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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있는 TV 구성 다큐멘터리 이렇게 쓴다
한지원 지음 / 시나리오친구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나를 프로듀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작가다. 이것은 작가가 곧 프로듀서라는 뜻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PD는 (Producer & Director)의 약자다. 프로듀싱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프로그램 전체를 관리하여, 그것의 질을 담보하는 일이다. 반면 디렉팅은 프로그램을 취재하고 연출하여 영상과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러니가 PD는 프로그램 기획 연출자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가? 작가라는 말 때문에 흔히 작가하면 곧 글쓰는 작업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글이란 것이 어찌 기획과 구체화 단계 그리고 구성의 단계를 뛰어넘어 생산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그렇게 크게 보지 않더라도 하나의 단위 프로그램을 만들 때조차 작가들의 역할을 되짚어 본다면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나는 이 책을 '피디집필제'라는 서슬퍼런 이름이 나돌던 시절에 집어들었다. 피디집필제로 명분을 내세운 작가들의 참여로 인한 프로그램 객관성과 퀄리티의 저하라는 말도 안되는 얘기를 들먹이던 시절,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으로 다가오는 한 선배님의 책을 집어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이야 뭐라고 하든 아는 사람들은 아는, 작가들의 프로그램 참여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앞으로 내가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했다.
"기획을 할 줄 아는 작가가 돼라"던 한 작가 선배의 말이, '피디 같은 작가를 가장 선호한다'던 한 피디 선배의 말이 내내 귓가를 맴돌게 만들었던 책이다. 뒷부분으로 가면 주로 아는 얘기들이 많았지만, 다시 한번 기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특히 도입부의 기획안 쓰기에 관한 부분은 이제 기획안을 제출해서 직접 프로그램을 따서 해야하는 시절, 특별히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힘든 작업에 대해 친절한 선배님의 설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피디집필제'는 운좋게(?) 사라졌지만 작가료 삭감과 프로그램 축소, 폐지 등으로 엄동설한 같은 시절은 계속 될 것 같다. 게다가 언제 또다시 '피디집필제'가 또다른 이름으로 우리들의 목을 죄어올 지 모를 일이다. 그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끈끈한 연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언제 어느 자리에서 방송을 하게 되든 '기획을 할 줄 아는 작가'가 되는 건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