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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
김현진 지음, 전지영 그림 / 레드박스 / 2009년 8월
평점 :
험한 세상에서 마음 약한 아가씨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내가 나를 무시하면 다른 사람들은 아주 대놓고 밟는다는 것이다.무서운 세상이다.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내가 싫어 죽겠어, 너무나 한심해' 이런 생각만은 해서는 안된다. 초고속으로 남자의 밥이 되는 방법은 스스로를 싫어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실은 낚였다. 그래도 나쁘지 만은 않다. 이 책은 깊이 면에서 10점 만점에 4점 정도라면, 재미로는 9점쯤 칠 수 있을 것 같다.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라는 부제에 맞게, 그저 그런 연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언을 해주겠다던 저자. 과연 무슨 얘기를 할까 궁금했다.
이태원 걸에서,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 등 등 실례로 드는 이야기가 너무 리얼하고 재미나서 마치 누군가의 얘기를 몰래 엿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약간은 냉소적이면서 위악적인 작가 특유의 입담이 아마 한 몫 했으리라.
그래서 그녀의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뭔가 상큼한 결론을 내려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결국은 자신을 사랑하라는 이야기와 사랑은 인내라는 것이었다.
그거 몰라서 서른 넘고 마흔 넘은 사람들이 숱한 사랑의 실패에도 무수히 또 다른 사랑을 찾으려고 갈구하는 것일까.
매우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작가의 내공은 딱 거기까지 인 것 같다. 맛깔나게 얘기하는 힘은 있으나, 아직 철학적인 사유와 깊이는 조금 부족한... 출판사의 기획에 맞춰 기한 내에 씌어진 책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게다가 책값이 무려 12,800원씩이나!!! 물론 요즘의 물가를 감안하면, 결코 책값 만2천원을 비싸다고 불평할 순 없지만, 민음사의 고전들이 만원을 넘지 않고 할인 받으면 5~6천원으로 살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나 합리적이지 못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몸에 좋다고 허구헌 날 채소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거니와 때론 욕망을 채워줄 필요도 있는 법. 혀에 와닿는 달콤함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책을 집어들 필요도 있겠다. 적어도 아무리 급조된 책이라 할 지라도, 몸에 해로운 책은 세상에 없으니까 말이다. 하여 낚시질에 걸렸지만 '행복한 물고기'쯤이라고 해두자.
그럼, 그 실례로 하나 더! 옛 어른들이 '세상에 별 남자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해주는 대목이었다. 그 대단하다는 체 게바라와 케네니도 사실 알고 보면 찌질한 남자였다니!!!
숱한 티셔츠 위에서 수천 번 복제되는 체 게바라는 어떨까. 가진 것 없어 여자들 부모에게서 줄줄이 짤리고,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 친구의 보석을 저당 잡혀 제 방세를 낸 이 남자는 그녀 덕에 살면서도 일기장에 "그녀가 너무 못생긴 게 흠이긴 하지만 현재는 그녀하고 자는 수밖에 없지."라고 내뱉었다.
케네디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에드거 후버 FBI 전 국장은 그를 두고 '치마만 둘렀다 하면 무조건 같이 잘 위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본격적인 섹스를 하기 전에 다정한 키스나 애무 등 전희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귀찮아하기까지 했다니.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