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안타까움이 기다림속에서 교차하는 소설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리뷰해주세요.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처음에는 놀라웠다.
그들의 도서관에서의 만남이 갑작스러웠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나역시 책과 함께 시간여행을 하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이 모두 자연스러워졌다.

이 책은 어쩌면 진부한 러브스토리일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진부한 러브스토리로 비하시킬 수 없는 이유를 꼽으라면,
나는 SF적 요소가 감이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보다는 작가의 섬세한 감정선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매우 간단한 스토리일수 있다.
헨리와 클레어의 흔하디 흔한 사랑이야기에 헨리가 유전적 장애로 갖게 된 시간여행의 만남.
하지만, 그 안에는 기다림과 그리움과 안타까움과 절박함이 있었꼬, 뛰어난 상상력이 더해져 마치 매일 다니던 길에서 발견한 어여쁜 구슬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철저히 헨리와 클레어의 시각을 분리하였다.
각자의 시간에서 사랑을 그리고 있고, 그들이 얼마나 안타깝고 운명적인 사랑을 이어가는지 그리고 있다.
시간 여행이라는 뛰어난 아이디어 덕분에 모든 시제는 현재시제로 진행되고, 이로인해 책을 읽는 나 역시 시간여행속에 함께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또한 시간 여행을 하는 헨리는 클레어의 앞에 항상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는 알몸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참신한 아이디어는 헨리와 클레어의 사랑을 위태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헨리는 가식없는 온전한 모습으로 클레어의 앞에 나타나는 것이고,
클레어 역시 헨리라는 사람 자체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하는 남편.
그리고, 5살 생일 이후 만나 오랜동안 기다렸던 아내.
모든 스토리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애닮고, 안타까웠다.
서로 다른시간에서 찾아올 사랑을 기다리는 부부.
과연 누가 더 행복하였고, 누가 더 기다렸고, 누가 더 그리워 했을까 생각해 본다.

시간과 나이는 그들에게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다.
언제나 서로만을 바라보고 그리고,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오랜만에 감성을 울리는 감동적인 소설을 만나 행복하였다.

현재의 나를 반성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책

스무 살을 부탁해
이시다 이라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월

책소개를 읽고 시작된 이 책은 꽤나 유쾌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밝은 표지도 그런 인상을 심어주었고, 책 제목도 꽤나 유쾌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은 유쾌하지 않은 진실을 치열하게 담고 있었고,
다행이 이런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문체는 젊은이의 느낌답게 간결하고 거침없었다.

주인고 치하루는 언론사에 취직을 하고 싶어하는 와시다 대학 3학년 중에 하나이다.
같은 뜻과 목표를 가진 7명이 모여 취업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게 되고, 그렇게 차하루는 그팀의 일원이 된다.
처음 치하루는 덤벙대고, 소심한 여대생으로 비춰졌으나, 그녀가 취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주도 면밀하고 치밀하였다.
취업 프로젝트 팀의 모든 멤버들이 모두 그렇게 하나, 하나씩 준비하고 있었다.
취업이 안되거나, 전혀 알려지지 않은 회사에 들어가게 될까 불안해 하면서도, 시간이 멈춰주지 않는 것처럼 꾸준히 하나씩 밟아간다.
에리코와 같이 간토 텔레비젼에서 인턴 실습을 하게 되고, 이때부터 언론사의 직업에 대한 고민과 사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취업 프로젝트 팀 모두는 전원취업을 외쳤으나, 히로시의 낙오가 관찰되면서 더욱 불안감에 떨게 된다.
치하루는 간토 텔레비젼, JBC, 고도쿠샤, 에이슌칸 등 지원서를 내게 된다.

취업의 대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치하루가 겪는 취업 전쟁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디를 가야하나? 과연 내가 다닐 곳은 있는 것일까? 내 적성에 맞을까?
인턴 자리에도 목말라 하는 대학 졸업생들을 보면서, 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고 생각한다.
나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과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었고, 대학원 졸업후에도 다시 취업과 박사학위를 고민했었다.
그 갈림길에서 대학원 졸업후 쉬는 기간 6개월 정도를 제외하고 다시 계속적으로 일하게 된 것을 보면 나는 꽤 행운아였다.
치하루와 그의 취업 프로젝트 팀처럼 치밀하게 준비하지는 못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도 그렇게 어두운 터널을 지나듯 준비를 했었고, 결국 취업을 하였다.
치하루는 고도쿠샤, 에이슌칸, JBC 등 학교 선배들이 있는 곳을 방문하여 정보를 얻었다.
만약 후배가 나를 찾아온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JBC에 근무하던 치하루의 선배 모습이고 싶다.
취업을 준비하던 열정을 다시 새겨,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살아가야 겠다고 다시 다짐해 본다.

나는 얼마나 혜택받고, 누리고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되는 책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완결 편
이케다 가요코 지음,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7월

이 책은 꽤나 매스컴과 인터넷에서 유명하였고, 한 구절 정도는 읽어본 경험이 있는 글이다.
이처럼 널리 알려지게 된 이유는 모두들 무심히 지나치고 살았던 세계속 나의 삶을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잘 정리된 완결편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나의 현재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었고,
내가 얼마나 혜택을 받고 살고 있는지,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사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은 모두 통계에 기초를 두고 있다.
퍼센트의 비율로 60억의 인구를 줄여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 사실이 얼마나 더 피부에 와 닿는가 하면, 60억이라는 커다란 숫자가 마치 공상과학에나 나오는 숫자처럼 멀게만 느껴지는데 반해서,
100명이라 한정지어 놓으면, 더 쉽게 와 닿기 때문이다.
이제 6살 내 조카도 셀 수 있는 100명으로......

가장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은 같은 여자로서 사망하는 임산부들에 대한 통계였다.
1년에 54만명의 임산부가 사망을 하는데, 이를 100명으로 놓으며,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을 모두 합쳐서 1명도 안되는 데도 불구하고, 99명이 모두 개발 도상국, 그것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사망한다는 것이다.
이 통계에 난 잠시 말을 잊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아시아. 난 이 곳의 여성들에 대한 책을 몇권 읽었었다.
어린 12~16살의 나이에 시집을 가서, 아직 성숙하지 않은 자궁으로 임신하여 피를 흘려가며 죽는 임산부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낳다 죽어가야 하는 임산부들.
제대로 된 병원조차 가보지를 못하고 죽어가는 안타까운 생명들.
이 통계가 날 경악하게 하였고, 얼마나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자원의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우리나라도 1.8명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나는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에서 배출하는 이산화 탄소가 80%에 달하고, 석유, 석탄, 천연가스등을 사용하는 비율도 75%이다.
나는 가장 이산화 탄소를 배출하고, 석유등의 자원을 소비하는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을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도시는 세계면적의 3%밖에 되지 않는다.
정말 우려가 되며, 반성해야 하며,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이 책에는 잘 정리된 통계자료들이 가득하다.
한장 한장이 그리 쉽게 넘길 수 없는 주제들로 가득하였으며, 한장 한장이 지나갈수록 마음이 무거웠다.
세계를 바뀌고, 변화시키는 인물드에 뽑힐수는 없겠지만, 경각심을 갖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는 책이었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듯 싶었다.

아프리카 한 어린 소녀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성장기

소울 아프리카 -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서사시
조세프 케셀 지음, 유정애 옮김 / 서교출판사 / 2009년 9월

'소울 아프리카'는 작가 커셀의 아프리카 여행 중에 겪었던 일을 소재로 한 책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시점은 주인공 나, 즉 작가의 시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지상의 낙원 암보셀리국립공원에서 그가 만난 공원 관리인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이다.

어느날 아침 주인공, 작가는 한 아이를 만난다.
파트리샤. 그 소녀는 암보셀리국립공원의 관리인인 존 불리트의 딸로서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다.
한눈에 그 소녀가 다른 소녀와 달리 남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녀의 남다름은 그녀의 엄마 시빌에게는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오고,
결국 겉으로는 조용한 한 공원 관리인 가족이지만, 내면에는 큰 갈등을 가지고 있었다.
파트리샤는 킹이라는 사자 친구가 있고, 암보셀리국립공원은 그녀에게 낙원이다.
그러나 시빌에게 킹은 공포의 대상이며, 암보셀리국립공원은 낙원이 아니라 위험한 곳일뿐이었다.
그녀가 암보셀리국립공원에 머무는 이유는 사랑하는 남편의 직장이기 때문일뿐이다.

사실 아프리카 초원이라는 곳을 바라보고 생각해 보면, 시빌과 파트리샤의 두 시선이 공존한다.
원초적인 자연이라는 점에서 낭만적으로 낙원으로 보여지지만,
야생동물의 습격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감이 역시 존재한다.
파트리샤와 킹은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으로 우정을 쌓아간다.

이런 가정에 마사이 부족의 등장으로 갈등이 더욱 고조된다.
특히, 마사이 부족의 전통이 킹에게도, 파트리샤에게도 위험요소가 된다.
더우기, 파트리샤를 돌봐주는 키오르아저씨와의 부족간의 갈등또한 위기감을 조성한다.
결국...... 그 불안감은 불행한 회피할 수 없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나는 이 책을 꽤나 시각적으로 느꼈다.
저 멀리 물가에 모인 동물들, 사자의 품속에 안겨있는 아이,
바람을 가르며 초원을 달리는 자동차, 그리고, 놀라서 도망가는 짐승들.
모두들 글로 읽었음에도, 마치 내가 안내원 보고가 모는 자동차 한좌석을 차지하고 있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작가 커셀의 세밀한 묘사와 심리적 상태를 반영하는 한 귀절 한귀절이 모두 내 눈에 비친것이다.
마치 초원의 바람처럼, 허무하고 슬프고, 따뜻한 책을 만나보았다.
주인공과 파트리샤 그리고 킹의 우정이 참으로 따뜻하고 애잖하게 다가왔다.

격정의 티베트의 시간속에서 소박한 티베트인과 그 향기를 만난다.

소년은 자란다 - 아라이 연작 소설
아라이 지음, 양춘희 외 옮김 / 아우라 / 2009년 9월

내가 작가 아라이를 처음 만난 것은 [색에 물들다]였다.
꽤나 오랫동안 그 작품에 물들어 있어 그해 읽은 책중에서 최고의 책중 하나로 꼽았었다.
그 아라이를 다시 만난다니 꽤나 기대가 되었다.

[색에 물들다]의 작품을 읽고, 나는 아라이의 작품을 꽤나 강렬하고, 슬프고, 아름답고, 현란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 작품 [소년은 자란다]는 전작과는 달리 소박하고, 풋내나며, 어리숙하고, 다정한 느낌을 주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꽤나 두 작품은 색채가 달랐다.
마치 [색에 물들다]는 라마승들의 의상과 닮아 있다면, [소년은 자란다]는 저 들판에 양을 치는 목동을 닮아있었다.
작가는 이야기 했다, 그가 티베트의 격동의 역사와 함께 하였다고.
그가 그 격동의 역사와 함께하고, 평범한 티베트인들의 속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여 나올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작품들 각각은 꽤나 낯설었고, 건조하였다.
티베트의 황량한 들판속 양떼들 처럼 역사의 회오리 속에 휩싸이는 무력함을 보이기도 했고,
그 속에서도 가난의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다.
라마승으로 지내다가 강제 환속당해 양치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
마차와 말을 혼자 지켜내는 곰보.
아구둔바만을 기다리던 한 마을 사람들.
산나물을 뜯어서 집안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
홰나무꽃 찐빵과 그 향기에 취한 셰라반.
옛 저울추와 트럭을 붙잡고 사는 사람들.

하지만, 삶이 단편적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것처럼, 그가 그린 티베트 인들의 삶속에는 따스하고, 익숙함이 있었다.
환속한 라마승에 대한 따뜻한 시선.
외로움속에 칩거한 곰보를 바라봐 주는 정감있는 마을사람들.
아들을 여의고 홀로 살아가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을 갖는 아구둔바.
홰나무꽃 찐빵을 나눠 먹는 셰라반과 청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을 위해 기꺼이 떠나가는 절름발이.

꽤나 다르고 낯설면서도, 익숙하고 따스한 정이 가득 느껴지는 그런 작품들 속에서,
티베트인들의 삶을 상상하게 되었고, 그 속에 존재하는 아라이의 티베트에 대한 사랑의 손길이 느껴졌다.
가보지 못한 나라, 티베트.
왠지 모래바람속에서 잠시 쉬어갈수 있는 천막과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