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6일 ... 임레 케르테스 <운명>

"나는 이제 '유대인'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할 수 있다. 사실 그 단계들을 밟기 전까지는 유대인이라는 것이 내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유대인에 대한 그들의 선전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다른 피란 없다. 다만 주어진 상황과 그 안에서 새롭게 주어진 여건들이 있을 뿐이다. 나도 주어진 운명을 겪어냈다. 비록 그것이 나의 운명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것을 버텨냈다"
"만일 운명이 존재한다면 자유란 불가능하다. 만일 자유가 존재한다면 운명은 없다. 이 말은 '나 자신이 곧 운명'이란 뜻이다"
2003년 9월 9일 ... 김원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
2003년 9월 10일 ... <진주 귀고리 소녀>

"그가 가만히 내 머리 위로 겉옷을 씌우자 모든 빛이 차단되었다. 겉옷에는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 있었고 햇볕 아래 잘 구워진 벽돌 냄새가 났다"
"오직 도둑과 아이들만 뛰는 법이다"
"그는 아마인유가 든 병을 다시 들어서 조심스럽게 몇방울을 조가비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팔레트 나이프로 따뜻한 부엌에서 갓 나온 버터처럼 보일 때까지 오일과 백연을 섞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크림색의 물감 안에서 움직이는 은빛 나이프의 동작에 나는 넋을 빼앗겼다"
"그의 눈은 황금으로 가득찬 방만큼이나 가치가 있지. 그러나 가끔은 그도 자기가 그랬으면 하는 세계만 보곤 해. 자기의 그런 시각이 다른 사람에게 초래할 결과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 그는 오직 자기 자신과 자기 작품만을 생각한단다. 네 생각은 하지 않아"
2003년 9월 11일 ... <클로디아의 비밀>

"뉴욕에서 만약 무슨 일을 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2천 명은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할 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2천 명 가운데 1천 명은 그 일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사실도 말이다"
2003년 9월 12일 ... 아멜리 노통 <시간의 옷>

"지적인 사람들의 어리석음은 하늘을 찌른다" - 롤랑 바르트
2003년 9월 12일 ... 윌리엄 골딩 <파리대왕>

"그전에도 그랬듯이 다시 한번 돼지는 모든 사람의 조롱감이 되었고, 이에 따라 모두들 즐겁고 정상적인 감정이 되었다"
2003년 9월 13일 ...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우린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다" - 고도는 누구인가에 대한 베케트의 답변
2003년 9월 13일 ...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웃음의 감정은 타인의 약점을 자신의 약점과 비교해 우월감을 느꼈을 때 나타나는 갑작스런 승리감에 불과하다" -토마스 홉스
"백화점의 하루 매상 중 80%는 단골 20%의 손님이 올린다"
"상위 20%의 부자들이 80%의 소득을 독점한다" -파레토의 법칙
2003년 9월 18일... 김영하 <검은 꽃>

"국가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다. 그런데 국가는 사라지지 않는다. 혁명을 완수하면 또다른 카우디요들이 정권을 잡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쏘아 죽이는 수밖에 없다. 혁명을 지속하려면 그 수밖에 없다. 영원한 혁명, 바로 그것이다" -멕시코 병사 미겔
2003년 9월 21일 ... 산도르 마라이 <열정>

"우리 아버지가 하셨듯이 우정을 일종의 직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사랑하는 사람처럼 친구도 자신의 감정에 대한 보답을 기대하지 않네. 어떤 응답도 원하지 않으며 친구로 선택한 사람을 환상으로 보지 않고, 잘못을 알면서 잘못과 그 결과까지도 받아들이지. 이것은 이념일 수도 있네. 그러나 그러한 이념이 없다면 산다는 것, 인간이라는 것이 대체 무슨 가치가 있겠나?"
"나는 불현듯 책도 신호라는 것을 깨닫네. 그리고 이제 다른 일들도 예감하네. 마침내 그날 사물들이 내게 말하기 시작했고, 무슨 일인가 일어났으며, 삶이 내게 귀띔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예감하지. 그러한 순간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나는 혼자서 생각하네. 그런 날에는 삶이 특이한 상징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모든 것이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네. 모든 것이 상징이고 암시지. 다만 그것을 이해하기만 하면 되네"
2003년 9월 22일 ... 쓰지 히토나리 <냉정과 열정 사이 Blu>

"네가 선택한 일은 예술을 단순히 소생시키는 마법의 지팡이 같은 일이 아니다. 시간을 만들어내는 예술이라 생각해. 복원사는 멋진 예술가야. 그것도 시간을 소재로 하는" -후미에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선생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를 거부하는 이 거리에서 변화를 갈구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길은 죽음 뿐인 것이다"
2003년 9월 23일 ... 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상처를 입으면 공격적이 되는 것은 남자들의 본성일까"
"사람은, 그 사람의 인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 인생이 있다"
2003년 9월 28일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나는 켈트인의 신앙을 매우 옳다고 생각한다. 켈트인의 신앙에 의하면, 우리가 여읜 이들의 혼이 어떤 하등 동물, 곧 짐승이나 식물이나 무생물 안에 사로잡혀 있어, 우리가 우연히 그 나무의 곁을 지나가거나, 혼이 갇혀 있는 것을 손에 놓거나 하는 날이 올 때까지 완전히 잃어져 있다. 그런데 그런 날이 오면 죽은 이들의 혼은 소스라치며 우리를 부른다. 그리고 우리가 그 목소리를 알아들으면 마술 결박은 금세 풀린다. 우리에 의해서 해방된 혼은 죽음을 정복하고 우리와더불어 다시 산다.
우리의 과거도 그와 마찬가지다. 과거의 환기는 억지로 그것을 구하려고 해도 헛수고요, 지성의 온갖 노력도 소용없다. 과거는 지성의 영역 밖,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우리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어떤 물질적인 대상 안에 숨어 있다. 이러한 대상을,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하는 것은 우연에 달려 있다"
"사악한 자의 행복은 급류처럼 흘러간다" -라신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