들을 낳았다. 이틀 후 왜적이 갑자기 쳐들어오자 순변사 이영은 마천령으로 물러나 수비를 하였고,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그대를 이끌고 밤을 도와 마천령을 넘었다. 임명역에 이르자 기운이 없어 말도 못하였다. 그때 같은 성씨였던 허형이 우리를 맞아 함께 바다의 섬으로 피난하였지만, 거기서 머무를 수가 없었다. 억지로 산성원의 백성인 박논억의 집에 이르러, 초열흘날 목숨이 다했다. 소를 팔아 관을 사고 옷을 찢어 염습을 했으나, 살갗이 상기도 따스하여 차마 묻질 못했었다. 얼마 후 왜적이 성진창을 공격한다는 말을 듣자 도사공이 급히 명하여 뒷산 언덕에 묻으니, 그대 나이 스물 둘이요 나와 함께 산 지 무릇 8년이었다.

아, 슬프다! 그때 낳은 아들은 젖이 없어 일찍 죽고, 처음 낳은 딸 하나는 자라서 진사 이사성에게 시집을 가서 아들과 딸 각 하나씩 낳았다. 기뉴년 내가 당상관에 승직하여 형조참의를 제수받았는데, 관례에 따라 숙부인으로 추증하였다. 아! 그대의 아름다운 행실로 중수도 누리지 못하고 후사도 끊어졌으니, 하늘의 도 역시 짐작하기 어렵다.

바야흐로 곤궁했던 시절에 그대와 마주하여 등잔불을 돋우면서 반짝반짝 밤을 새워 책을 펴고 읽었다. 조금이라도 싫증을 내면 그대는 꼭 농담을 던지곤 했다.
"게으름 피지 마세요. 저의 숙부인 첩지가 늦어집니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다만 한 장 텅빈 교지를 그대 영전에 바치고 그 영화로움을 누리는 자는 나와 머리 틀어올려 부부가 된 애초의 짝이 아니라는 것을. 그대 만약 앎이 있다면 또한 필시 탄식하고 슬퍼할 것이다. 아, 슬프도다! 을미년 가을, 함경도 길주에서 돌아와 강릉 외가에 묻었다가 경자년 3월 선부인을 따라 강원도 원주 서면 노수에 길이 안장하니, 그 묘는 선영 왼쪽에 있고 인좌 신향이다. 삼가 행장을 쓴다.


허균 부인의 농담이 정겨워, 또 그 농담을 행장에 옮겨적기까지 20년을 삭여두었던 허균에게 뭔가 위로를 전해야 할 것같아 근무시간인 줄 알고서도 옮겨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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