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의 산책
구로 시로 지음, 오세웅 옮김 / 북애비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밤 11시의 산책.

요새 밤 11시는 너무 밝고, 활기차고, 출렁거린다.

하지만, 시골의 밤 11시에 밖에 나가본 사람이라면, 아마 밤 11시의 어두움을 잘 알것이다.

책 표지의 어둠을 넘는 적막감이 온 신경을 세우기 충분하다.

처음 만나는 일본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책 제목과 표지의 분위기에 끌려 이책을 시작했다.

 

엄마를 잃은 치아키는 엄마를 잃은지 1년이 되지 않은 시점부터 갑자기 이상하고 무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치아키의 아빠 타구로는 어둠의 살인 시리즈를 쓰는 직업작가로, 급성 심부전으로 잃은 아내 미사코를 역시 잊지못하고 있다.

이 둘은 각자의 방법대로, 엄마이자, 아내 미사코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치아키의 그림그리기는 도를 넘어선다.

목맨 곤충, 검은 현관, 가면라이더, 시퍼런 얼굴의 여자, 등 섬뜩한 그림을 그려댄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타구로도 아이의 그림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시퍼런 얼굴의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는 치아키에게 안쓰러움과 동시에 걱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그림그리기는 끝이 없게 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걱정과 함께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피폐해져가는 인간관계와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자살 및 이상징후들이 발생한다.

사토나카와, 히토미, 유카리, 그리고 쇼이치의 죽음과 쿠스노키의 실종이 유미쿠라 마야미라는 죽은 인물과 관련이 있고, 그 근본원인인 하루오라는 것을 밝혀지게 된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사건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아이에 대한 믿음(?) 아니 방치에 가까운 태도를 유지하는 타쿠로의 모습에서 정말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고,

주변사람들의 피폐해져감을 그저 보기만 하는 태도에 분노하게 되었다.

또한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 치아키의 순수하다못해 잔인하게 까지 느껴지는 태도도 역시 섬뜩했다.

그러나, 치아키의 그림이나, 태도보다는 타구로의 태도가 결국 주변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했다.

 

사실 밤 11시의 산책은 중요치 않다.

오히려 거버라 꽃모양이 새겨진 백금 결혼반지가 더 중요하다.

어둑어둑하고 푸르스름한 색채를 띄는 이책.

실제 책으로 읽었을때는 그 색채를 눈으로 볼수 없어, 머리카락이 쭈볏서는정도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수는 없었지만, 만약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뚜렷한 색감이 존재하는 공포영화가 될것이라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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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망고는 내가 좋아하는 과일중 하나이다.

달콤하고 향긋한 향을 좋아하는데, 그 망고 스트리트라면, 얼마나 향기로운 곳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책속의 망고스트리트는 꽃향기가 아닌 저소득층 특히 멕시코 이민족들의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곳이었다.

 

이책은 에스페란자라는 여자아이의 눈을 통해 망고 스트리트에 사는 사람들과 그 속에서의 생활 그리고 에스페란자의 생각이 담겨있다.

에스페란자는 엄마 아빠, 남동생 2명 (카를로스, 키키), 그리고 여동생 (네니)와 함께 멕시코에서 이민한 여자아이이다.

에스페란자의 가족이 이주하며 꿈꾸던 곳은 수도도 잘나오고, 욕실도 있고, 무성한 나무들로 둘러싸였고, 울타리가 없는 널찍한 앞마당에 푸른 잔디가 자라는 새하얀 집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사한 망고 스트리트의 집은 좁은 게단에, 앞마당도 없고, 침실마저하나뿐인 붉은 색의 초라한 작은 집이었다.

비록 초라하고 작은 집이었지만, 에스페란자는 구김없이 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였다.

 

에스페란자의 주변 사람들과 소소한 사건들, 그리고, 스트리트.

이 속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하층민의 고단한 삶조차 아름답게 그려있다.

무척 성폭행, 성추행 등의 사회적 약자이자 여자로서 겪어내야 했던 아픈 이야기도 있지만, 그 아픔조차 가벼이 흘려보내는 모습이 참 안타깝지만, 아름답게 다가오고 있었다.

에스페란자는 그처럼 강한 의지의 여자였던 것이다.

할머니의 이름을 받은 에스페란자이지만은 "나는 할머니의 이름을 물려받았지만, 창가의 자리만은 물려받지 않겠다"라는 결의를 가질 정도로 주어진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여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이웃들에 대한 애정이 매우 풍부한 여자이기도 했다.

떠나온 망고 스트리트를 다시 오기 위해 그리고, 영원히 기억해주길 위해 이글을 썼을 정도로 어려웠던 어린시절에 대한 애착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책은 마치 에스페란자의 일기장을 보듯,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랜 낡은 사진속의 사건과 사람들을 이야기해주듯이 짧고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구성은 에스페란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더 잘 설명해 주는 듯 하였고, 자칫 무거워 질수 있는 이야기도 깔끔하게 풀어내게 해주었다.

 

사랑하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는 산드라의 애정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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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시크릿, 그림자 인간 - 세계 1%만이 알고 있는 어둠의 실력자들
손관승 지음 / 해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미스테리, 비밀에 열광하며, 그것들에 접근하고 싶어한다.

나역시 미스테리와 비밀에 대해 열광하며 알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중에 하나이다.

 

냉전시대, 동독과 서독으로 나뉜 분단의 시대 비밀의 한가운데 서있던 사람이 있다.

그는 마르쿠스 볼프.

늑대라는 그의 성이 묘하게 그의 삶과 어울린다.

동독의 해외정보기관 HVA 책임자로 34년간 재임한 그였다.

당시 동독은 서독과 비교해서, 경제적으로 열약했고, 동독이 내세울수 있는 것은 스포츠와 정보의 우월함 뿐이었다.

그런 동독이 오랜동안 버텨왔던 이유는 바로 정보의 우월함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며, 그 중심에 마르쿠스 볼프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전쟁으로 인해 11살에 소련으로 갔고, 코민테른에서 첩보원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22살에 독일로 와 소련에서 배운 교육과 인맥 그리고, 언어구사능력을 통해 그는 동독 해외정보기관 HVA의 책임자로까지 승진할수 있게 되었다.

 

이책은 그의 업적을 소개하는 책인 동시에, 단편단편 들어나는 마르쿠스의 인간적인 면도 담겨 있는 책이었다.

특히 작가 손관승님의 마르쿠스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곳곳에 숨어있다.

내가 판단하는 그는 지략가이면서도, 창의력과 리더십이 돋보이며, 인간애가 보이는 (차마 넘친다고는 표현하기에 그가 한 일들이...)인물이다.

그는 인간을 활용한 정보수집 즉 휴민트 (HUMINT)의 대가였다.

인간을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지는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점만 보아도 확연히 들어난다.

그가 이런 휴민트에 강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리더십과 인간애일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몇몇 스파이를 끝까지 이름을 안 밝힌점 그리고, 그들이 재판에 갔을때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고, 때로는 그들의 석방을 위해 애쓴 점들이 그의 인간애가 잘 들어난다고 볼수 있다.

또한 여자를 이용해 섹스 스파이가 주였던 줄리엣 시장에, 로미엣이라는 새롭고 독창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접근방법이 휴민트의 대가를 만들게 한 또하나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스파이의 세계, 내가 접근해 볼수도 없고, 알아낼수도 없는 세계이다.

이 책을 통해 그리고 마르쿠스 볼프를 통해 스파이의 세계가 얼마나 긴장감 넘치고, 슬프고, 물고 물리는 싸움인지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냉전의 시대는 갔다.

그리고, 독일은 통일되었다.

하지만, 국가가 존재하고, 이익관계가 형성되는 한 그리고, 인류가 망하지 않는한 스파이 활동은 필요악일 것이다.

스파이 활동에 대한 찬반이나 비판은 미뤄두고, 그저 한 시대를 풍미했었고, 지어버린 마르쿠스를 통해 잠시 그시절 스파이들의 애환과 배신 그리고 슬픔을 간접 체험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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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성경 1
리하르트 뒤벨 지음, 강명순 옮김 / 대산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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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알게된 "Codex Gigas", 즉 악마의 성경.

이세상에 현존하는 가장 커다란 중세의 필사본으로 악마가 직접 하룻밤 사이에 써다는 전설의 그책.

이 codex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종교와 학문과 욕망들의 갈등이 매우 긴박하게 담겨있다.

 

안드레이 폰 랑겐펠스는 어린시절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겪는다.

연금술을 하는 아버지와 독실한 어머니와 함께 북부지방 암석 도시 외곽 숲속마을의 수도원으로 코텍스를 훔치러갔다.

하지만, 수도원은 신의 손길에서 벗어나 악마의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 한가운데, 안드레이가 있었고, 어머니가 도끼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되는 모습과 수도원 마당에 있던 사람들이 잔혹하게 살해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코텍스를 훔치러 간 아버지도 죽임을 당한다.

어린 안드레이가 그 광경속에서 본 것은 악마였고, 자신을 죽이기위해 돌진하는 악마의 모습에서 수도사의 모습을 보게 된다.

다행히 마르틴 수도원장과 참사회원들의 저지에 의해 안드레이는 무사히 목숨을 건지게 되고, 수도원장과 참사회원들의 눈에 띄지 않고 도망치게 된다.

그때 수도원 마당에서 일어난 일을 감추려하는 마르틴 수도원장과 참사회원들의 의도와는 달리, 그 비밀을 목격한 안드레이는 그렇게 빈으로 숨어들게 된다.

또한명의 운명의 여인.

아그네스 비간트, 자신을 니콜라스와 테레지아의 딸로만 알고 말괄량이 철부지로 자란 여자.

아그네스는 또하나 밝혀지지 않은 운명을 갖고 있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니콜라스와 테레지아의 딸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묘하게 악마의 성경과 얽혀 있다는 것이다. (1편에서는 악마의 성경과의 운명의 고리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명의 운명.

그는 아그네스를 사랑하는 키프리안 클세슬로 삼촌인 멜키오르 클레슬 주교의 대리인 역할을 한다.

그는 악마의 성경을 찾아 없애려는 삼촌 멜키오르와 함께 악마의 성경을 찾아 헤맨다.

마지막 운명, 크사비에르 에스피노사 신부.

그는 임무를 띄고 신성로마제국의 빈으로 잡입하여 역시 악마의 성경을 찾아 헤매며, 아그네스에게 자신이 입양된 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인물이다.

잔혹하면서도, 스스로 필요에 의해 사람을 죽이고 이용하는 신부같지 않은 매우 냉철한 인간이다.

이 운명들이 묘하게 섞이고, 흩어지고, 모이고, 만나면서, 많은 다른 사람들과 얽히고 있고,

그 중심에는 악마의 성경이 있다.

이 운명들이 다양한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악마의 성경에 점차 접근하는 모습이 매우 생동감있고,

긴장감 넘치게 진행되고 있다.

1편만 읽은 나로써는 정확한 책에대한 결론은 미루기로 한다.

하지만, 이책은 적어도 리하르트 뒤벨의 문장력에 의해 매우 생동감있게 그려져 있어,

영화를 만들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2편이 무척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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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
알렉산드르 R. 루리야 지음, 한미선 옮김 / 도솔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누구인가?

이 물음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요새 인간 복제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복제된 나를 나 자신으로 볼수 있을까?

외모와 외형이 같지만, 복제된 자아는 절대 복제 이전의 자아가 될수 없을것 같다.

물론 표면적으로 나이차이가 있겠지만, 또 한가지는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만약 기억을 옮길수 있다고 하면, 기억이 옮겨진 자아는 바로 나일까?

정말 어려운 문제인것 같다.

하지만, 나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지금 현재의 외모와 처해진 환경 그리고, 내 역사가 삼위일체(?)를 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가 싶다.

내가 이처럼 거창하게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책의 제목에서 처럼 기억을 쫓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그냥 넘어갈수 없는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고민을 나누기 위함이다.

 

이책은 제목처럼 한 남자가 등장한다.

전쟁속 머리, 그것도 정확히 대뇌피질에 총상을 입어 기억상실증과 실어증에 시달리는 한남자가 등장한다.

그 남자 옆에는 또다른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루리야 박사.

이책은 루리야 박사와 기억상실증과 실어증을 앓고 있는 자세츠키와의 대담으로 진행된다.

 

나 자신을 잃는 것중 하나로 기억을 잃는 그에게 자아는 하루살이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을 위해 자신의 모자라는 기억을 대신하기 위해 25년동안 머릿속 지우개와 싸우면서 일기를 쓴다.

스스로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회속에서 적응해 살아가기 위해 그는 매일 일기를 썼다.

그렇게 하루하루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써내려간 일기가 3천페이지를 넘는다.

 

나는 루리야 박사와 자세츠키와의 대담을 읽으면서, 그리고, 자세츠키의 그 노력을 보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감에 대해 생각을 멈추지 않을수 없었다.

자세츠키의 그 노력이 과연 무엇을 위한 노력이었을까?

그가 이렇게 끊임없이 25년동안 일기를 쓰게된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인간 본연의 본능중 하나인 존재감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스스로를 방어하고, 다른이와의 교류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바로 존재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존재감이 없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수도 없고, 누군가도 사랑하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자세츠키는 이처럼 단순히 기억상실증을 극복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위해 싸운것이다.

 

이책은 소재와 형식이 매우 독특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나 자신은 누구일까? 나는 어떻게 정의할수 있을까?

기억이 나를 만드는 것일까? 내가 기억을 만드는 것일까?

나름 인문학 책으로 딱딱한 느낌이 없어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생각하며 읽을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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