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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 삶을 소진시키는 시간의 문제들
노동시간센터 기획, 전주희 외 지음 / 코난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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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프로레슬링 선수처럼 바통을 넘기면서 일을 하며 살아가는 맞벌이 부부를 태그팀 커플
(tag-team couple)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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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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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째 자살자까지 아무도 유서가 없다. 자살한 한 노동자의 휴대전화에서는 모든 이름과 전화번호가 지워지고 ‘어,머,니’ 세 글자와 어머니의 전화번호만 남아 있었다.

 

 

77일간 물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환자조차 치료받을 수 없었던,

최후에는 경찰의 온갖 진압용 무기가 동원됐던 생지옥!!

 

그리고 그 후 이어진 

우리사회가 그들에게 덧씌운 낙인 혹은 무관심...

 

22명의 희생자들의 죽음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더욱 두려운 것은

앞으로 나와 당신, 그리고 당신의 가족 역시

언젠가 22명의 희생자에 포함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현실...

 

결국은 어느 누구도 승자 없는

이 광폭한 제로섬 게임은

언제쯤 멈춰질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던

아프고 아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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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르다 - 이성복 사진에세이
이성복 글, 고남수 사진 / 현대문학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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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인이 제주의 오름을 찍은 흑백사진 한 장을 보면서 어디까지 사유의 두레박을 넣어 생각을 길어올리는지, 그렇게 길어올린 생각의 덩어리들을 어떻게 빚어서 글로 만들어내는지... 도공으로 치자면 어디서부터 고운 흙을 얻어서 어떻게 주물거리고 또 어떻게 도자기를 빚는지 그 과정을 여과없이 지켜보는 느낌이랄까.  

결국 좋은 글이란 깊은 사유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시인은 결국 시인이면서 또 철학자일 수밖에 없는 것임을 깨닫게 한 책. 그 자신이 언어의 한계를 지적했지만 -언어로 대상을 파악하겠다는 것은 부엌칼로 박테리아를 해부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십년 간 그 치열한 한계와의 싸움을 통해 대가가 되었을 그가 빚어낸, 언어의 한계를 단숨에 무너뜨려버리는 글귀 앞에서 오래 오래 한 페이지에 머무르게 하는 그런 책이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원추형 모기장처럼 작은 오름들을 둘러싸고 있는 큰 산의 희미한 윤곽은 돌아가시기 얼마 전 장모님이 사놓으셨던 피라미드 구조물을 생각나게 한다. 덮개도 없이 알미늄 기둥으로만 이루어진 그것은 좋은 기운을 빨아들이고 나쁜 기운은 몰아낸다는 특수한 장치로, 그 속에서 누워 자면 만병이 낫는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몇 개월을 병원에서 지내셨으니, 장모님이 그것을 얼마나 사용하셨는지 모르겠다. 상을 치른 뒤 분해한 알미늄 파이프를 비닐끈으로 묶으면서 그 속에 미이라처럼 누워 계셨을 장모님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신비도 그러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사라지지 않는 신비란 없었다. 어떤 신비도 그것을 믿는 사람에게만 신비였으며, 믿음이 끝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사라진 신비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 법은 없었다. 아무리 쫓아도 밥상 위로 돌아오는 파리떼처럼 신비는 다른 사람, 다른 물건에 다시 깃들었다 

속되게 말하자면 언어로 대상을 파악하겠다는 것은 부엌칼로 박테리아를 해부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껏해야 언어는 풀잎이 풀잎닾다거나 갈대가 갈대답다는 동어반복으로써 대상 앞에서의 무력감을 표현할 뿐이다. 그 무력감의 고백이야말로 언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며, 그 겸허한 결단에 의해 대상은 관념과 이미지로 이루어진 언어의 감옥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런 점에서 언어의 자기부정을 통해 사물의 본성을 드러내는 시 또한 '살신성인'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세상의 무덤들이 삶의 죽음이며 동시에 죽음의 삶이듯이, 하늘의 별과 사막의 우물, 공중의 방패연과 물 위의 방주도 서로 다른 것이 아니리라. 광막한 세상에서 외눈 주사위처럼 내던져진 그것들은 언제, 무슨 까닭으로 던져졌는지, 언제까지 유형의 세월이 계속될 지 알지 못하니, 검은 삼나무들의 흉흉한 장벽으로 둘러쳐진 이곳이야말로 천혜의 도형지가 아니겠는가. 날은 어두워졌는데 오름의 눈 덮인 밤은 더디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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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 보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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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그들의 맨 마지막 페이지부터 읽게 됐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잇단 아버지와 반려 고양이의 죽음 앞에서 망연자실해온 내게 이 책은 두 사람의 조화로운 삶의 연장선으로서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그 밖에도 중국의 고대 격언에서부터 임어당의 글까지 인용하고 있는 헬렌의 해박함에 한 번 놀랐고, 스콧 니어링에 대한 죽어서까지도 변함없는 사랑과 존경, 남편이 연필로 적은 편지와 작은 메모까지도 일일이 타자기로 쳐서 보관해둔 성실성에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콧 니어링이 백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는 이웃 사람들의 깃발처럼 삼십년을 살든 오십년을 살든 백년을 살든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기 위해 사는 삶,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얻기'에만 열을 올리느라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하는 삶이 아닌, '덜 갖되, 더 충실하기'라는 그들이 제시한 대안처럼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기를... 그러다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그가 그랬듯, 그녀가 그랬듯 세상에서 조용히 물러나 육체의 껍데기를 세상에 두고 홀연히 죽음 너머의 영원한 고요 속으로 걸어갈 수 있기를... 

 

   
 

 조화롭고 하나로 된 느낌을 갖기 위한 답 - 스코트의 편지 중에서  

1. 일상생활에서 곁가지들을 떼어버리고 남은 알맹이를 찾는 일 

2. 영원한 힘을 가진 우주와 만나는 일 

3. 저마다 자기 존재를 확인하면서도 온 마음을 기울일 수 있는 어떤 일을 발견하는 것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나는 동물들이 흔히 택하는 죽음의 방식, 보이지 않는 곳까지 기어나와 스스로 먹이를 거부함으로써 죽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아마도 한 가지 죄악이 있다면 모든 것을 이루는 사랑의 축복에서 떨어져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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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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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씹어먹어야할 책이다. 그냥 후루룩 먹어버리기엔 작가의 땀과 노고가 너무나 아까운 그런 책이다.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져버린 동유럽 여행기, 아니 여행기라기보다는 동유럽 문화에 대한 안내서라는 말이 더욱 들어맞을 것 같다. 스무 권의 책을 번역했다는 작가의 톡톡한 내공이 여기저기에서 빛을 발한다. 동구권 문화에 대한 사전지식, 말로 책을 빚어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살아숨쉬는 언어들의 조합. 마치 산문이 아니라 긴 시를 읽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재미난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까지도 갖게 하는... 그녀가 잘 쓰는 말마따나 짭조름한 작가의 땀맛이 느껴지는 착하디 착한 책.  

   
 

여행자는 행동 하나 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 집중한다. 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을 최고로 진지하게 해낸다. 나를 둘러싼 시공간에 대한 극진한 예의가 저절로 우러나온다. 여행이 아니라면, 삶은 언제나 나에게 부당한 업신여김을 당해왔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그 지긋지긋하던 삶이 나를 도발한다.  

<키모메 식당>의 미도리씨 말마따나 이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끝까지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단지 일어났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인생에는 널려 있다. 궁금해서 죽을 것 같은 일이 많은 어린 시절에는 그러한 고통을 견디기 어려웠다. 세상이 그다지도 모호하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더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은 나 말고는 아무도 그런 고통을 겪는 듯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먹밥의 밥알처럼 찐득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얼토당토 않은 해답이라도 궁리하며, 뿌연 세상의 유리창들을 닦아나가고 싶다. 적어도 우리 둘의 세상 안에서만이라도 모든 것이 선명했으면 좋겠다.  

나는 9시 이후에 알코올을 팔지 않는 이 깐깐한 동네가 맘에 든다. 그 시간 이후로는 묽은 위로를 팔지 않는 이 깐깐한 동네가 맘에 든다. 그 시간 이후로는 묽은 위로를 팔지 않으니 책을 읽든 정사를 나누든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태도가 미더운 것이다. 허튼 기대를 버리면 인생은 조금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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