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가 너무 가슴이 아파서 더 이상 책장을 넘길 수 없는 그런 경험이 있는가? 내겐 아마도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바로 그런 경험을 안겨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경제에는 문외한인 지라 경제서적이 어렵지는 않을까라는 우려와는 달리, 이 책은 97년도(외환위기의 시작과 함께)에 대학에 입학하고 2001년 IMF의 엄혹한 한파가 게속되던 시절에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한국에 아직 정착하지도 않은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9년여를 살아온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 세상의 참혹하리만치 사실적인 맨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책은 지금의 이십대에 착안해, 그들이 찍 소리 한번 못해보고 등록금 5백만원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서 평생 88만원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하지만 그들을 착취하고 노예처럼 부리는 기성세대의 시선에서가 아니라, 이미 고착화된 사회 구조와 그들을 철저하게 이용하면서 "우리는 젊을 때 저러지 않았는데~"라고 손가락질만 하는 기성세대의 두 얼굴을 철저하게 까발린다. 이 지점에서 나도 이들의 중간자적인 위치에서 기성세대에 편입되서는 안되겠다는 굳은 각오를 하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점과 놀란 점은 한 둘이 아니었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이들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을 아끼기 위해, 손님이 없을 때는 나가서 놀고 페이를 지급하지 않는 저질 중에서도 저질인 소위 "꺾기"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는 점, 미국과는 다른 방식의 사회를 정착시킨 유럽에서는 대학 등록금이 불과 5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우리 나라에서는 가족들에서부터 자기 자신까지 수많은 희생을 치러야하는 시민단체 역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돼서 의사들이 개업을 하지 않고 자기 발로 시민단체에 들어간다는 얘기, 이 망할 놈의 승자독식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방편을 알고서도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 등...    

생각해보면 지금의 20대를 착취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인 50대, 사회에선 착취하고 집 안에선 자식에게 등골 빼주는 바보 같은 짓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게다가 그만한 부모라도 못만난 20대는 무슨 죄로 평생을 노예로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세상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역시 공부 밖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은 다시 한 번 내게 일러주었다. 수필, 시, 소설, 잘해야 심리학 책 정도에 그치는 나의 독서 편식은 그동안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넓힐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차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소홀했던 경제, 역사, 정치에 관한 책읽기에도 힘을 기울여야겠다.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겠다는 평생의 과업을 이루려면 더 똑똑해지는 방법 밖에는 길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