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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평전
벤저민 양 지음, 권기대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아는 위인들은 이미 죽은 지 오래되었거나, 아직 살아있는데, 등소평은 근래에 죽은 사람이라 좀 어색하다. 동시대의 사람이 죽어서 위인의 반열에 오르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속이 어째 좀 복잡해지고만다. TV에서 보고 있자면 어째 좀 어설퍼보이기도 하지만, 그에 관한 활자를 대하고 있자면,  50년 후에는 역사로 기록될 때를 살고 있다는 아찔한 느낌에 뒷덜미 쪽이 좀 스늘해지기도 하고...

나에게, 처음 등소평은 홍수환과 비슷했다. 세번 타도당하고, 네번 집권하는 거나 네번 다운당하고 다섯번째 케이오승하는 거나.(홍수환 선수가 등소평보다 한 끝 더 높네...) 확실히 칠전팔기의 인생은 경외스러운 데가 있다. 인생에다 무슨 짓을 했길래 일곱번씩이나 쓰러지는 것이고, 기어코 일어서서 또 팔기를 만든단 말인가?

좀더 나이를 먹자, 누군가가 나에게 등소평이 "조직의 화신"이고, "조직활동의 전범"이라고 일러주었다. 사회주의시장경제론, "흑묘백묘", 미/영과의 외교담판, 남순강화, 그리고 무엇보다 4인방 체포의 드라마틱한 쿠데타...등등 무릎을 탁 칠만한 일화와 이론들이 그의 생애에 들어차 있지만, 나는 조직가로서의 등소평에 대한 이 평가가 제일 맘에 든다.  
등소평이 초안했을 것이 틀림없는 <역사결의>의 "공적이 제1이요, 과오는 제2"라는 모택동 평가 대목은 교묘한 정치언술의 대표사례로 꼽히곤 하지만, 중국공산당이 전진하기를 또한 전진과정에서 뿌리를 잃고 흔들리지 않기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다시 고민했을 등소평의 고뇌가 잘 느껴진다.
또 하나. 등소평은 조직에 무조건 충직하지도, 모택동에 무조건 복종하지도 않았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도 승리를 보장받은 주연배우처럼 흑묘백묘를 되뇌이고 있다. 읽는 사람들 조마조마하게스리... 처세의 달인이긴 했으되, 싫은 것도 좋다고 할 정도로 느끼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기야 처세의 달인은 좋은 것을 좋다 안할 뿐, 싫은 것을 좋다고는 안한다고 했었지... 공적 70%, 과오30%로 문화대혁명을 평가한 결의를 대독하기를 거부하고 또다시 타도되어 가는 대목에선, 건들거리던 오른쪽 다리도 잠시 멈춘다.  

물론 이 책에서처럼 오로지 집권을 위한 처세의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말이다. 68세의 한 노인이 정치적으로 타도된 후 여든 가까이에 다시 집권할 것을 계획하고, 트랙터 공장에서, 연금된 자택에서, 정략으로 십수년을 보냈다고 한다면, 정말 대단한 노인네라고 해야 할까?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종의 탄생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뭐든 좋다.
좌에 서서 우파라고 비판하건, 우에 앉아 좌파라고 비판하건 등소평을 읽고 취한다면, 당신은 훨씬 더 생산성있는 좌(우)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지성을 취하려 해도 좋고, 그의 처세를 취하려 해도 좋다. 하지만 정독하신다면, 지성도 처세도 당신이 몸담고 있는 그곳과 그 사람들을 깊이 사랑하는 것, 다음에 놓인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등소평이 오른 참된 경지가 아닐까 한다. 그의 역정을 드라마틱한 정치드라마로, 새로운 사회주의이론으로만 설명해 내기에는 뭔가 좀 부족한 듯한 이유도 여기에 있겠거니 한다. 하기에 등소평식으로는 안되겠다. 좀더 빠르고 쉬운 방법을 찾는 게 좋겠다. 

(사족 1 : 각주 생략한 고충은 이해하겠지만, 연표 한 장 안딸려 있는 것은 평전으로선 좀 아쉽다.
(사족 2 : 좀더 드라마틱한 등소평, 문혁시기의 등소평의 행적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원하신다면, 김영사에서 나온 <불멸의 지도자, 등소평>을(8934907452,2080530)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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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도입의 함정
엘리 골드렛 지음, 이정숙.정남기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적게 사고 싸게 사고, 재고 줄이고 속도 높이고... 동시에 한다는 거 말도 안되지만, 둘 중에 하나만 해서는 바보소리 듣는 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보소리를 안 듣기 위해서 당신은 아마 두가지 중 한가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재고줄이고 속도높이는 프로세스를 구상중이라고 주장하거나 실패한 경쟁사 사례를 열심히 부풀리고 있거나....

소위 관리자생활 한 5년 차범근 감독 더 좋아하게 됐다. 입술 꾹 다물고, 선글라스로 냉철한 승부사 가장하는 다른 감독들보다 오만상 찌푸리고, 길길이 날뛰는 차감독에 공감한다. 왜 작전대로 안되는지 돌아버리고야 말겠는 프로세스 기획자들에게 권한다. 위안이 된다.  "경쟁사는 신기술을 도입한다는데..."로 질책받는 사람들, 당신의 보고지연의 연유가 '신중함'에 있슴을 잘 증명할 수 있다. 한권 사서 상급자 책상위에 깜빡 잊고, 놓고 가시길...

혹시 책 읽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면, 당신도 한번 읽어보시라. 내 프로젝트는 실패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나중의 후회를, 이제 막 성공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아직도 실패속에 있다는 자각을, 성공의 500cc를 이미 들이킨 분들께는 원점재검토의 스산함을 선사해 드릴 겁니다. 뭐가 그렇게 어렵냐구요? 음, 그렇다면 당신은, 사장이시군요....(책상위에 사장님 직원이 깜빡 놓고 간 이 책이 있을테니 한번 읽어보시길...)

ERP, SCM, TOC 몰라도 읽는데 지장없습니다. 광대무변하는 무림의 초식을 다 알고서야 무협지에 입문하라는 법이 어딨답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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