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으로 세계여행 - 영어 울렁증 상근이의 자급자족 세계 여행
정상근 지음 / 두리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선배 언니의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나타난 그는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의젓하고 늠름해보였다. 그에 대해서는 선배 언니에게 귀가 아프도록 자랑을 들었던 터였다. 스물 세 살에 세계일주를 하고, 열 네살에는 전국일주를 했다는 놀라운 이력(?)!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익 9백점 이상에 학점 4점 이상의 스펙을 가진 88만원 세대를 보며 평소 안스럽게만 여기던 내가, 유독 그 앞에서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빠방한 스펙(?) 덕분이었다. 

세계일주라면 나에게도 오랜 꿈이 아니던가. 그런데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이 친구는 어떤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지녔기에 3년 전에 단돈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했단 말인가. 그러니까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건, 바로 그 불타는 질투심에서였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풀렸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건 어떻게든 해야 하는 열정을 가진 친구였다. 그리고 거기엔 "세상을, 사람을 믿어라"라며 그를 세상 밖으로 나가도록 격려해준 여느 대한민국 부모님보다 조금 더 통이 큰 부모님의 격려가 있었을 것이다.  

3년 전, 그저 평범한 스물 셋의 대한민국 청년이었을 그는, 이제 여섯 살이나 많은 사람조차도 그 앞에 서면 작아진다는 생각을 가지게 할 만큼 삶의 이치를 많이 터득한 듯 보였다. 자신의 두 발로 걷고, 자신의 두 눈과 귀로 보고 듣고, 자신의 손으로 세상 구석구석을 쓰다듬으며 때로는 따뜻한 인심에 울고 때로는 사나운 인심에 놀래야 했던 1년여의 경험들이 그의 성장을 이끌었으리라.

책 후반부에 그를 알게 해준 선배 언니 이야기가 나온다. 선배 역시, 모든 걸 훌훌 털고 나섰던 여행길에서 그를 만나 지금까지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보면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것, 그건 그리 큰 준비를 필요로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저 세상을, 사람을 믿고 길을 떠나면 되는 것이다. '살까 말까 망설이던 걸 사면 백발백중 후회하고, 떠날까 말까 망설일 때 떠나면 백발백중 대만족'이라는 한비야의 말처럼 말이다.

우연히 식사자리에 합석하게 된 상근씨는, 이제 일본으로 정치학을 공부하러 갈 계획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내가 본 88만원 세대 가운데 가장 빠방한 스펙을 가진, 그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더불어 늦게나마 여행에 재미를 붙인 늦깎이 여행중독자인 나도, 언젠가 다시 그를 만나게 된다면 기죽지 않을 만큼 열심히 지구 위에 두 발로 꼭꼭 흔적을 남겨두어야겠다.    

 

   
 

'잘 못자고 잘 못먹어도 상관없다. 하루 종일 걷는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꼭 하고 싶은 것, 하지 않으면 후회로 남을 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하늘이 나의 여행을 돕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위기에 부딪힐 때마다 마음씨 따뜻한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인연에게 대가 없이 도움을 베푼 사람들, 그들이 없었다면 나의 여정은 진작에 끝나 버렸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말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조금 늦게 가도 좋다. 뒤처져도 좋다. 그 '느림'이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의 방향을 찾는 시간이라면 조금 늦더라도 정확히 내 목적지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 '본문'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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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2009-11-1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멋진 대한민국의 청년!
정말 똑소리나는 사람입니다. 저도 이책 두번씩이나 읽어봤는데 그 열정과 도전의식이
부러웠습니다.
또 어떤 여행이 우리를 감동시킬지 기대가 되는 사람입니다.

Estelle78 2009-11-26 02:00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님도 열정과 도전의식 늘 잃지 마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