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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사회에서 30대 중반의 여성이 결혼을 안했다는 것만으로 루저가 되는 현실. 한번도 독신을 꿈꿔본 적 없고 열심히 사랑도 했다. 당연히 결혼 문턱까지 가본 적도 있다. 그런데 인연이 아닌지 그 낮은 턱을 넘지 못했다.
궁금했다. 부쩍 주위에서 결혼의 가장 중요한 건 뭐니뭐니 해도 ‘조건’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단순히 결혼에 골인했다는 것만으로 내 나이 또래 여성의 인생이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 세상 사람들의 판단이 과연 어느 정도나 설득력이 있는지.
이 나이에 ‘조건’보다는, 그래도 ‘사랑’ 타령을 하는, 결혼은 시기보다 누구를 만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실낱같은 내 믿음은 과연 그토록 어리석은 것인지. 아니 어쩌면 세상 사람들의 흔해빠진 말에 점점 귀가 얇아지는 내 자신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해야 더욱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과연 수도자는 어떤 답을 내려줄 것인가.
그 때 법륜스님이 내게로 왔다.
귀동냥으로 법륜스님의 내공은 익히 들어왔지만, 매번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게 못마땅해 오히려 책을 집어 들지 않았었다. 혹시나 하는 마케팅의 힘이 아닐까 하는 우려는, 책을 한 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사라졌다.
스님께 폐가 되는 표현일지 모르지만, 한 마디로 세월의 모진 풍파를 견뎌내고 인생 내공이 쌓일대로 쌓인 어느 시골의 입담 좋은 밥집 아줌마 같다고나 할까. 스님은 막걸리 한 주전자와 찬은 김치 뿐인 자그마한 술상을 차려놓고 말하는 듯 하다.
결혼하고 남편(아내) 때문에 고생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겨우 포기하면 그제야 좀 살 만해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자식이 애를 먹입니다. 자식이 사춘기 지나면서 어긋나고 온갖 애를 먹여서 죽을 때까지 자식 때문에 고생합니다. 이것이 인생사입니다.
푸핫. 그랬다. 나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미래의 삶을 부모님의 생을 떠올리며 실컷 웃었다. 뭐 어찌 결혼해서 남편(아내)이나 자식 때문에 고생만 하겠나, 남편과 알콩달콩 정을 키우고 토끼 같은 자식 애교에 행복한 시간도 있겠다마는 결혼이 결코 어떤 한 사람의 행복 혹은 성공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가난한데 부자하고 결혼하거나, 나보다 학벌이 월등하게 높고 경제력이 뛰어난 남자랑 결혼하면 죽을 때까지 종살이를 각오해야 합니다. 그 돈 좀 얻는 바람에, 폼 잡고 좋은 곳에서 사는 대신에 남편한테 평생 기죽어 살아야해요.
스님과 걸쭉한 막걸리 한잔을 걸치며 주고받는 듯한 대화에서 나는 여러번 무릎을 내리쳤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가 이미 정한 가치나 기준에 대해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나 수도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편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스스로 읊조리는 한마디. ‘법륜스님을 만나기 전에 결혼 안하길 잘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