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한눈에도 칠순이 되신 할머니 5시간40분만에 완주하여 골인하시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원없이 건강하게 더 달리시라고 응원해봤다. 자기재능에 맞는 일을 자기가 좋아하는 일 삼는 것은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제 때 찾는다면 더더욱 큰 복이겠고. 늦지 않게 이런 행운이 모두에게 찾아오길 바래본다.

ㅇ 거동이 불편하신 노모를 휠체어에 태우고 달리는 마라토너. 오른쪽 호수 보세요. 건너편 사람들 보세요. 지친기색도 없이 설명하는 것을 조용히, 잠시 지켜보았었다. 그 오르막들을 다 어떻게 했을까... 5시간 30분만에 완주하셨고 휠체어에 키가 모자란 손주들이 환영해 주었다. 흔하던 박수소리가 이분들께는 꽤 컸다.

ㅇ 아저씨 한 분이 초조하게 응원하는 선수를 기다리다 지쳐 잔디밭을 가로질러 운동장입구까지 달려간다. 함께 달려들어오는 선수는 그이의 부인인듯하다. 남편은 곁에서 달리면서도 왼쪽으로 옮겨서 부인얼굴 한번 쳐다보고 오른쪽으로 옮겨서 쳐다보고 예쁘고 자랑에 차서 만세를 한 채로 팔짝팔짝 뛴다. 민망해 벌겋게 달아오르긴 했지만 왼쪽 오른쪽으로 고개돌려 눈 맞추는 부인의 얼굴은 조용히 웃고 있었다.

ㅇ 하이서울 마라톤대회에서 봤던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는 이번에는, 자신을 돕던 마라토너들을 위해 나팔(악기이름 모름!-아주 길었고 태평소 소리가 났다)을 부르고 있었다. 잘낫냐 못낫냐는 두번째고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좋은 말은 왜 이렇게 드문 사례에서나 비로소 설득력을 갖는 것일까. 

ㅇ 3주간 술독에 빠져지냈지만, 힘들던 32km 지점에서 페이스메이커 삼을만한 아주머니 두분을 졸졸 따라다닌 덕에 무사히 완주했다. 힘들 때 페이스메이커 삼을만한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혹은 힘들 때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 삼을만한 사람이 된다는 건 또 얼마나 폼나는 일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