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향연 - 최후의 금기어를 논하다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지음, 오승우 옮김 / 들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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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실패, 특별할 것 없다. 실패냉담자가 되자. 제목의 포스에는 조금 못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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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오연호기자의 노통인터뷰 읽고나니 패배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절로 젖는다.

노무현대통령을 뽑던 2002년 선거일에 근무를 했었다. 물류센터 이전과 이전 까짓것이야 산들바람에도 못미칠 물류개편작업이 결국은 실패폭풍속으로 치닫고 있던 터라 아쉬운 마음 깃들 구석도 없었다. 일은 해야겠기에 목구멍으로 밀어넣던 밥 한숟가락에 얹힌 밥알들의 생김새와 촉감을 잡아내던 식도의 느낌을 지금도 기억할 수 있던 때였으니까.

투표는 못했지만 열렬하게 지지하고 응원했던 노무현의 집권 5년 술회를 들으며 드는 생각은 복잡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계시는 양반이지만 언감생심 은근한 동질감, 동류감을 가져왔다. 실패라고 본인이 자평해버린 정치전술들에 나는 열광했었다. 참신했고, 창의적이었다. 절묘했고, 통렬했다. 정치던 유통이던 일은 이렇게 하는 것 아니겠냐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는 정치적소수파였고, 나는 업계4위 회사의 직원이었으니까.

인터뷰는 솔직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해 보였고, 터져나오고 게워내어지는 듯 했다. 패배자의 그것이 확실해서 처연한 느낌이다. 패.배.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니 노무현은 패배자의 자격을 두루 제대로 갖추었다.
1) 소수파이고
2) 명분이 뚜렷하고 취지가 훌륭했으며
3) 전술과 시도는 진심어리고 창의적이었나
4) 적은 강대하고
5) 여건은 미성숙해서
6) 패.배.했.다.

이런 걸 두고 아름다운 패배라고 한다던가. 승자와 관객들이 승리감과 즐거움을 만끽한 끝에 이 등신!이라는 말 대신 패자에게 들려준다던 "아름답다"는 그 말. 흥! 이 정도도 안했다면 그냥 패배가 아니라 승패를 떠난 관객인게지. 게이머가 아니었다면 패배할 수조차 없으니 대단한 거라고 하면 동의해 줄 수 있겠다. 세상의 패배자들은 모두들 이정도는 다하고 패배한단 말이다.  

사람들은, 나는 너무나 "아슬아슬하게, 안타깝게 실패하는 법"에 익숙해 있다. 실패는 다 아슬아슬, 안타깝다. 그렇지 않은 실패를 본 적이 없다. (검정눈이 없건만)흰눈처럼 형용사 남용이지 않은가. 어떤 때는 혹은 어떤 액션을 보면, 내가 승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인지, "최선을 다했으나 안타깝게도 패배한 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의도 자체가 헷갈릴 때도 있다. 노무현은 전자였던가? 후자였던가? 나는? 우리는?

노무현이 패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정치사에 빛나게 자리할 것은, 알라딘이 1등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없이 사라져갈 것처럼 명백하다.(역사가 어쩌구해서 승리라는 평가에 동의하기 힘들다. 모든 상품들이 시장에서 성공/실패를 겨루는데, 어째서 유독 정치상품만이 역사라는 곳에서 평가받는단 말인가?)사람들아! 우리가 하고 있는 것, 아름답고 안타까운 패배를 향하고 있는지, 승리를 향하고 있는지 되짚어보자. 찬물 한바가지 뒤짚어쓰자.  

패배를 두고 "아름답다"고 하는 건 승자와 관객들이지 패자가 아니다. 그건 머저리를 본 적이 없다. 장렬하건, 안타깝건, 최선을 다했건, 취지가 빛나건, 느닷없는 악조건탓이건, 어쨌거나 패배는 꼴불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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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7-10-1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승자라고 자부하는 한나라당은 아름다운가..
 

수영
9월18일, 20일, 27일, 28일
10월2일, 10월3일,10월4일
수영장을 은평구민체육센터로 이전

달리기(9월누적 : 97.2km, 10월 누적 : 23.7km, 총누적 : 120.9km)
9월20일 월드컵경기장 5.8km 4세트
9월24일 5km 조깅
10월7일 하이서울마라톤대회 23.7km부문 출전(2시간14분16초)

자전거(누적 75km)
9월22일 일영 25km
10월3일 일영 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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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아이디어들이 터져나오는 장소들이 있다. 가령 화장실이나 술집. 화장실에 읽을꺼리를 들고 들어가는 내게는 화장실 아이디어 체험은 없지만 술집 아이디어는 내기도 듣기도 했다. 그럴싸해서 실제로 사업화된 것도 몇이 된다.
인류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알콜의 어떤 기능이 있는 탓일까? 아마도 고민패턴과 상관있지 싶다.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어떤 문제를 받아들게 되면 뾰족한 답이 없이 하루종일 가슴속에 무겁게 받아들고만 있다. 1분~2분짜리 고민(걱정)을 하루에 10여차례 골치를 썩기 신공을 동원할 뿐인 것이다.
술자리에서 업무얘기 좀 그만하자(직장동료와 쇼펜하워얘기라도 나눠야 한단 말인가!)는 오랜 다짐은 늘 무색케하며 이 골칫거리는 반드시 터져나온다. 한 20분 정도 대화를 하다보면 문제가 좀더 적나라하게 보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답도 나온다. 상대방이 특별한 생각을 보태준 것도 아니고 그저 대화가 가능하도록 글쎄, 응 등등의 기본추임새만 해줘도 대개 그렇다.
결국은 고민시간이 문제인 것이 아닐까 싶다. 2분짜리 10회는 무용하고 20분짜리 1회는 답을 낸다. 앞엣것은 걱정이라고 하고 뒤엣것은 생각, 사고라 할 만하다. 앞엣것은 편두통 약으로, 뒤엣것은 고과평가 A로 귀결한다.
브레인스토밍은 어떤 한 문제를 두고 골치를 썩고 있어야하는 전략적공감상태를 폭넓고 깊이있게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한 껀 건져올릴 타율이 연간 1~2회에 불과하다. 여기에 기대기는 힘들다. 각자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1주에 1건 이상이 늘 있다. 게다가 해 기울고 혈당 떨어지는 오후4시에 회의실에서 마주앉아봐야 뭐를 건져낼만한 내 뇌도 아니고, 그의 뇌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 2분짜리 10세트씩 고민하느니 어쩌면 술 먹으로 가는 게 낫겠다. 다만 당신의 고민을 참고 들어줄 기꺼운 마음, 강한 간, 넘치는 경제력, 남아도는 시간을 두루 겸비한 술꾼 동료가 없다면 20분짜리 1세트 집중사고습관을 수련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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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입사한 김**가 9월15일자로 사직. 사장님과 상의해서 공로패를 전하기로 함.

문구가 대략 이랬다.
"알라딘은 1997년 7월 물류서비스를 개시하였다.
2006년 9월 성수기까지 7년동안 21전 21패하였고
2006년 12월부터 2007년 9월까지 1년동안 3전3승하였다.
2006년 12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출하관리담당은 김**였다."

사직 술 한잔 하면서 알라딘 이후의 빛나는 김**의 인생비전을 들으면서 사실은 알라딘이 이제 지겨워졌구나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출하관리담당은 내가 아는 한 가장 뜨겁고 치열한 보직이어서 성수기의 참맛은 뭐니뭐니해도 출하관리담당이 만끽한다. 그런데도 지겹다고? 총알이 난무하는 참호속에서도 병사들은 지겨움을 느끼겠구나 싶었다.   

실패했다는 7년동안 팀장 하나와 팀원 십수명이 떠났고, 회사까지 힘들게 만들어 옆 본부의 유망한 젊은 팀장들을 여럿 떠나게 만들었다. 2주일 동안 사이트를 닫고 장사를 중단하였고, 고객불만은 폭증하 여 전화응답율이 65%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 독기는 넘쳤지만 작은 것 하나도 힘에 부쳤다.
최근 2년은 절치부심의 결과까지는 아니지만 어찌어찌 기사회생했다. 속도에 열광하는 고객도 여럿 계시고, 깔끔한 AS 뒷처리를 칭찬하는 글도 심심찮다. 경쟁사들의 물류센터 견학방문도 부쩍 늘었다.

지난주 출고약속준수율 99.79%. 이걸로는 성과평가 C가 안된다. 100%에 모자라는 0.21%를 마저 채우고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까? 어쩐지 신명이 나질 않는다. 

지난 1년 6개월은 기록경기 같았다. 프로덕트페이지의 예상수령일안내부터 최고수준의 당일출고율, 최초의 당일배송... 따르는 경쟁자가 없으니 우리끼리 99.95%의 목표를 정해놓고 기록게임하듯이 지내왔는데. 9월3일부터 Y경쟁사는 프로덕트페이지를 토시하나 틀리지 않게 베껴갔다. 힐난하는 마음은 사실 눈꼽만큼도 없었고, 워~ 이제 링에 올라오는거야? 라는 심정이어서 손가락 꺽어서 우두둑 뼛소리도 내보았다.

9월 성수기를 지내고보니 이 게임 도통 재미가 없다. 당일출고율 몇 % 앞서고, 당일배송율 뒷단이 시스템적으로 잘 꾸려져있다는 거. 아무 감동도 없고, 재미가 없다. 이 상태에서 0.21%를 채우겠다면 '마른수건 쥐어짜기'에 머무를 것 같다. 유효한 전략이지만 재미는 없잖아? 이 링을 떠나야한다. 경쟁사Y는 아무도 없는 미들급링에서 헛손질하도록 내버려 두고 알라딘은 헤비급링으로 무대를 옮겨야만 한다. 별 차별성없이 미들급 링에서 피터지게 싸우는 거 관중들도 재미없을 것이다. 우리가 링을 옮기면 관중들도 따라 올게 틀림없지. 같은 돈 주고 누가 2군경기 보고 앉았겠냐구. 

지난 1년6개월동안 경쟁자없이 기록경기 한 것, 편하고도 편한 날들이었구나. 내 서비스道伴들과 헤비급무대에 올릴만한 걸 찾아봐야겠다. 9년을 쓴맛보고 겨우 단맛본 1년. 아깝다 생각않고 미들급 링을 떠난다. 대가리쳐박고 눈알 부라리며 찾아야 보인다. 

뭐 하나 나오면 잘 빚어서 3개월만 이걸로 재미 좀 보자구. 링 위에 또 올라오면 씨발 니 무라~하고 또 떠나는거지 뭐. 정답고 지겹고 고단하고 숨 헐떡이며 두눈퀭한, 그래도 용맹정진하는 내 道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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