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큰 슬픔이다.
그리고, 살아있느 사람은 다시 볼수 없는 사랑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예전에 장례식은 죽은자를 위한 의식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바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을 위한 의식이라는 것이었다.
죽은 사람을 위한 산자의 마지막 선물이며, 마음의 짐과 이별을 받아들이는 의식이라고 한다.
죽은 사람을 위해 울고, 충분히 슬퍼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말에 참으로 공감하였다.
나 역시 죽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헤어질 시간을 갖지 못해서 항상 죄스러운 마음이 남아있었다.
가끔은 꿈에서라도 뵙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마음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죽은자와 산자의 만남 그리고, 그 만남ㅇ르 주선하는 사자, 츠나구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서로 독립된 단편같기도 하면서 하나의 이야기 같기도 한 구조이다.
4번의 죽은자와 산자의 만남, 1편의 츠나구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죽은 자와 산자으 만남은 양쪽모두에게 한번뿐이므로 4번의 만남의 주인공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마치 5가지 단편처럼 보인다.
하지만, 맨 마지막 에피소드는 앞선 4가지 이야기를 아우르면서 하나의 이야기처럼 만든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을때 페이자가 줄어들어가는 것을 아쉽게 만들 정도였다.

갑작스레 죽은 미즈시로 사오리라는 연예인을 만나고 싶어하는 히라세 마나미,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하는 무뚝뚝한 가장 하타다 야스히코,
죽은 친구 미소노 나쓰에 대한 죄책감으로 츠나구에 의뢰한 고등학생 아라시 미사,
칠년전에 실종된 약혼녀 히무카이 기라리를 만나고 싶어하는 쓰치야 고이치의 의뢰로 4번의 죽은자와 산자의 만남이 진행된다.
사연이 매우 다르듯 다양한 잦ㅇ르로 변화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상처를 이겨내는 성장소설, 가족애를 불러내는 가족소설,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은 연애소설,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소설로 다양하게 변화하였다.
한권의 책을 읽었는데, 마치 여러권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4번의 만남, 4명의 산자와 4명의 죽은 자의 만남은 다각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우선 산자와 죽은자의 관계와 그리움, 상처에 대한 대처자세, 의로인과 고등학생 아유미의 만남, 츠나구의 시선등 다양한 모습이 마치 인간 세상의 일부를 담아놓은듯 했다.
깊이있는 접근은 아니었지만, 산자와 죽은자 그리고 츠나구와의 관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대 이상의 꽤 재미있고, 독특한 소설을 만났다.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다른 작품이 읽고 싶어질 정도였다.
다음에 만날 작품이 <츠나구>처럼 좋은 느낌을 갖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면 전작작가의 목록에 올려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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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스리파인즈,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마을에 그동안 없던 범죄가 발생했다.
그냥 일반 범죄도 아니고, 바로 살인사건이 난것이다.
그것도 마을 주민들이 좋아하는 제인 닐 할머니가 죽은 것이다.
많은 재산가도 아니고, 학교 선생님을 은퇴한 평범한 할머니가 살해당한 것이다.
책은 살인이 일어난 직후부터 이야기를 진행한다.
살해당한 그녀에게 특이사항이라면 자신의 거실 서재 안쪽을 절대로 주변사람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죽기 전 전람회에 <박람회날>이라는 논란의 작품을 출품했다는 점밖에 없었다.
그녀의 살해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르망 가마슈 경감과 그 팀이 스리파인즈를 방문하게 된다.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중에 하나는 반전이다.
솔직히 <스틸 라이프>에서는 명확히 반전이라고 할만한 결론은 없다.
스토리 전개상 두드러진 악의나 살해 의도를 가질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도 범인의 윤곽이나 살해 의도를 가늠할수 없었다.
하지만, 몇몇 복선은 범인을 가르켰다.
우선 죽은 제인 닐이 출품한 <박람회날>이 티머 해들리가 죽은 날이었고, 그날의 장면을 생생히 묘사했다는 점
살해 무기가 화살이며, 정확히 심장을 관통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제인 닐이 큰 원한 관계도 없고, 돈도 많지 않다는 점이 범인을 가리키고 있었다.
복선에 근거한 찍기 실력으로 난 범인을 맞추었다.
그래서 그런지 반전의 묘미를 느끼기 보다는 평화로왔던 스리파인즈 마을처럼 그냥 마무리 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뉴블러드대거상 (영국), 아서엘리스상(캐나다), 딜리스상, 배리상/앤서니상 신인상 수상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화려한 포장에 비해서 내용물은 좀 평범했다는 생각이 든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과 살인 도구도 매우 단순하게 드러났으며,
죽은 제인 닐의 삶처럼 조용하고 평범한 그녀의 삶이 용의자와 사건들을 매우 일차원적으로 만들었다.
복잡한 얽힘의 관계라고 볼 만한 사건이나 일들이 없었다.
작가가 지루함을 덜기 위해서 또는 좀더 깊이 있는 인물관계를 위해서 제인 닐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집어넣었으나,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가마슈 경감이 매우 사소한 일로도 살인은 일어날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글쎄 동의하기 힘들었다.
정확히 심장을 겨누고,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화살을 쏜 사람이 사소한 일로 살해를 했다고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심리적 갈등도 너무나 단순했다.
사소한 10대 청소년의 장난, 게이, 예술가 부부, 서점주인, 시인.
인물도 인물간의 관게도 너무나 단순해서 범인은 찍기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순하게 생각해서 맞출수 있다.

이러한 단순한 캐릭터와 인물관계 그리고, 단일 사건의 발생이라는 평면적인 진행에도 불구하고 책을 쉽게 놓지는 못한다.
바로 작가의 글솜씨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별로 남다를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을 맛갈나게 지루하지 않게 풀어간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바로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루이즈 페니이다.
여성작가라는 특징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놀라웠다.
스토리와 구성이 단조로움에도 이책을 끝까지 읽을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필력이라고 본다.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좀더 다각적이며 반전이 있는 추리소설을 기대한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루이즈 페니라는 작가에 대해 그리고, 조용한 추리소설을 원하신 분들은 읽을만 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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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국가와 기업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
나는 어릴적에는 무슨 말인지도 몰랐던 이말을 몇년전 부터 믿기 시작했다.
몇년전 내가 가끔 이런 소리를 하면 사람들은 나를 꽤 꼬여있는 사람으로 보았었다.
하지만 요새는 금융위기를 겪고 나면서 이런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
다들 믿었던 시장경제와 국가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무슨 선각자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경제학 전문가도 아닌 그냥 평범한 일반 회사원일 뿐이다.
이미 꽤 오랜동안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었고, 난 그들의 주장을 미리 책을 읽고 받아들였을 뿐이다.
따라서, 이 책 <경제학의 배신: The Value of Nathing>도 기존의 주장을 잘 정리한 책이라 할수 있다.

우선 우린 경제학을 배우면서 수요와 공급의 법식을 반드시 배우게 된다.
하지만, 우린 주위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자주 깨어지는 현상을 만나게 된다.
피라미드식 판매, 원유값과 상관없이 고공을 유지하는 기름값, 가격답합의 사례 등등.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메스컴을 통해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각종 업종들이 모여 협회를 만들어 임의적으로 수요를 조절해서 가격을 유지시키고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이 책속에서는 더 많은 사례와 구체적인 현상들 그리고, 자유시장에서 나타나는 폐혜를 여러 이론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런 류의 책들이 등장하는 이론과 설명을 100%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목적으로 쓰여진 책인지는 명확히 이해할수 있었다.

책은 경제학의 배신이라 표현하였지만, 난 경제학의 배신보다는 인간 욕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가도 경제도 모두 인간에 의한 활동의 결과이므로 당연한 결과이다.
다만 국가와 정부 그리고, 기업이 가리고 있던 가면이 벗어져 그들의 실체가 들어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광고의 문구처럼 인간은 만족할수 없는 존재이다.
결국 그들은 더많은 이익과 이윤을 위해 욕심내고 움직이고 행동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떤 정권의 등장이 특정 기업에 유리해지는 모습을 보아도 국가와 정권 그리고 기업은 한통속이라는 것이다.
국민에 의해 뽑힌 정권의 실세들도 국민을 섬기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뿐이다.
IMF와 금융위기로 실업자의 증가와는 반대로 부유층의 재산축적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명확해진다.

사실 작가 라즈 파텔은 국가와 정치권이 시장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문제를 발생시킨 당사자에게 좀더 책임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가능하리라고는 절대 보지 않는다.
그들을 쫓아내지 않는 한, 그들에게 족쇄를 채우지 않는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도 어느정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듯 하다.
그래서 그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항운동에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전환마을, CELDF, 데칸개발 공동체, 여섯명의 그린피스 회원들의 활약이 돋보인 킹스노스 식스 사건, 사파티스타 민주주의 등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들을 소개하였다.
나 또한 이런 저항운동에 매우 지지를 보낸다.
더이상 우리가 믿을 정권과 시장은 없다고 본다.
한사람 한사람 작고 느리지만 꾸준하고 길게 저항을 한다면 그들또한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게 될 거라고 본다.
그래서 일부 몇몇사람들이 독식하는 부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는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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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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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작가 출신 작가, 말을 적다보니 너무 이상하다.
즉 실제 직업이나 전공이 작가가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활동을 하다가 책을 내신 분들을 통칭하는 나만의 분류가 이렇게 이상하다.
뭐 단어가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그들을 어찌 분류해 부르는지 몰라 나름 이렇게 불렀다.
비작가 출신 작가들의 책에 대해 몇가지 개인적 생각들이 있어서 선택에 신중한 편이다.
우선, 너무나 상업적인 측면에서 책을 낸다.
그래서, 읽고나서 남는것이 없고 그냥 책만 화려하다.
또한 분류는 너무나 겉멋이 들어 솔직히 누군가가 써준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책을 만나면 타이틀이 아깝다.
마지막 분류는 순수하고 담백하고 솔직한 문체가 기존 작가들과 다르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경우이다.
대표적으로 한비아님과 유홍준 교수님의 책이 그러하다.
마지막 분류에 속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는 편이라서 비작가 출신 작가의 작품은 선택에 더 신중한 편이다.

몇년전 차인표씨가 배우에서 작가로 도전을 하였다.
<잘가요 언덕>을 통해 위안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책을 읽지 않았지만, 책에 대한 평가는 꽤 좋은 편이었다.
솔직히 적잖이 놀랐고,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리스트에 올려놓고 잊어버렸다.
그러던차에 <오늘 예보>라는 두번째 책 출간소식을 들었다.
이제 장편소설 2권째를 내는 차인표 작가에 대해 관심이 꽤 높아졌으며, <잘가요 언덕>보다는 신작 <오늘 예보>부터 만나보고 싶어졌다.

<오늘 예보>에는 세 남자가 있다.
공자는 40대를 불혹 (不惑)이라 하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흔들림이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 책속에 등장하는 세 남자는 유혹에 흔들리는 유혹 (有惑)이었다.
한 남자는 애인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버렸고, 사업에서 망해 빈털털이 노숙자 나고단이다.
그는 이름처럼 참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키는 160이 안되어서 키에 대한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고, 거기에 더해 무정자증을 갖고 있다.
주식투자로 인해 선배인 박대수의 돈까지 날려 쫓기는 신세인 이보출은 누나에게 맡겨둔 아들과 함께 살기위해서 보조연기자 알바를 한다.
언젠가 돈을 모아 아들과 함께 살 날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가 있다.
이보출에게 돈을 떼인 박대수는 생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딸아이를 뒤로 하고 자신의 돈을 떼어먹은 보출이를 찾아다닌다.
남의 돈을 받아주던 그가 이제 자신의 돈을 받아내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러나 박대수는 이보출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보다는 죽어가는 딸아이를 대면할 자신이 없어서 이보출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이처럼 비참하고 안타까운 남자 세명이 있다.

DJ데블은 얄밉게 말한다.
"진리는 하나입니다. 저 태양이 떠올랐기 때문에 여러분은 죽음에 하루 더 가까워진거예요. 축하드려요. 특히 오늘 죽음의 문턱에 도착한 여러분들. 축하드려요."
그렇다 얄밉고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DJ데블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어쩌면 나고단과 이보출 그리고 박대수에게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축복일수도 있다.
DJ데블의 예보는 마치 운명같다.
고통과 절망으로 치닫는 운명같다.
하지만, 마지막 DJ데블은 말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운명은 바꿀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는 것을.
운명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이 아니라, 도전하고 노력해서 바꿀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DJ데블을 통해 그가 인생에 대해, 운명에 대해, 삶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 힘드는가? 이들보다 더 힘든가? 이들을 봐라. 예보는 빗나갔다"고 말이다.
세 남자를 통해 가장 비참한 삶의 우울함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그 어두운 동굴에 끝이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처럼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화려하고 유려한 필체는 아니지만,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그리고, 담담하게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 차인표.
그의 다음 행보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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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박범신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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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의 손에서는 말굽이 튀어나온다.
말굽은 살인을 일으키고, 손바닥 안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말굽이 사라진 손바닥은 다시 가렵고, 말굽은 다시 고개를 든다.
말굽은 살인의 도구이면서도, 그 남자 과거의 아픈 기억이고 상처이기도 하다.
말굽은 박혀있는 손의 주인을 따르지 않고, 기생하는 손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튀어나온다.
과거의 기억이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일어나듯 말굽은 손바닥에서 튀어나온다.
그 남자는 과거의 아픔과 좌절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듯이, 말굽을 통제하지 못하고 결국 말굽의 폭력성에 지배당한다.
그 남자는 말굽이며, 말굽은 그 남자인것이다.
결국 한 인간의 살인보다는 그 인간의 손바닥 속에 웅크려 있는 말굽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말굽은 그의 과거속에서 자란다.
그가 사랑한 이름조차 잊어버린 눈먼 여인에게 향한다.
눈먼 여인은 그녀를 농락하고 휘둘리게 하는 셍상에 대해 원망을 하지 않는 그런 여자였다.
가진 것이 하나 없었지만, 작은 기쁨에 감사하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를 그 남자는 사랑했었다.
아름답고 순수한 그 남자의 사랑은 세상속에서 시들어 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사랑은 세상에 의해 꺾여지고 짓밟혔다.
그와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그만큼 잔인하였으며, 그의 아픈 기억의 주체이고 가해자였다.
결국 세상에 의해서 그의 손에 말굽이 생기게 된 것이다.
4년간의 수감에서 돌아온 그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상처를 묻고 싶어했지만, 세상은 그의 손에 말굽을 박은 것이다.
말굽은 미친듯이 날뛰고 그는 말굽이 휘두르는 폭력의 숙주처럼 모든 것을 잃어간다.

이 책은 분명 살인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살인 자체보다는 그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그의 상처와 좌절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이유는 잔인한 살인 이면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살인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말굽은 마치 생명체처럼 세상의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숨은 살인자에 의해서 태어나고, 살아간다.
또한 아직도 현재 세상에는 말굽들이 생겨나고 돌아다니고 있다.
말굽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살인사건의 저 뒤편에 숨겨져 있는 그 남자의 상처와 좌절에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말굽의 본질인 숨은 가해자의 존재들을 인정하고, 그 본질을 이해해야만이 미친 사이코패스의 살인 광기를 잠재울수 있는 것이다.
박범신 작가는 등단 후 39년, 39번째 작품으로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를 썼다.
아버지로서 선생님으로써 아이들과 제자들을 위해 39번째 작품을 썼고, 이 작품을 통해 철저히 세상에 대해 통렬한 말굽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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