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엄마는 동네친구들과 한잔 한다고 나갔고, 둘째 아이는 제 언니 방에 쳐박혀서 훌쩍이고 있다. 졸립다고 후다닥 벗어던진 잠바가 풀석 떨어져놓인 곳은, 하필이면 개가 오줌싸놓은 곳이었다. 개도 아이도 천진난만한 표정이어서 어느쪽에다 대고 소리를 질러야 하나 1초정도 헷갈렸다. 소리는 재발방지가능성이 그나마 높아 보이는 쪽을 향했다. 느닷없는 벼락을 맞아 제 언니 방에 틀어박힌 아이 눈치를 살핀다.
"삐졌냐?"
"저리가. 괴물."

하는 수 없이 거실에다 잠자리를 봤다. 취침시간이라고 선포한 11시를 넘기고 있어 천정등 대신스탠드등을 밝혔다. 큰 애가 동생 훌쩍이는 게 시끄러웠던가 보다. 방학이니까 11시 넘어도 책 볼거야. 옆자리를 밀고 들어오는 당당함에 잠깐 당황해서 빤히 쳐다봤지만, 너무도 신경을 안써주시고 독서삼매경. 이럴때 태클 들어가봐야 가오도 안 잡히고 인간대접도 못받으니, 그냥 넘어간다. 물론 "감사합니다" 분위기는 안 잡혔다. 안 넘어가주면 어쩔테냐?는 듯 당당냉냉하시다.

연방 키득키득거려서 뭔대?하고 싶었지만 참는다. 이불속 발장난 끝에 신경거슬린 큰 놈이 벌떡 일어선다. 일방적으로 불리한 발장난도 종식할 겸해서 화장실로 가는 듯. 키득키득대던 부분을 펼쳐보았지만 도무지 어디가 그렇게 재밌는지 알길이 없다.
저는 저대로 재밌어죽겠고, 애비는 어디가 재밌는지 도통 알 길이 없으니
이제 이놈과 내가 제대로 된 부녀관계의 길로 접어든 것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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