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열심히 일하자는 얘기를 여러 버전으로 한다. 

외롭고 쓸쓸하다는 사람에게 "그러니까 일을 열심히 하면 안 외로운데..."라고 뻥쳤고, 행복하겠다는 사람에게 "행복? 30년 살아봤잖아? 그것 되겠더냐? 집어치우고 일이나 하자."고 잘난척을 하고, 그만두겠다는 사람에게 "죄송하지만 아직 사직하실만한 실력이 안되시거든요. 일을 좀 더 배운 다음에 다시 오시지요." 웃길래, 나도 웃었다. 그 뭐, 사직은 했다.

효과를 따져봤다.
행복도 좋고, 외로움도 빛나지만 그것 때문에 지각은 하지 말아줘. 그 서비스사고는 이러저런 프로세스 결함으로부터 연유된 것이니 자책으로 기운없이 일하거나 하지는 말아줘. 그 회사방침은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겠다는 비즈니스 방침으로부터 나온 것이니 분별없이 입 놀리지나 말아줘.
이렇게들 들었을까?

기운을 줬을 리는 없고, 자책과 실망 쪽으로 맘을 굳히지 말고, 차라리 혼란한 그대로 남아있어줘. 이게 믿음없고, 그래서 겁많고 매사에 안달볶달하는 내가 노리는 목표였을까? 깃털 만큼의 염려도 없이 남의 인생에 이렇듯 분별없는 삿대질을 일삼게 되었단 말인가? 나는 어쩌다가. 

세상의 절대다수가 직장인인데, 직장생활 소설은 안 나오나? 전쟁이거나 사랑이거나(전쟁속의 사랑이거나 사랑의 전쟁이거나)가 아니면 소설이 안된다는 거냐?! 본격새마을소설이래도 좋으니 직장생활 소설 한편 읽어봤으면 좋겠다.

형세야! 그날 밤에 미안하다. 내가 너무 싸가지없이 말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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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생활소설 쓰셔도 될 것같은 내공의 페이퍼인데요... ^^

안녕하세요, 체셔고양이 입니다.
대문사진 보고 이게 뭔가- 깜놀, 하고 갑니다 :)
차차로 구경올게요.

99 2007-07-18 11:51   좋아요 0 | URL
넵. 체셔님 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