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박범신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의 손에서는 말굽이 튀어나온다.
말굽은 살인을 일으키고, 손바닥 안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말굽이 사라진 손바닥은 다시 가렵고, 말굽은 다시 고개를 든다.
말굽은 살인의 도구이면서도, 그 남자 과거의 아픈 기억이고 상처이기도 하다.
말굽은 박혀있는 손의 주인을 따르지 않고, 기생하는 손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튀어나온다.
과거의 기억이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일어나듯 말굽은 손바닥에서 튀어나온다.
그 남자는 과거의 아픔과 좌절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듯이, 말굽을 통제하지 못하고 결국 말굽의 폭력성에 지배당한다.
그 남자는 말굽이며, 말굽은 그 남자인것이다.
결국 한 인간의 살인보다는 그 인간의 손바닥 속에 웅크려 있는 말굽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말굽은 그의 과거속에서 자란다.
그가 사랑한 이름조차 잊어버린 눈먼 여인에게 향한다.
눈먼 여인은 그녀를 농락하고 휘둘리게 하는 셍상에 대해 원망을 하지 않는 그런 여자였다.
가진 것이 하나 없었지만, 작은 기쁨에 감사하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를 그 남자는 사랑했었다.
아름답고 순수한 그 남자의 사랑은 세상속에서 시들어 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사랑은 세상에 의해 꺾여지고 짓밟혔다.
그와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그만큼 잔인하였으며, 그의 아픈 기억의 주체이고 가해자였다.
결국 세상에 의해서 그의 손에 말굽이 생기게 된 것이다.
4년간의 수감에서 돌아온 그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상처를 묻고 싶어했지만, 세상은 그의 손에 말굽을 박은 것이다.
말굽은 미친듯이 날뛰고 그는 말굽이 휘두르는 폭력의 숙주처럼 모든 것을 잃어간다.

이 책은 분명 살인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살인 자체보다는 그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그의 상처와 좌절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이유는 잔인한 살인 이면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살인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말굽은 마치 생명체처럼 세상의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숨은 살인자에 의해서 태어나고, 살아간다.
또한 아직도 현재 세상에는 말굽들이 생겨나고 돌아다니고 있다.
말굽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살인사건의 저 뒤편에 숨겨져 있는 그 남자의 상처와 좌절에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말굽의 본질인 숨은 가해자의 존재들을 인정하고, 그 본질을 이해해야만이 미친 사이코패스의 살인 광기를 잠재울수 있는 것이다.
박범신 작가는 등단 후 39년, 39번째 작품으로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를 썼다.
아버지로서 선생님으로써 아이들과 제자들을 위해 39번째 작품을 썼고, 이 작품을 통해 철저히 세상에 대해 통렬한 말굽을 드러내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