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인생과 인생관을 조금은 투영해 볼수 있던 글들

<헤세의 인생>을 리뷰해주세요

헤세의 인생 - 삶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ㅣ 헤르만 헤세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이재원 옮김 / 그책 / 2009년 6월

내가 알고 기억하는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 기억한다.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데미안 이외에 많은 작품들을 출간하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난 데미안 이외에 그를 만난 작품이 없었다.
이처럼 난 이름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작가이지만, 사실 그를 정확히 안다고 볼수 없었다.
그러나, "헤세의 인생"이라는 제목만은 내게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그와 동시대를 살지 않은 나로서 처음에는 그가 말하는 인생과 현실은 다를거라는 추측도 있었으나,
그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책속에서 헤세가 말하는 인생은 현실과 너무나 흡사했고, 닮은 모습이었다.
인생이라는 문제에 대해 인간은 모두 같은 주제로 고민하고, 절대 해결할수 없으며,
정답도 없고, 인류가 멸망하기까지 지속될거 같았다.
특히 그가 말하는 청소년 부분은 현실을 마치 옮겨놓은 듯 하였다.

"청소년은 언제나 지도자나 스타를 원합니다.
그리고, 어떤 것이 되었든 언제나 하나를 선택하지요.
그러나, 나는 젊은 사람들이 어떤 스타나 이름 또는 작가를 추종하지 말고, 독립적이기를 바랍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헤세가 쓴 다양한 책과 편지, 그리고 시등에서 헤세의 인생관이 보이는 부분은 발췌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이렇게 인생에 대한 그의 견해를 모아 놓으니, 왠지 그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듯 하였다.
또한 헤르만 헤세가 그저 책속의 인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친근한 이웃집에 사는 학자로 다가오는 듯 하였다.
특히 그가 노년의 쓸쓸함과 쇄약해진 몸상태에 대해 기술한 글에서는 더욱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청년시절 분명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
특히 그가 1906년에 쓴 시 "혼자서" page55를 읽다보면, 그를 더 잘 이해할수 있는 듯 하였다.
유리알 유희에 등장하는 한 구절 "위험이 없는 길로는 약한 사람들만을 보낸다"에서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기를 원했고, 치열하게 살아갔는지 짐작케 하였다.
그의 젊음이 열정과 자기와의 싸움에 모든 것을 걸었다면,
그의 노년은 고독과 죽음을 받아들이고, 관조적이었다보 볼수 있었다.

마치 이 책 한권은 그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를 더듬어 보는 듯 하였다.
물론 그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삶속에 들어가지 않는 한 모든 것을 이해할수는 없었지만,
그가 남긴 작은 글들에서 그의 삶과 그의 인생관을 조금은 맛볼수 있었다.
그가 가장 치열하게 살아간 나이인 나.
과연 나의 인생은 어떠하며, 나의 인생을 보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어떠한지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눈 오는 아프리카의 의미

<눈오는 아프리카>를 리뷰해주세요.

눈 오는 아프리카
권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책 제목과 장르, 그리고, 책표지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때, 그리고, 이책장을 처음 넘기는 순간, 내가 이렇게 책과 함께 고전하리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
약 3~4일을 그것도 주말이 포함된 시간을 책과 씨름을 하였다.
마치 저 하이얀 길에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것처럼 길고 지루한 나와의 싸움이었다.
 
책은 어떻게 보면 간단한 구조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30여개국이 넘는 여행임을 가만해 보면 매우 복잡한 구조라고 볼수도 있다.
이처럼 이책은 어찌 생각하면 간단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꽤나 복잡하기도 한 특징으로 책장 하나하나 넘어가기가 가파른 산을 등정하는 듯 하였다.
제목이 눈 오는 아프리카인 이유는 처음에 간단했다. 캔퍼스 그림 하나에서 출발된 것이다.
그것은 주인공인 유석이 자신의 아버지이자, 미술계의 유명한 거장 야마 고을주 선생님의 주검과 함께 발견된 15호 캔퍼스이다.
그 캔퍼스에는 고을주 선생이 평소 좋아하셨던 실버화이트만이 칠해져 있었다.
유석은 그 그림에 <눈오는 아프리카>라는 제목을 붙이고, 아버지 죽음후 재산권 싸움에서 <야마의 초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던 쯔음 그는 이 캔퍼스를 유작으로 받게 된다.
그 후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정신이 이상한, 미술계의 거장 아들, 재수생 등등 현란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그는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떠난다.
자신이 그린 그림 <꿈>과 아버지의 작품 <눈오는 아프리카>를 들고……
유석에게는 동행이 있다. 그는 쇼타.
어마어마한 복권당첨금과 함께 사라진 형, 히데오를 찾아가는 쇼타의 여행에 유석이 동참한다.
눈오는 아프리카를 찾아서.
그렇게 그들의 30여개국이 넘는 여행이 시작된다.
영국에서 시작된 그들의 여행은 아프리카를 거쳐 인도에 이르게 된다.

그들의 여행은 낭만적이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다.
가난한 그들에게 책 표지의 그림만큼 허름하고, 때로는 비참하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멈추지 않은 이유는 꿈때문이었다.
마치 유석이 다른 그림의 묘사가 아니고, 순수 창작에 의해 그린 <꿈>처럼,
아버지의 유작인 실버 화이트가 가득 발린 <눈오는 아프리카>처럼.
하이얀 백지, 설명할 수 없는 그림.
하지만, 가능성과 내면의 소리, 바로 꿈.
그들은 꿈꾸고 있었고, 그로 인해 여행하고 있었고, 그렇게 방황의 스무살이 지나가고 있었다.

평이한 구조, 마치 터벅터벅 저 멀리 지평선을 향해 걷는 듯한 책.
지루하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기 힘들었지만,
오랜 여행을 마치고 나서, 돌아보는 여행처럼 조금은 아쉽기도 하고, 조금은 설레이기도 한 책이었다.

자꾸 눈물이 나고, 가슴이 무거웠다.

<어머니를 돌보며>를 리뷰해주세요.

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나의 할머니께서는 심장이 좋지 않으셨다.  

하지만, 연세가 많아지시면서, 치매가 오시기 시작했고,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혼자서 돌보았다. 

낮에는 직장에 다니시고, 저녁에 집에 오셔서 할머니를 돌보시던 엄마. 

난 이 책속에서 우리 엄마를 보았고, 나의 돌아가신 할머니를 보았다. 

특히 마지막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순간은 정말 울지 않을수 없을 정도였다. 

작가 버지니아도 이 책을 내면서 정말 많이 울었을 거라고 생각이 되었다. 

버지니아는 심장과 귀가 좋지 않은 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게 된다. 

사실 나의 엄마도 그렇고, 작가 버지니아 역시 다른 뚜렷한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다른 병도 아닌 치매와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옆에서 직접 보아온 것 처럼 치매라는 병은 참 비참한 병중 하나이다. 

특히 옆에서 돌보는 사람은 끝이 보이지 않고, 점점 악화되어 가는 어머니를 바라 보고 있다는 점에서도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지치고, 포기하기 쉬워진다. 

이 책은 정말 솔직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무너져 가는 엄마의 곁에서 무기력하고 지쳐가는 딸. 

"어쩌면 어쩌면 똑같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사실적이었고, 과장도 없었고, 아름답게 꾸미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도우려는 의도도 없었고, 마치 일기를 쓰듯 그저 자신이 느낀 감정과 하루하루를 적어가고 있었다. 

만약 우리 엄마가 할머니를 돌보면서 일기를 썼다면 정말 유사할 거라고 느낄 정도로, 그저 솔직히 그렇게 한줄 한줄 엮어갔다. 

덕분에 난 그 한줄 한줄 마다 나의 추억과 경험과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었고, 나의 늙어가는 엄마를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다. 

"엄마 걱정마 엄마 아프면, 내가 돌봐드릴게요" 

그때 엄마는 말했다. 자신께서 더 잘 안다고, 절대 그런 생각 털끝만치도 하면 안된다고. 

그리고, 자신은 그럴 경우 요양원으로 가겠다고 하셨다. 

참  그 말에 가슴 아팠고, 할머니를 돌보며 힘들었을 엄마, 그리고, 그걸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전혀 왔다.

치매 환자들도 가끔식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데, 분명 그 순간 우리 할머니도 같은 생각을 하셨을 것이고, 가슴아파 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눈물이 났고, 이 책에서 그 때의 추억이 다시 생각나 울었다.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렇게 한참을 울고 울고 울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순수하고 아름다워 더욱 강하게 다가오는 책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정채봉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5월

정채봉님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너무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분이었고, 돌아가신 이후 다시는 뵐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책을 받자마자, 여는 글을 읽어보았다.

 

아드님이 아버지이신 정채봉님의 글들을 모아 만든 이책.

너무 고마웠다.

비록 정채봉님의 글을 좋아하고 읽어서, 글 중에는 내가 이미 읽어본 적이 있는 글들이 꽤 되었다.

하지만, 어느새 잊고 있었고, 잊혀져 갔던 글들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이 새 마음에 담겨져 갔다.

글 하나하나 정채봉님의 글답게 예쁘고 아름다웠으며, 잔잔하고 밝았다.

굳이 책을 서두에서부터 끝까지 한장 한장 넘겨낼 필요 없이,

어느 부분을 펼쳐내더래도 모두 아름다운 글들이 펼쳐져 있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읽는 내내 마음 밝아지는 그런 책이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적의 때",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등등으로, 노란 작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사실 "날고 있는 새는 걱저할 틈이 없다"는 이미 읽은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더 가슴깊이 와닿는 느낌을 이번에 받았다.

 

이런 글중에서 또하나 인상적인 글이 있었는데, 바로 아버지에 대한 글이었다.

 정채봉 선생님의 아버지에 대한 글은 꽤나 길었는데, 그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원망, 안쓰러움, 후회 등 복잡한 감정들이 담겨있었다.

그 글은 꽤나 오랜동안 기억에 나았고, 누구를 그리워 한다는 것과 용서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이번 책은 여러가지 글이 있었지만, 책 제목처럼 단 한가지를 향해 있었다.

"나" 즉 그동안 잊고, 무시하던 나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정채봉 선생님의 글처럼 순수하고 맑은 "나" 스스로를 향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이 책속에 담겨진 모든 글들의 공통점이었다.

 

책을 읽고 난 가만히 거울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나 자신을 그릴수 있을까? 나 스스로를 정의할수 있을까?

한번쯤 나를 스스로 그려보고 칭찬하고 사랑해 보는 것이 내 삶에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고맙습니다.

우리의 상상세계 이상의 여행 모험담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ㅣ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책을 읽고 난 다음 참 탁목조 작가의 노력과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장고의 여행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며, 사건들 그리고, 흐름을 놓치지 않는 일괄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작가의 노력과 필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작가는 두 인물을 등장시킨다.

우선 무르무르 족의 외톨이 고든을 등장시킨다.

그는 사냥터에서 가족들을 읽고 혼자 무르무르 영역내에 겨우겨우 정착해 살고 있었다.

그에게 어느날 암컷이 등장한다.

그 암컷을 통해 한 아이들 낳는다. 보통 무르무르 족이 많으면 4~5명의 아이를 낳는데, 반해 고든은 겨우 한 아이를 얻었다.

그리고, 암컷은 죽었다.

그렇게 얻은 아이는 자신처럼 가족이 없이 살지 말고, 많은 아이들을 낳아 큰 가족을 이루라는 의미에서 스포러 (버섯포자)라고 이름짓는다.

그렇게 무르무르족인 고든과 스포러가 등장하게 된다.

고든은 그가 스포러에게 바라듯 정착을 하여 큰 가족을 꾸리는 것이 소원이지만,

스포러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알고 싶은 하는 욕심이 있다.

결국 스포러의 욕심은 고든과 스포러를 사냥터로 몰게 된다.

그들으 그렇게 한 모둠을 만난다.

그 모둠은 가미긴 종족인 테라의 모둠으로 흰머리산을 향해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무르무르는 다양한 종족이 모인 테라의 모둠에서 그들과의 여행을 선택하게 된다. 

많은 괴물들을 사냥하며, 그 괴물들에게 뼈가루와 가죽, 음식을 얻으며, 그렇게 흰머리산을 향해 여행을 하는 것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났을때, 허무함이 느껴졌다.

워낙 빠져서 테라의 모둠과 두 무르무르의 여행을 지켜보았는데,

마지막, 스포러의 엄마의 목걸이의 등장과 함께 끝나는 이번 여행이 너무 아쉬워 긴장감이 한순간 풀어져 버렸다.

여행 중간중간 벌어지는 싸움과 사건 그 속에서 점점 커져가는 스포러.

프롤로그의 창조 신화 일부가 어떻게 펼쳐질지 제 2편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