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 삶을 소진시키는 시간의 문제들
노동시간센터 기획, 전주희 외 지음 / 코난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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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프로레슬링 선수처럼 바통을 넘기면서 일을 하며 살아가는 맞벌이 부부를 태그팀 커플
(tag-team couple)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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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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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째 자살자까지 아무도 유서가 없다. 자살한 한 노동자의 휴대전화에서는 모든 이름과 전화번호가 지워지고 ‘어,머,니’ 세 글자와 어머니의 전화번호만 남아 있었다.

 

 

77일간 물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환자조차 치료받을 수 없었던,

최후에는 경찰의 온갖 진압용 무기가 동원됐던 생지옥!!

 

그리고 그 후 이어진 

우리사회가 그들에게 덧씌운 낙인 혹은 무관심...

 

22명의 희생자들의 죽음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더욱 두려운 것은

앞으로 나와 당신, 그리고 당신의 가족 역시

언젠가 22명의 희생자에 포함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현실...

 

결국은 어느 누구도 승자 없는

이 광폭한 제로섬 게임은

언제쯤 멈춰질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던

아프고 아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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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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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돼기고기 된장국 정식 달랑 하나. 하지만 손님이 주문하는 모든 요리를 만들어주는 이상한 식당. 심야에만 운영하다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밑바닥 인생들이다. 조폭, 게이바 사장, 밤무대 가수, 스트립쇼를 하는 쇼걸에 이르기까지...

이 기묘한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앉은 이들은 비엔나 소시지와 계란말이를 바꾸어 먹거나, 혹은 같은 돈가스 요리를 먹으면서 자신들의 상처와 외로움을 달랜다.

심야식당은 비루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단지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情)을 팔고 사랑이 피어나는 곳... 나도 세상 어디엔가 있을 이 식당을 꼭 한번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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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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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사랑, 이야기일 거라고 쉽게 넘겨 짚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한 데 대해 작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세간의 화제가 된 나이를 초월한 사랑이나 적나라한 성애 묘사로 이 책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달을 가르키는데 손가락 끝만 본' 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은교>는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육신의 세포들이 서서히 주검으로 변해가는 인생의 끝자락에 선 한 남자의 삶에 대한 마지막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한 십대 소녀와 제자 간의 얽히고 섥힌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 절정을 확인하고 떠나는 한 시인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애절하고 격렬하기까지 하다.

 

'이적요' 시인이 살아낸 지금의 십 대가 경험하지 못한 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해온, 어쩌면 문단의 부조리와 문학의 속절없음으로 인해 한동안 절필을 선언했을 지도 모를, 노작가의 삶의 내공과 중간중간 삽입된 짤막한 인용 글귀들이 읽는 맛을 더한다. 그래서일까. 작가가 스스로를 미쳤다고 말하며 한 달반만에 써내려간 책을, 버스간에서 하루 반나절 만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 앞에서 사랑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짜릿한 흔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은교>의 책 표지에 작가는 '은교는 불멸의 표상이다'라고 적고 있다. 

 

한동안 무기력증에 빠졌던 내 어깨 위에, 은교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잠시 내려앉아 생의 욕망을 일깨워주고 떠난 한 마리 새로 기억될 것 같다.  

 

 

p 61.

바타유는 “에로티즘, 그것은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썼다. 에로티즘을 통해, 창조적 본능과 죽음을 향한 파멸적 본능의 상관관계를 설명한 촌철살인의 잠언이었다.

p 194.

"죽음은 삶의 한 가지 에피소드처럼, 끝내 멈추지 않고 다가오고 있다는 인식에, 나는 하루하루 가까이 다가갔다“라고 톨스토이는 썼다. 나는 친애하는 톨스토이에게 기꺼이 동의했다. 멸망은 필연이다. 받아들여 그것을 친구로 삼는다면 최상의 죽음을 얻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내 육체가 최종적인 해체와 멸망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만약 은교를 만나지 않았다면 죽음을 순조롭게 받아들이기 위한 나의 노력은 좀더 깊은 진전을 이루었을지 몰랐다. 아니다. 그 반대가 되지 않았다고 어떻게 단언하겠는가. 단언하거니와, 은교가 내 죽음의 열차를 더 빠르게 달려가도록 내몬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하는 게 옳다. 은교는 나에게 슬픔과 함께, 생애를 통해 경험해보지 못한, 청춘의 광채와 위로를 주었다. 사실이다.

 

p 205.

두 사람만의 상점에서 서로 만나서

두 사람만의 술을 우리들은 마신다

너는 조금 나는 많이

늘 마시는 술을 마시면서

낮에 있었던 이야기며 일의 이야기

남의 소문이며 내일의 스케줄을

그리고 갑자기 어둠 속에서의 입맞춤

- 이와다 히로시, <미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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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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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30대 중반의 여성이 결혼을 안했다는 것만으로 루저가 되는 현실. 한번도 독신을 꿈꿔본 적 없고 열심히 사랑도 했다. 당연히 결혼 문턱까지 가본 적도 있다. 그런데 인연이 아닌지 그 낮은 턱을 넘지 못했다.

 

궁금했다. 부쩍 주위에서 결혼의 가장 중요한 건 뭐니뭐니 해도 ‘조건’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단순히 결혼에 골인했다는 것만으로 내 나이 또래 여성의 인생이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 세상 사람들의 판단이 과연 어느 정도나 설득력이 있는지.

 

이 나이에 ‘조건’보다는, 그래도 ‘사랑’ 타령을 하는, 결혼은 시기보다 누구를 만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실낱같은 내 믿음은 과연 그토록 어리석은 것인지. 아니 어쩌면 세상 사람들의 흔해빠진 말에 점점 귀가 얇아지는 내 자신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해야 더욱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과연 수도자는 어떤 답을 내려줄 것인가.

그 때 법륜스님이 내게로 왔다.

귀동냥으로 법륜스님의 내공은 익히 들어왔지만, 매번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게 못마땅해 오히려 책을 집어 들지 않았었다. 혹시나 하는 마케팅의 힘이 아닐까 하는 우려는, 책을 한 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사라졌다.

 

스님께 폐가 되는 표현일지 모르지만, 한 마디로 세월의 모진 풍파를 견뎌내고 인생 내공이 쌓일대로 쌓인 어느 시골의 입담 좋은 밥집 아줌마 같다고나 할까. 스님은 막걸리 한 주전자와 찬은 김치 뿐인 자그마한 술상을 차려놓고 말하는 듯 하다.  

결혼하고 남편(아내) 때문에 고생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겨우 포기하면 그제야 좀 살 만해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자식이 애를 먹입니다. 자식이 사춘기 지나면서 어긋나고 온갖 애를 먹여서 죽을 때까지 자식 때문에 고생합니다. 이것이 인생사입니다.

푸핫. 그랬다. 나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미래의 삶을 부모님의 생을 떠올리며 실컷 웃었다. 뭐 어찌 결혼해서 남편(아내)이나 자식 때문에 고생만 하겠나, 남편과 알콩달콩 정을 키우고 토끼 같은 자식 애교에 행복한 시간도 있겠다마는 결혼이 결코 어떤 한 사람의 행복 혹은 성공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가난한데 부자하고 결혼하거나, 나보다 학벌이 월등하게 높고 경제력이 뛰어난 남자랑 결혼하면 죽을 때까지 종살이를 각오해야 합니다. 그 돈 좀 얻는 바람에, 폼 잡고 좋은 곳에서 사는 대신에 남편한테 평생 기죽어 살아야해요.

 

스님과 걸쭉한 막걸리 한잔을 걸치며 주고받는 듯한 대화에서 나는 여러번 무릎을 내리쳤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가 이미 정한 가치나 기준에 대해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나 수도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편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스스로 읊조리는 한마디. ‘법륜스님을 만나기 전에 결혼 안하길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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