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반전이 모든 것을 뒤엎는다

밤 산책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12월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워낙 잘 알려진 작가이지만, 어쩌다보니, 이번 작품이 처음 만나게 되었다.
역시 거장의 작품은 다르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화자는 삼류 소설가인 야시로 도라타이다.
그는 친구인 나오키로부터 후루가미 가문을 둘러싼 의문의 사건을 마주치게 된다.
나오키의 초대로 도쿄 고가네이의 후루가미 가문의 궁전으로 가게 되고,
그가 도착한 첫날 엄청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마치 예고가 된 듯한 목없는 꼽추시신.
이 살인사건은 후루가미 가문과 실질적인 권세가 센고쿠 가문을 결국 뒤흔들게 된다.
두명의 꼽추, 그리고 실종.
그리고, 기타 할멈의 등장으로 애매해지는 시신의 정체.
사건의 중심인물이 야치요의 가출.
그리고, 깔리는 불안감과 또다른 살인사건.
마지막으로 긴다이치 코스케의 등장.
이 모든 것은 반전을 위한 거대한 음모였을 뿐이었다.

엄청난 반전에 난 할말을 잃었다.
그동안 진행된 엄청난 노림수들은 모두 반전을 위한 밑거름일뿐이었다.
내가 책을 읽어가며 오르락 내리락했던 용의자들은 한순간 저 멀리 떠내려갔다.
역시 거장의 작품처럼 꽤 거침없는 반전의 등장은 당황함과 감동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그동안 한구절씩 나왔던 이야기들이 모두 엄청난 반전을 위해 숨어있었다니....
아마 누구도 이 사건의 전모를 결론전에 미리 알아내지는 못했을거라고 생각한다.

몽유병, 꼽추의 시신, 도쿄의 고가네이와 귀수촌을 오가는 살인사건.
하나라도 놓칠수 없는 재미와 흥미를 더한다.
이 책을 시작으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아야겠다.

600년간의 죽지 않는 사랑

에버모어 ㅣ 이모탈 시리즈 1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2월

책소개를 접하지 않고 읽은 이 책은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트와일라잇의 아류라는 분위기가 풍기는 이 작품은 꽤나 흥미로웠다.
트와일라잇이 좋은 평을 듣는데 반해서 에버모어가 트와일라잇보다 낮은 평을 얻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권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에버모어의 주인공은 철저히 "에버"이다.
에버는 부모님과 동생을 한꺼번에 잃은 아픔을 가진 고등학생이다.
그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후드티를 가져가자고 하는 바람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가족을 잃은 에버는 사빈고모와 가끔씩 자신을 찾아오는 죽은 동생 라일리와 살고 있다.
이부분에서 조금 뭐야~ 라고 할수 있지만, 판타지 아닌가? ^^
사고 전 그녀는 치어리더였고, 고등학교내에서 주목받던 아이였는데,
이마와 가슴깊이 남겨진 깊은 상처로 스스로를 고립하고 살아간다.
그녀에게는 유일한 친구는 고스 스타일인 헤이븐과 게이인 마일스뿐이다.
그녀는 사고이후 살아있는 사람들의 오라를 느끼고, 마음을 읽을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지만,
에버에게는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에 가까웠다.

그러던 어느날, 오라가 느껴지지 않는 한 전학생을 만난다.
모델일을 하였던 멋진 남학생인 데이먼, 그에게는 어떤 오라도 없이 에버에게 떨림과 찌릿함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한 남자가 에버의 삶속에서 활력을 넣었다면, 또다른 한명 오라가 없는 드리나는 에버의 삶속에 두려움을 가져온다.
이런 갈등과 사랑구도는 꽤나 활력을 불어넣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책의 주제이자, 표지에 있는 빨간 튤립.
그로 인해 에버가 데이먼을 오해하게 되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들어나는 "죽지 않는 사랑".
책을 시작하자마자 손에 놓지 않고 450여 페이지를 단숨에 읽었다.

흔히들 소설에는 사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이 소설은 사상은 없지만, 죽지 않는 사랑에 대한 갈망과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때로는 사상속에 빠져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소설보다는 담백하고 적나라한 이런 소설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서민의 냄새가 나는 백석의 음식 이야기

<백석의 맛>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백석의 맛 - 시에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마음
소래섭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12월

나는 사실 백석이라는 시인에 대해 잘 모른다.
전에 꽤나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듯고 "여승"이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저 왠지 슬프도 애닮다는 느낌뿐이었고, 잘 이해할 수는 없었다.
우선 단어단어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
그렇게 나의 백석의 시에 대한 해석은 끝이 났고, 더이상 백석을 만나보지 못했다.

이번 책 [백석의 맛]을 통해 제대로 백석을 이해하고 싶었고, 다시 한번 백석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옛날처럼 참패는 아니지만, 너무 어려웠다.
백석의 시를 읽고난 느낌과 향기는 남아있지만, 여전히 미지로 남겨두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더구나, 소래섭 작가의 백석에 대한 존경과 백석의 시에 대한 애정은 전해졌지만, 솔직히 작가의 해석과 주석이 더 어려웠다.
논문을 기초로 쓰였다고 해서 그런지 꽤나 어려웠다.
워낙에 시를 그저 공감하느냐 안하느냐 식으로 만나는 편이라서 그런지 소래섭 작가의 해석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 책 자체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고 토론하기에는 나의 깊이와 그릇이 안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저 다시 만난 백석의 시에 대해 사견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백석의 시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싶다.

백석의 시는 고등학교때 만났던 느낌보단느 조금은 나아졌다.
역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과 사상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왠지 애잔하고, 구수하고, 짭조름한 서민의 냄새가 느껴지는 시들이 많았다.
특히 백석의 시중에서 "국수" (page 45), "바다" (page 99),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page 193)가 가장 좋았다.
"국수"는 수수하고 순박한 국수의 느낌이 잘 묻어나 있었고, 백석의 추억이 함께 하여 꽤 겨울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였다.
"바다"는 음식이야기는 없지만, 그리움과 쓸쓸함이 마치 겨울바다에서 서있는 느낌이었다.
특히 가장 좋았던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는 백석의 삶의 자세가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다.

[백석의 맛]을 읽고 나서 나는 '여승'을 다시 읽어보았다.
역시 어려운 단어가 있었지만, 적어도 처음 읽었던 그 맛과는 조금은 달랐다.
작가는 말했다, 이 책을 읽고 백석의 시집을 사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비록, 작가의 백석의 시에 대한 소개를 잘 이해 못 하였고, 그로 인해 시집을 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백석이라는 잊혀져가는 시인을 다시 만나게 해준 계기로만으로도 한번쯤 다시 그의 시들을 읽어보고 싶었다.
이만하면 적어도 50%의 성공은 아니었을까 싶다. ^^

온통 핑크빛 소설

<셀러브리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셀러브리티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여자라면, 아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유명해지고 인기있고 싶어한다.
특히 어릴적 신데렐라 등의 소설을 읽었던 여성이라면, 어떤 구박속에서도 결국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행복해지는 상상을 한다.
이 책 "셀러브리티" 역시 제목의 뜻대로 유명세를 얻고 싶어하는 그런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백이현으로, 셀러브리티의 꿈을 꾸고 있지만, 현실은 반대로 그저 셀러브리티들의 가십거리를 찾아 헤매는 삼류잡지사의 기자일 뿐이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일본과 헐리우드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배우 유상현의 데이트 장면을 목격하면서 사건은 시작도니다.
백이현은 특종을 위해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게 되고, 유상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솔직히 조금은 넘하다 싶을 정도로 뻔한 스토리가 돌아가며, 또한 너무나 뻔한 결론을 갖게 된다.
여러가지 면에서 악평이 나올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고생들이 읽을 만한 그저 가벼운 로맨스 소설이고,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수 없는 허무맹랑함을 지적할 수 있다.
여성들의 로망, 로맨스를 채워주기에는 너무나 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수현의 소설은 거의 모두 읽었다.
가볍게 읽고 넘어가기에 너무나 좋은 소설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대리만족 (?)이라는 측면에서 읽었었다.
하지만, 점점 책이 너무나 핑크빛 그리고, 너무나 여고생 수준으로 낮춰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가장 재미있었지만, 가장 실망스러운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연재되었던 소설로 알고 있는데, 그러한 면에서 너무나 재미위주, 인기위주의 글이 아니었을까 싶다.
앞으로 정수현 작가에게 바르는 것은 조금은 깊이 있는, 그리고 칙릿소설이라고 하지만, 숨겨진 의미가 있는 그런 소설이었으면 한다.
칙릿 소설에 너무 바라는 것이 많은거 아니냐고 한다면 뭐~

앞서 이야기 했지만, 여고생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다. ^^

행복은 자신에게서 온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스스로 행복한 사람 ㅣ 끌레마 위즈덤 시리즈 2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박윤정 옮김 / 끌레마 / 2009년 12월

지은이 랄프 왈도 에머슨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시작된 이 책은 책을 읽고나서 발견한 작가 소개를 읽어보니 꽤나 작가를 닮아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꽤나 짧은 문장으로 이뤄진 잠언집으로, 한페이지를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간결하다.
따라서, 소설을 읽듯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한두페이지 읽지 않았다고 해서, 랄프 왈도 에머슨의 힘을 느끼지 못할 이유가 없다.
책은 크게 6가지 장으로 나뉘어 있고, 1장 마음이 주인이다, 2장 비워야 채워진다, 3장 행ㅂ고이라는 선물은 받을 줄 아는 자의 몫이다, 4장 자신의 삶을 주 교재로, 책은 주석으로, 5장 그저 아는 것이 진리다, 6장 자연은 영혼을 치유하는 병원으로 되어 있다.
아지만, 그저 제목들을 읽고 마음에 와닿기만 하면 펼쳐 읽어도 무방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앞에 있는 세가지 장이 후반부보다 더 강하게 다가왔다.
제목들도 마치 명언집 모음처럼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한두개 가슴이 와닿아 기억하고 싶은 것들도 꽤나 많다.
특히 나에게는 "빛을 얻으려면 그림자도 받아들여야 한다", "영혼은 능력이 아니라, 능력의 주인이다", "그대 스스로 그대의 기둥이 되어라" 등등 꽤나 기억하고 싶은 제목들이 있었다.

모든 책의 내용은 머릿속에 기억되어 남아있지 않지만, 꽤나 마음은 충만한 듯한 느낌이다.
작가가 미국의 산문가이자 시인이며, 사상가라 하지만, 전혀 미국적 색채보다는 조금은 기독교적 색채가 풍기는 느낌이었다.
특히 마지막장 '자연은 영혼을 치유하는 병원'의 내용을 보면 그가 자연중심의, 즉 자연회귀적인 사상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곳곳에 꽂혀있듯 존재하는 자연풍경이 더욱 그러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또한 모든 문제와 진리와 해답은 자신으로부터 온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대부분의 사상이 매우 만족스러웠고,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다.
하지만, 기독교적인 분위기는 잘 맞지 않기도 하였다.

이런류의 책은 서평이 꽤나 난해하다.
작가 개인의 생각과 사상을 나열한 잠언집에 과연 누가 토를 달을 수 있을까?
그저 자신의 생각과 맞는지, 나에게 유익한지 정도가 책을 읽고난 서평의 결론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 그저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딱 맞는 책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연말연시 한해를 정리하며,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면서 읽기에 너무나 적절했었다.
한번쯤 읽어봄직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