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년은 자란다 - 아라이 연작 소설
아라이 지음, 양춘희 외 옮김 / 아우라 / 2009년 9월
평점 :
내가 작가 아라이를 처음 만난 것은 [색에 물들다]였다.
꽤나 오랫동안 그 작품에 물들어 있어 그해 읽은 책중에서 최고의 책중 하나로 꼽았었다.
그 아라이를 다시 만난다니 꽤나 기대가 되었다.
[색에 물들다]의 작품을 읽고, 나는 아라이의 작품을 꽤나 강렬하고, 슬프고, 아름답고, 현란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 작품 [소년은 자란다]는 전작과는 달리 소박하고, 풋내나며, 어리숙하고, 다정한 느낌을 주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꽤나 두 작품은 색채가 달랐다.
마치 [색에 물들다]는 라마승들의 의상과 닮아 있다면, [소년은 자란다]는 저 들판에 양을 치는 목동을 닮아있었다.
작가는 이야기 했다, 그가 티베트의 격동의 역사와 함께 하였다고.
그가 그 격동의 역사와 함께하고, 평범한 티베트인들의 속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여 나올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작품들 각각은 꽤나 낯설었고, 건조하였다.
티베트의 황량한 들판속 양떼들 처럼 역사의 회오리 속에 휩싸이는 무력함을 보이기도 했고,
그 속에서도 가난의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다.
라마승으로 지내다가 강제 환속당해 양치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
마차와 말을 혼자 지켜내는 곰보.
아구둔바만을 기다리던 한 마을 사람들.
산나물을 뜯어서 집안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
홰나무꽃 찐빵과 그 향기에 취한 셰라반.
옛 저울추와 트럭을 붙잡고 사는 사람들.
하지만, 삶이 단편적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것처럼, 그가 그린 티베트 인들의 삶속에는 따스하고, 익숙함이 있었다.
환속한 라마승에 대한 따뜻한 시선.
외로움속에 칩거한 곰보를 바라봐 주는 정감있는 마을사람들.
아들을 여의고 홀로 살아가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을 갖는 아구둔바.
홰나무꽃 찐빵을 나눠 먹는 셰라반과 청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을 위해 기꺼이 떠나가는 절름발이.
꽤나 다르고 낯설면서도, 익숙하고 따스한 정이 가득 느껴지는 그런 작품들 속에서,
티베트인들의 삶을 상상하게 되었고, 그 속에 존재하는 아라이의 티베트에 대한 사랑의 손길이 느껴졌다.
가보지 못한 나라, 티베트.
왠지 모래바람속에서 잠시 쉬어갈수 있는 천막과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