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좋다! - 자연에서 배우는 디자인 Essays On Design 7
박종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사실, 가장 훌륭한 디자인 작품은 자연이라 말할 수 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렇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시시철철 형용할 수 없는 색감의 변화도 그렇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적응해 가며 각각의 쓸모에 맞게 변화해 가는 모든 생물들을 보면, 자연스레 감탄사가 나올 수 밖에.  

 

하다못해, 이 가을철 단풍놀이를 가보면 안다. 세상에 어떤 디자인물을 보고 그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감탄을 할까. 설악산 단풍 한 번 보겠다고 줄 서 있는 고속도로 위 차량들의 줄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디자인 제품이 출시한다고 저렇듯 줄을 서서 그 긴 시간을 기다릴 수 있을까...  

 

오랜동안 자동차 디자이너로, 교육자로 일한 저자는, 자연 속에서 찾은 다양한 '꼴; 형태, 균형, 조화..'를 카메라에 담아왔다고 한다. 쉽사리 지나치고, 한낮 미물이라 여겨 업수이 여길 만한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관찰해 보면, 그 안에서 조물주의 디자인적 능력이 드러난다. 그의 사진 속 자연들은 그 어떤 훌륭한 예술가가 손을 댄 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내고 있다. 불과 1cm도 안되는 곤충에서부터, 이름 모를 어느 언덕 중턱에 핀 꽃까지..애써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힘들여 꾸미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디자인적 균형과 조화.  

 

하나의 사진마다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있는 작가의 생각의 흐름은, 디자이너의 것이기 이전에 자연의 촌부의 것, 혹은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고자 하는 감성적인 시인의 그것과 닮았다. 매끄럽지는 않지만, 자신의 생각의 흐름을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애쓴 흔적들이 보인다. 모든 영감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자신의 사고의 흐름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있다.  

 

머리 아픈 보고서, 수지 안맞는 가계부, 팍팍하여 답답한 인간 관계 등으로 머리 아픈 직장인들이, 혹은 학생들이 디자인 잘 되있다는 지하철에서, 혹은 버스 안에서, 혹은 사무실 안에서 한 장 한 장 읽을 수 있다면, 좋을 만하다. 그 어떤 인간의 디자인물보다 더 완벽한 자연 앞에서, 겸허해지며 소탈해지는 순간의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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